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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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에 카파라치 … 약국엔 ‘팜파라치’

  • 최영철 기자 ftdog@donga.com

    입력2002-12-04 12:5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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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로에 카파라치 … 약국엔 ‘팜파라치’

    팜파라치의 무차별 신고에 일선 약국들이 긴장하고 있다.

    ‘파파라치’, ‘카파라치’에 이어 약국의 불법 행위를 고발하는 ‘팜파라치’가 등장해 논란을 빚고 있다.

    팜파라치는 약국·약학 등을 뜻하는 ‘파머시’와 유명인사의 뒤를 쫓는 프리랜서 사진가 ‘파파라치’가 합쳐진 말. 교통위반 차량을 촬영해 포상금을 받아내는 교통위반 전문 신고꾼 카파라치의 변종인 셈이다.

    팜파라치의 출현은 보건복지부(이하 복지부)가 7월 의약분업 위반행위 신고자에게 포상금(벌금의 10%, 20만~30만원)을 지급키로 하면서 이미 예고됐다. 지금껏 정부가 포상금을 내걸어 관련 파파라치가 생기지 않은 예가 거의 없기 때문. 한때는 쓰레기종량제 위반 전문 신고꾼인 ‘쓰파라치’가 활동하기도 했다.

    팜파라치의 경우 포상금제가 실시된 7월 이후 수도권 지역에서 취합된 신고 건수만 65건이 넘어서고 있다. 하지만 이마저도 9월 중순 이후만의 실적이며 전국 보건소의 신고 실적이 모두 취합되면 수백 건에 달할 것이라는 게 대한약사회의 주장. 인터넷에는 이미 팜파라치 활동에 필요한 장비와 노하우를 소개하는 동호회가 생기기도 했다.

    대구시 달성군의 한 약사는 “약사가 외출할 때를 기다려 약사의 가족이나 아르바이트생 등 비(非)약사에게 일부러 접근해 의약품을 지정해서 요구하고 약국 밖에 있던 사람은 사진을 찍는 방법을 쓰고 있다”며 “약품 가격도 자신이 알아서 지불하는 등 주도면밀한 점으로 미뤄 제약업계의 사정을 잘 아는 사람들이 분명하다”고 주장한다.



    실제 수도권 지역 고발 건수의 절반은 같은 전문 신고꾼들 소행으로 밝혀졌다. 남녀 한 쌍인 이들은 “사람이 죽어간다. 추후에 처방전을 받아주겠다”며 속여 의사의 처방전이 없으면 구입할 수 없는 전문의약품을 요구하고 그 약 지급 현장을 비디오로 촬영하는 수법을 쓰고 있다는 것.

    하지만 이들에게는 아직 포상금이 지급되지 않고 있다. 신고를 받은 보건소들이 검찰에 고발을 해 사법적 판단을 기다리는 중이기 때문. 이들 약국에 행정처분이 내려질 경우 이들은 최대 2500만원의 포상금을 챙길 수 있다.

    복지부는 자체 조사 결과 전문 팜파라치가 포상금을 노리고 고의로 위급한 상황을 설정, 약사의 불법행위를 유도했을 경우 포상금은 지급하지 않고 해당 약사도 처벌하지 않을 방침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다툼이 있는 건에 대해서는 사법적 판단이 있은 후 포상금 지급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면서 “그러나 응급환자라고 속이고 진료나 조제를 요구했다면 포상금을 지불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의약분업의 정신을 훼손하는 약국의 단속도 중요하지만 법상 약사도 응급환자의 조제 요구를 정당한 이유 없이 거부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한약사회는 이와 관련, 이들 두 팜파라치를 불법행위 교사 혐의로 고발키로 하는 한편 시민포상금제를 폐지할 것을 복지부에 강력히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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