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7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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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함부로 말하지 맙시다

  • 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입력2010-12-03 18:0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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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자는 전쟁을 경험해본 적이 없지만, 전쟁이란 말을 쉽게 입에 올렸습니다. 출근길 복잡한 버스에서 시달릴 때, 마감에 쫓겨 키보드 자판을 두드릴 때도 “전쟁이 따로 없다”고 중얼거렸습니다. 보통 사람이라면 다 마찬가지입니다. 극단에서 일하는 지인은 “공연 중 배우 대기실은 전쟁터가 따로 없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삽니다. 하지만 11월 23일 이후 더는 전쟁, 전쟁터라는 표현을 입에 올리지 않기로 했습니다.

    북한의 포탄을 맞은 연평도에서, 연평도에서 빠져나온 주민들이 묵는 찜질방에서 여러 연평 주민을 만났습니다. 주민들은 하나같이 전쟁을, 전쟁터를 말했습니다. 연평도에 들어가기 전 주민들의 이야기를 들을 때는 “설마 그 정도일까” 했습니다. 하지만 참혹한 현장을 마주 대하니 생각이 확 달라졌습니다. 폭격을 맞아 불타 허물어진 집, 불에 그을린 채 어슬렁거리는 개, 옷가지와 이불을 넣어둔 채 버려진 차들을 보니 긴박한 순간이 눈에 그려졌습니다. 한순간 허망하게 죽을 수 있는 것이 전쟁이었습니다.

    찜질방에 임시 거처를 정한 주민들의 모습에서도 피란민이 보였습니다. 정든 고향땅에 돌아갈 수 없는 아픔은 전쟁 실향민의 그것입니다. 6·25전쟁 이후 두 번째 피란길에 오른 노인들은 상실감이 더 큽니다. 그들에게 연평도는 사람답게 살게 해주는 터전이었습니다. 쉽게 입을 열지 않던 할아버지는 한번 입을 여시더니 연평도의 추억, 그리움을 구구절절 털어놓았습니다. 기계처럼 할아버지의 말을 취재노트에 받아쓰던 손이 멈추었습니다.

    전쟁, 함부로 말하지 맙시다
    그러나 일반 국민은 연평도 주민들의 안타까운 사정에 쉽게 공감하지 않습니다. 공감했다면 연평도 주민이 저렇게 오랫동안 찜질방 생활을 하게 방치하지 않았을 겁니다. 함께 목소리 높여 정부를 질타했을 것입니다. 한 주민의 말이 가슴을 찌릅니다.

    “육지에 나와보니 참 섭섭해. 육지 사람들은 우리 일을 남 일이라고 생각해. 불안해서 못 살겠다는데 별나다며 눈 흘기는 육지 사람들 때문에 몸이 부르르 떨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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