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88년 여행자유화 조치 이후 보편화되기 시작한 배낭여행의 역사도 이제 10년을 넘어섰다. 초기 배낭여행자들은 절대 다수가 유럽으로 떠났다. 그러나 이제는 아시아 중동 남미 등 ‘전 세계’가 배낭여행의 목적지가 되었다. 또 과거 배낭여행자들은 대부분 학생이었으나 근래는 회사를 휴직하거나 아예 그만둔 직장인, 부부여행족, 정년퇴직한 장년층 여행자 등이 적지 않다.
배낭여행에도 유행이나 모델이 있다. 몇 년 전에는 명상가 류시화씨의 영향으로 인도 배낭여행 붐이 불었고 근래에는 여행가 한비야씨의 책을 들고 오지 여행을 떠나는 사람이 많아졌다. 또 진짜 배낭여행자라고 할 수 있는 ‘나 홀로 장기 여행자’들 중에는 여성이 더 많다. “남자들은 대학시절에는 군대문제 때문에 해외여행이 어렵고, 또 졸업 후에도 여행을 위해 직장을 그만둘 만큼 자유로운 여건이 못 되지요. 하지만 상대적으로 여성들은 학창시절이나 졸업 후에나 여행에 대해 용감한 것 같습니다.” 한 베테랑 여행자의 말이다.

자원봉사를 하면서 배낭여행을 다니거나 문화답사의 목적으로 배낭여행을 떠나는 등 진지한 여행자들이 많아진 것도 최근의 추세. 단순히 ‘친구 따라 강남 가는’ 수준이 아니라 삶을 새로이 설계하는 방법으로 여행을 가는 사람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인도 네팔 그리고 이집트 등의 고대 문명권은 이같이 진지한 여행자들에게 꾸준히 인기를 끌고 있다. 근래에는 배낭여행자들의 발길이 시리아 팔레스타인 등 중동권이나 중국으로도 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