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29

2002.04.11

‘이창호 킬러’의 수난시대

이창호 9단(흑) : 요다 노리모토 9단(백)

  • < 정용진 / 바둑평론가>

    입력2004-10-28 13:45:00

  • 글자크기 설정 닫기
    ‘이창호 킬러’의 수난시대
    이창호 9단에게 이젠 ‘병아리 때 쫓기던 닭 장닭 돼도 쫓긴다’는 말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우리에게 요다 노리모토(依田紀基) 9단은 일본 명인이란 타이틀보다 ‘이창호 킬러’란 악명(?)으로 더 유명하다. 1989년 한·일 바둑 황태자 대결에서 이창호를 3대 1로 꺾은 이후 중요한 길목마다 ‘이창호 자객’으로 암약해 온 반상 사무라이지만, 천정부지로 치솟는 이창호 9단의 위력 앞에 이젠 거꾸로 ‘킬러의 수모’를 당하고 있다. 최근 3연패를 당하면서 통산 전적 면에서도 7승5패로 근접해졌다.

    3월22일 일본 오키나와 현에서 열린 바둑 아시아컵은 한국 일본 중국 대만 4개국이 벌이는 단체전(5명) 토너먼트로, 한국은 도요타·덴소배에 출전했던 조훈현 이창호 유창혁 이세돌 박영훈 등 타이틀을 보유한 5명의 최강 드림팀을 출전시켰다. 1회전에서 한국은 일본을 5대 0으로 완파한 데 이어 예상을 깨고 중국을 3대 2로 꺾고 결승에 올라온 대만마저 5대 0으로 가볍게 제압해 우승 상금 2000만엔을 또 챙겼다.

    ‘이창호 킬러’의 수난시대
    는 1회전에서 관심을 모았던 한·일 주장전. 좌하변 흑대마가 추궁당하는 장면인데, 흑이 1로 붙여 타개를 모색했을 때 백2가 느슨한 대처였다. 백2로 모자를 씌워 흑 여섯 점을 세차게 공격할 타이밍이었다. 이쪽이 차후 백 ‘가’나 ‘나’의 봉쇄를 엿봄과 동시에 우변 백세력을 살리는 길이었다. 이처럼 타이트하게 밀어붙이지 못한 실전은 상대에게 흑7을 선수한 다음 13으로 탈출하는 여유를 주고 말았다. 262수 끝, 흑 1집 반 승.



    흑백19로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