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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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K 유권자 10%가 대권 결정”

노무현 후보 ‘동남풍’ 일으켜 40% 목표 돌진 … 이회창 후보 30% 이상 허용 불가 총력 저지

  • 김시관 기자 sk21@donga.com

    입력2002-12-05 09:5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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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K 유권자 10%가 대권 결정”

    12월1일 부산 사상터미널에서 유세중인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오른쪽)와 11월30일 부산대 앞에서 유세중인 민주당 노무현 후보.

    유권자 576만명. 반(反)DJ 정서가 팽배한 곳, ‘PK(부산·경남)’가 꿈틀거린다. 노풍(盧風)과 정풍(鄭風)이 만나 일으킨 시너지가 한나라당의 ‘안방’에 이상기류를 몰고 온 것이다. 노후보측은 부산을 동남풍 전략의 발원지로 생각한다. 그 뒤를 BS2003 플랜이 받치고 있다. 노후보측은 승부의 반을 부산에서 결정지을 계획이다. 반면 1997년 ‘악몽’이 재연될까 노심초사하는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측은 ‘인해전술’로 맞서고 있다. 가용 인력을 모두 동원, 안방 사수에 나선 것이다.

    이후보에게 있어 부산은 애증(愛憎)이 교차하는 곳이다. 97년 대선에서 부산은 이후보에게 패배를 안기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국민신당 이인제 후보가 29%, 국민회의 김대중 후보가 13% 득표를 하면서 이후보의 득표율은 53%에 그쳤다. 당선자 김대중 후보와 이후보와의 표차는 불과 1.6%. 그러나 97년 대선 이후 부산은 다시 이후보를 YS를 잇는 ‘지도자’로 대접했다. 한나라당은 이번 대선에서 부산의 목표 득표율을 72%(경남 75%)로 잡고 있다. 지역민심을 감안해 설정한 이 예상득표율의 달성은 무난해 보였다. 그러나 후보단일화 이후 상황은 유동적이다. 11월25일 중앙일보 여론조사 결과 이후보 49% 대 노후보 29.7%였다. 갤럽조사도 이-노 후보가 48.9% 대 32.3%로 엇비슷하다. 부산·울산·경남(PK)의 지지율을 물은 부산일보의 여론조사는 45.4% 대 31.1%. 더 심각하다. 후보단일화가 몰고 온 시너지 효과를 감안하더라도 손놓고 있을 수 없는 상황이다. 이틀에 한 번꼴로 전국 여론을 체크하고 있는 한나라당 여의도연구소의 여론조사 결과도 비슷하다. 한 연구원의 설명이다.

    한나라당 “무조건 민심과 마주앉아라”

    “후보단일화의 시너지가 발생한 것으로 보지만 노후보가 PK 지역에서 30% 이상 득표한다면 대선 판도에 상당한 영향을 줄 것이다.” 대선 판도에 영향을 줄 것이란 말은 대세가 뒤바뀌는 것을 의미한다. 당연히 한나라당에 비상이 걸렸다.

    11월27일 오전 후보등록을 마친 이후보는 충청 등 다른 지역 방문 계획을 전면 취소한 채 울산과 부산을 찾았다. 부산역 앞 정당연설회에서 마주친 ‘민심’은 생각보다 싸늘했다. 이후보를 수행했던 특보 L씨의 전언.



    “미묘한 기운이 감돌았다. 이런 곳이 아니었는데 왜 이러지…. 모두가 그런 표정이었다. 등골에 식은땀이 나더라.”

    정당연설회에 모인 청중은 1500여명. 과거에는 생각지도 못할 일이었다. 박수가 터져나왔지만 ‘이회창’ ‘대통령’ 등을 연호하는 목소리는 과거에 비해 현격히 줄었다. 등골에 식은땀이 난 사람은 비단 L씨뿐만이 아니었다. 즉각 대책회의가 열렸다.

    “대세론에 안주하며 안이했다.” “무조건 지지할 것이란 개념이 잘못됐다” “지역정서만으로 노풍을 차단하기 어렵다.”

    모두가 알고 있었지만 ‘설마 부산이…’란 방심과 자만으로 외면했던 문제점들이 봇물처럼 터졌다. 당연히 묘책이 있을 리 없다. 한나라당은 급한 대로 노후보의 국정 수행 능력과 자질문제 등을 집중적으로 거론하자는 원칙을 마련했다.

    박근혜 선거대책위 공동의장, 박찬종 특보, 김덕룡 의원 등 스타군단들을 투입해 노풍에 흔들리는 민심을 잡자는 안도 제기됐다. 책임득표제 강화, 선대위 중앙본부 현지 이전, 김영삼 전 대통령의 지원 방문, 해양수산부 부산 이전 등 각종 이벤트성 대책도 조만간 선보일 예정이다. 특히 책임득표제의 경우 일정 비율 이하의 득표를 하는 지역구의 경우 2004년 총선 공천 때 불이익을 주겠다는 초강수 전략이다. 당의 한 조직은 97년 대선이 만든 ‘이인제 효과’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한나라당이 중점을 두는 것은 “무조건 내려가서 민심과 마주앉는 것”이다. 이미 의원과 보좌진에게 총동원령을 내렸다. 이른바 인해전술이다. 조직이 없는 노후보의 약점을 찌르겠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러나 “부산에 이변은 없다”는 판단에 따라 이미 부산 출신 의원들 중 상당수는 주요 당직을 맡고 있다. 그들이 부산으로 달려가면 중앙당 선거조직에 혼란이 올 수밖에 없다. 원내 과반수를 넘는 거대정당이지만 선거전략은 매우 단순해 보인다. 중앙당의 명령을 받고 11월29일 오후 김해공항에 도착한 한나라당 K의원의 보좌관은 이렇게 말했다. “사력을 다해 토끼를 쫓는 사자의 진지함을 미리 가졌어야 했다.”

    노후보에게 역시 부산은 애증으로 다가온다. 부산시장에 출마했던 1995년 37.6%, 2000년 민주당 후보로 부산 북·강서을에 나왔던 16대 총선 때는 35.7%의 적지 않은 득표를 했지만 결과는 패배였다. 그러나 그의 장렬한 전사는 결국 노풍으로 환생했다. 그 바탕에는 부산 시민들의 애정이 녹아 있음은 물론이다.

    부산은 민주당 출신 국회의원이 한 명도 없다. 필마단기의 노후보가 기댈 데라곤 ‘바람’밖에 없다. 일종의 게릴라 전략으로 접근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지난 봄 노풍이 일었을 때 변화의 조짐을 보였던 부산 민심이 지방선거를 거치고 노무현=김대중이라는 한나라당의 공격이 먹혀들면서 다시 원위치해 노후보 지지율은 11월 초까지만 하더라도 10%대에 머물렀다. 그러나 이번 대선에 임하는 부산 민심은 과거와 다소 다르다. “어쨌든 부산 출신 아이가”라는 동향의식이 조금씩 싹트고 있다. 노후보는 11월19일 부산을 찾아 “나는 부산의 아들이자 경상도 사나이”라고 공언했다. 투박한 부산의 감성에 불을 붙이겠다는 의도가 읽힌다.

    민주당 “노무현 정권론, 세대교체로 공략”

    신기남 천정배 의원 등 노후보 최측근들이 포진한 정치개혁추진본부는 11월19일 아예 부산으로 본부를 옮겼다. 그들 주변에서는 ‘탈(脫)DJ’ 목소리가 높다. ‘노무현 정권론’과 ‘50대 세대교체론’으로 한나라당의 ‘DJ 양자론’을 뒤엎을 바람을 재점화시킨다는 복안이다.

    방심하고 있던 한나라당이 손을 놓고 있는 사이 적의 안방에 침투한 이들은 ‘동남풍’을 일으킬 계획을 꾸몄다. 부산에서 노풍을 점화, 울산과 경남을 거쳐 경북과 충청권으로 바람을 확산시키는 것이 동남풍 전략의 내용이다. 이미 두 달 전부터 시작된 이 전략은 ‘BS2003 플랜’과 연결된다. 충청권을 움직인 청와대 대전 이전과 같은 깜짝쇼가 BS2003 플랜의 숨은 내용이다. 부산을 동북아 물류기지의 중심으로 만들겠다는 것도 부산 민심을 겨냥한 지역 공약 가운데 하나.

    노후보가 일으킬 바람은 노풍과 정풍의 결합을 의미한다. 국민통합21의 정몽준 대표가 요구한 분권형 대통령제에 선뜻 합의한 것도 노-정풍의 결합을 통한 시너지 효과를 만들려는 의도에서 비롯됐다. 노풍에 합세한 정풍의 바람몰이는 부산뿐 아니라 울산과 경남까지 이어갈 계획이다.

    노후보측은 부산과 경남, 울산의 목표 득표율을 40%로 잡고 있다. 30% 이상을 허용해서는 안 된다는 한나라당의 저지선을 10% 이상 상회한다. 한국갤럽조사연구소 김덕구 상무는 “노후보가 30% 이상의 지지율을 보이면 결과는 예측불허의 단계로 접어든다”고 말한다. 결국 PK 10%가 대선의 승패를 좌우하는 셈이다.

    이 10%의 주인은 20대와 30대, 그리고 40대 유권자들이다. 노후보측은 이들을 지역대결이 아닌 세대대결 세대로 보고 있다. 지역구도가 아닌 세대대결 구도가 성립하면 노후보측은 승산이 있다고 본다. 한국갤럽 김덕구 상무의 생각도 비슷하다. 그는 “97년 대선 당시에는 세대대결의 개념이 없었지만 2000년 총선 때부터 이런 흐름이 감지됐다”며 “세대대결이 정착될 경우 지역구도는 큰 위력을 발휘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12월3일 TV토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PK는 이후보에게 97년의 악몽을 재연할까. 아니면 노풍이 ‘헛바람’임을 증명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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