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35

2002.05.23

뒤로 넘어져도 코가 깨진다더니…

이세돌 3단(흑):김명완 6단(백)

  • < 정용진 / 바둑평론가>

    입력2004-10-05 13:5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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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뒤로 넘어져도 코가 깨진다더니…
    용궁 갔다 온 기분이 이럴까. ‘한국 바둑의 떠오르는 황태자’ 이세돌 3단이 다 넘어갔던 바둑을 극적으로 뒤집으며 신인왕에 올랐다. 제12기 비씨카드배 신인왕전 결승3번기에서 선배 김명완 6단에게 2대 1 역전승을 거두고 우승상금 1800만원을 챙겼다.

    이세돌이 누구인가. 지난해 LG배 결승5번기에서 파죽의 2연승을 올리며 천하무적 이창호 9단을 코너에 몰아넣어 세계를 놀라게 했던 신성(新星)이 아닌가. 이러한 이 3단도 그동안 배달왕전, 천원전 등 메이저 대회에서는 두 차례나 우승했지만 ‘정상의 등용문’이라는 신인왕 타이틀과는 인연이 없었다.

    인연 없는 걸로 치면 어디 김명완(24) 6단만 할까. 98, 99년 2년 연속 신인왕에 도전했다가 고배를 마신 바 있는 김 6단으로선 이번이 삼세번째였는데, 일이 안 되려면 뒤로 넘어져도 코가 깨진다더니 딱 그런 셈이었다. 백1은 다 된 밥에 콧물 빠뜨린 한 수다. 백‘가’로 두어 흑▲ 석 점을 잡아두었으면 더 이상 뜸들일 필요조차 없는 확실한 승리였다. 그랬던 것을 공연히 한 집이라도 더 이득 보려고 백1로 둔 순간, 흑2 이하 12까지 사지 멀쩡하던 백△ 넉 점이 뜯겨나가는 비극을 맞고 말았다.

    뒤로 넘어져도 코가 깨진다더니…
    흑1일 때 백2로 이으면 어떻게 되는가? 흑7까지, 백은 흑▲석 점을 먹어봐야 한 눈밖에 확보하지 못한다. 그렇다면 백A, 흑B 알파벳순으로 나머지 한 눈을 내려고 사력을 다해야 하는데, 백G까지 기껏해야 패가 최선이다. 이 거대한 백대마의 목숨을 패싸움에 의존할 수 없어 결국 백△ 넉 점을 넘겨주었는데 그러고도 대국 결과가 1집 반 차이밖에 나지 않았으니 땅을 칠 노릇 아닌가. 277수 끝, 흑 1집 반 승.



    흑백19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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