주간동아 363

..

‘좁고 깊게’ 한국문학 든든한 후견자

  • 입력2002-12-05 12:50:00

  • 글자크기 설정 닫기
    ‘좁고 깊게’  한국문학 든든한 후견자
    10년 전 교보생명이 55억원을 출연해 문학 부분을 집중 지원하는 문화재단을 만들겠다고 하자 의혹과 우려의 시선이 쏟아졌다. 첫째, 지원을 빌미로 문학계를 좌지우지할 가능성에 대한 우려였다. 1980년대 이미 국내 최대 서점으로 떠오른 교보문고를 앞세운다면 출판계 장악은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니었다. 둘째, 겁도 없이 ‘한국문학의 발전과 세계화’라는 거창한 비전을 내걸고 시작한 이 사업이 과연 몇 년이나 지속될 것인지에 대한 우려였다.

    그러나 대산문화재단(이사장 신창재·사진)은 10년을 하루같이 약속을 지켰다. 대산문학상과 대산창작기금 등을 통해 한국문학을 직접 지원하는 한편, 번역 지원 사업으로 한국문학의 세계화를 도모했고, 대산 청소년문학상과 전국 청소년 연극제 등을 마련해 꿈나무 육성에 나섰다.

    대산문학상은 매년 시·소설·희곡·평론·번역 등 5개 부문에서 각 3000만원씩 시상하는 제도다. 이미 출간된 작품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출판계 장악이나 장삿속 혐의는 벗을 수 있었다. 또 한국문학 번역 지원 사업과 연계해 지난 10년 동안 106개 작품을 해외에서 출판했다. 대산문학상이 탄생시킨 스타라면 단연 소설가 이승우씨를 꼽을 수 있다. 35세의 젊은 작가가 큰 상을 받았다는 사실뿐 아니라, 처음부터 ‘해외에 소개할 수 있는 작품’을 염두에 두고 이승우의 ‘생의 이면’을 선정했다는 것이 화제를 뿌렸다. 실제로 ‘생의 이면’은 프랑스어로 번역 출간돼 프랑스 4대 문학상 중 하나인 페미나상 후보에 오르는 등 해외에서 호평을 받았다.

    반대로 문학성은 뛰어나나 상업성이 없어 국내에 소개되지 못했던 외국의 고전문학 출판을 지원하는 사업도 하고 있다. 외국문학 번역 지원 사업에 의해 우리는 비로소 18세기 영문학의 고전인 ‘트리스트럼 샌디’와 같은 작품을 우리말로 읽을 수 있게 됐다. ‘대산세계문학총서’는 문학과 지성사가 출간하고 있다.

    대산문화재단의 10년 성과를 일일이 나열할 생각은 없다. 다만 민간문화재단이 ‘좁고 깊게(선택과 집중)’라는 경영철학을 바탕으로 10년 동안 문학 한 분야에 집중 지원했다는 사실은 높이 평가하지 않을 수 없다. 신경림 시인은 재단 창립 10주년 축하 메시지에서 한국문학이 처한 현실을 솔직히 고백하고, 문학 지원 사업을 펼쳐온 민간재단에 감사의 뜻을 전했다. “시장에만 맡겨놓아서는 가장 살아남기 어려운 것이 문학이겠지요. ‘문학을 도와주는 길은 오직 내버려두는 것이다’라는 말도 있습니다만, 이것은 권력의 경우이고, 아무래도 문학은 선의의 후원자를 필요로 하는 것 같습니다.”



    대산문화재단은 새로운 10년 계획으로 ‘대산 대학문학상’을 신설하고 ‘서울 국제문학포럼’의 정례화와 함께 반연간 재단 소식지 ‘대산문화’의 문학계간지로의 전환을 계획중이다.



    확대경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