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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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부시는 모든 것이 ‘흑백논리’

  • 이인모 기자 imlee@donga.com

    입력2005-09-14 11:2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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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간 부시는 모든 것이 ‘흑백논리’
    ‘그가 일곱 살 때 여동생이 백혈병으로 숨졌다. 소년기의 그는 붙임성 있고 사근사근했으나 그것은 겉모습일 뿐, 실제로는 주의력 결핍과 과잉행동장애에 시달렸다. 또한 난독증과 학습장애, 언어장애, 사고장애, 편집증 증세를 보였다. 명문가의 위세 덕에 아버지 뒤를 따라 엘리트 코스를 밟았지만 능력이 미치지 못해 콤플렉스와 자기 파괴 충동에 시달렸다. 그리고 20여년을 술에 취해 살았다. 마흔 살 무렵에야 기독교에 귀의하면서 술을 끊었다. 하지만 그의 알코올 중독 치유 여부는 불투명하다. 바로 지구에서 가장 강력한 국가인 미국의 조지 부시 대통령에 관한 이야기다.’

    미국의 정신분석 전문의 저스틴 A. 프랭크가 쓴 ‘부시의 정신분석’은 ‘대통령 부시’가 아닌 ‘인간 부시’의 내면세계를 철저히 해부한 책이다. 저자는 부시의 말과 행동이 다르다는 데 주목했다. 그리고 부시의 모순된 행동에 의문을 갖기 시작했다. △그토록 친절하고 쾌활한 사람이 어떻게 정부의 극빈자 지원 프로그램 기금을 삭감할 수 있단 말인가? △그토록 신앙심이 깊은 사람이 어떻게 아무렇지도 않게 이라크를 폭격하고 그 결과를 공개적으로 즐거워하며 자축할 수 있단 말인가? △어떻게 한편으론 환경을 보호하겠다고 약속하면서 다른 한편으론 수돗물에 비소 함량을 늘리도록 허가할 수 있단 말인가? 바로 이런 궁금증이 이 책을 쓰게 된 계기인 셈이다.

    저자는 부시의 정신상태에 대해 다음과 같은 결론을 내렸다. “다른 사람의 감정을 이해하지 못하는 무관심과 무능력, 끝없이 적을 만들어서 불안을 투사하는 파괴적 환상, 하느님과 자신을 동일시하는 과대망상. 이런 정신의 뿌리에는 부시가 어린 시절에 받은 끔찍한 고통과 상처, 부모의 양육 과정에서 비롯된 공포와 불안이 도사리고 있다.”

    부시의 어린 시절은 그리 행복해 보이지 않는다. 그에게는 적절히 보살펴주는 보호자가 없었다. 아버지는 늘 집을 비웠고, 어머니는 냉담했다. 어머니 바버라 부시는 아이들에게서 ‘집행관’이라고 불릴 정도로 엄격한 가족의 규율교사였다. 그녀는 거의 모든 면에서 냉정한 훈육자였으며 망설임 없이 아이들에게 매를 들었다. 부시의 어린 시절 가장 충격적인 사건은 앞에서도 언급한 여동생 로빈의 죽음이었다. 로빈이 죽었을 때 누구도 그 아이의 죽음을 입에 올리지 않았고 애도하지도 않았다. 부시는 여동생이 아팠다는 사실조차 동생이 죽고 나서 부모가 집으로 돌아온 뒤에 알았다.

    저자는 부시가 대통령 재직 중에 했던 말을 통해 그의 정신세계의 한 단면을 보여주려고 했다.



    “문명 세계를 위한 이번 싸움에 회색지대는 없다. 미국 편에 서든지 반대편에 서든지, 둘 중 하나다.” 모든 것을 흑백논리에 적용하는 부시의 세계관을 엿볼 수 있다.

    “나는 가난한 사람들의 생각을 이해하지 못하겠어.” 2000년 대선 직후 ‘교회 쇄신 촉구 그룹’에서 한 이 말은 온정적 보수주의자임을 자처하는 부시가 실제로는 가난하고 힘없는 약자들을 경멸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하느님이 내게 알 카에다를 치라고 하셨고 나는 그들을 쳤다. 그리고 또 사담을 치라고 하셨고 나는 그들을 쳤다.” 이스라엘 신문 ‘하레츠 뉴스’에 인용된 말로, 부시 자신은 하느님에게 선택받은 사람이므로 자신의 행동은 언제나 옳다고 믿는 부시의 위험한 유아적 사고를 보여준다.

    부시는 지금 정치적으로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이라크전쟁에 대한 정치적 압박이 심한 데다 허리케인 카트리나에 대한 늑장 대응으로 국민의 분노를 사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저자의 분석대로라면 부시는 후회도 반성도 하지 않을 것이다. 재선 대통령이기에 다음 선거에 대한 부담도 전혀 없다. 자신은 정작 이 상황을 위기라고 생각하지 않을 수도 있다. 부시의 행보가 궁금하다.

    저스틴 A. 프랭크 지음/ 한승동 옮김/ 교양인 펴냄/ 340쪽/ 1만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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