척추는 꼬리뼈 부분을 구성하는 미추와 천추를 제외한 24개의 척추뼈와 추간판(디스크)으로 구성됐다. 디스크는 척추뼈 사이에서 뼈가 서로 부딪히지 않도록 완충 기능을 하는 일종의 물렁뼈다. 척추뼈와 디스크 안(척추공)으로는 뇌에서 사지와 몸 전체로 뻗어가는 신경이 지나간다. 신경은 뇌로부터 명령을 전달받아 온몸의 근육에 명령을 내리고, 거꾸로 온몸의 각 기관에서 일어나는 문제를 뇌로 전달한다. 통증은 바로 온몸이 뇌로 보내는 이상 신호로 뇌가 마비되면 통증도 느끼지 못한다.
우리가 보통 ‘디스크에 걸렸다’고 얘기하는 것은 척추뼈 사이의 디스크가 제자리를 벗어나(탈출) 신경을 눌렀을 때 온몸에서 일어나는 제반 증상을 가리킨다. 의학용어로는 ‘추간판 탈출증’. 이때 튀어나온 디스크가 신경을 어떤 형태로 어느 정도 누르냐에 따라 증상의 종류와 경중이 달라진다. 허리디스크는 5개 요추 사이의 디스크가 튀어나와 생기는 증상으로, 흔히 요통과 엉치뼈, 다리, 발에 저린 듯한 통증을 동반한다. 찌릿찌릿 저린 통증이 쭉쭉 뻗어나가는 듯한 방사통이 대표적 증상이다.
20, 30대 엄지족 목디스크 환자 급증한 까닭
1990년대까지는 잘못된 생활자세와 과잉노동 등으로 허리디스크가 크게 늘어 사회적 문제가 될 정도였지만, 2000년대 들어서는 PC와 휴대전화 등 목을 구부려 내려다봐야 하는 전자장비가 대중화하면서 목디스크 환자가 급증했다. 목디스크는 척추뼈 중 머리 전체의 하중을 그대로 견뎌야 하는 경추의 디스크가 제자리를 벗어나면서 발생한다. 7개의 척추뼈로 구성된 경추 중 1번과 2번은 상하좌우로 움직이고 자기 몸무게의 5% 이상인 머리 하중을 그대로 받기 때문에 자세가 잘못되면 디스크에 퇴행성 변화가 오면서 목디스크를 일으키기 쉽다.
2000년대 들어 모든 사무실에 개인용 컴퓨터와 휴대용 노트북 컴퓨터가 보급되고 인터넷 사용이 대중화하면서 많은 사람이 고개를 숙이고 일하는 시간이 길어졌다. 더욱이 최근에는 휴대전화로 인터넷도 하고 게임도 할 수 있는 스마트폰이 급격하게 늘면서 C커브를 유지해야 할 경추가 1자형으로 변하고 목디스크를 일으키는 20대, 30대 환자가 크게 늘었다.
목디스크 치료의 권위자인 경기도 시흥 센트럴병원 박향권 박사는 “C커브는 나이가 들면서 점점 1자로 변하는데, 일자목이 되면 충격완화 능력이 현저히 떨어지고 목 뒷부분의 근육과 인대가 비정상적으로 늘어나 통증을 일으킨다. 또한 외부 충격이 척추와 머리 전체로 전달되면, 추골 사이의 쿠션 구실을 하는 디스크 역시 지속적인 압박을 받으면서 납작하게 찌그러지다 끝내는 추골 밖으로 밀려 나와(목디스크) 중추신경을 압박한다. 신경의 압박 정도가 심하면 전신마비를 초래할 수도 있다”고 경고한다.
실제 스마트폰 출시 시점(2009년 10월)과 광범위하게 이용된 시점(2010년 4월)의 목디스크 환자를 월별로 비교분석한 한 병원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30대 이하 환자의 경우 한 달에 38명에서 149명으로 3.9배 이상 폭증했다. 40대도 스마트폰 출시 시점에 한 달에 69명 발생하던 목디스크 환자가 올 4월에는 129명으로 늘어났다. 그러나 50대와 60대 환자의 증가폭은 각각 39%, 37% 선에 그쳤다.
목디스크가 발생하면 초기에는 뒷목과 어깨가 뻐근하거나 두통이 생기고 팔이 저리거나 땅기는 증상이 생긴다. 팔이나 손에 힘이 빠지는 등의 감각이상을 호소하는 환자 중에는 뇌졸중과 증상이 비슷해 병을 키우는 경우도 많다. 실제 목디스크가 심해지면 글씨를 쓰거나 물건을 쥘 때 힘이 약해지거나 손가락에 부분적인 감각 이상이 나타날 수 있고, 팔과 다리에 힘이 없어 계단을 오르내릴 때 휘청거려 넘어지기도 한다. 뒷목이나 어깨, 팔에 통증이 심해 잠을 자기가 힘들거나 그 밖의 일상생활에 지장을 받는 환자도 있다. 자칫하면 ‘전신마비’까지 올 수 있어 빠른 진단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박향권 박사는 “스마트폰 보급 이후 손가락이 붓고 저리며 마비증상을 보이는 20대나 퇴근 후 저리던 곳이 찌릿찌릿하게 아파 다음 날 컴퓨터 앞에 다시 앉는 것이 부담스럽다는 30대 직장인, 목과 어깨 팔로 이어지는 통증과 저림으로 학업에 집중하기 어렵다는 10대 등 10~30대 목디스크 환자 발병률이 40, 50대 이상 중장년층보다 훨씬 많다”고 말했다.
이런 ‘엄지족’의 목디스크 예방법은 간단하다. 일단 컴퓨터는 되도록 데스크톱 형식을 쓰되 모니터는 자신의 눈높이에 맞추고, 모니터와 눈의 거리는 30cm 정도를 유지하는 게 좋다. 이렇게 하면 고개를 숙이는 각도가 줄어들어 어깨 부위의 통증이 감소한다. 스마트폰 등 휴대전화는 필요할 때만 짧게 쓰고 오래 쓸 일이 있다면 좀 부자연스럽기는 해도 거치대를 이용해 목과 휴대전화 화면의 높이가 수평이 되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장시간 컴퓨터 작업을 하거나 휴대전화를 쓴 경우에는 목을 앞으로 쭉 당겨 밖으로 내밀거나 고개를 숙이지 않은 채 턱 끝을 목 방향으로 밀어 넣어주는 등의 스트레칭을 하면 통증이 조금은 완화된다.
입원기간 최소화 수술 후유증도 최소화
만약 팔과 다리까지 방사통이 심하게 오고 저린 증상이 참지 못할 정도에 이르렀다면 전문 병·의원을 찾아 목디스크 여부를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디스크가 튀어나온 정도가 미미하다면 약물치료와 물리치료를 병행하면 되지만 심하다면 수술을 받아야 한다. 몇 년 전만 해도 목디스크 수술은 3cm 이상을 절개하고 골반뼈를 이식하거나 금속 디스크와 나사못, 금속판을 넣는 골융합술을 해야 했기 때문에 신경조직 손상으로 인한 사지마비의 위험 부담이 따랐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칼을 대지 않고 목 뒤에 자그마한 구멍을 내 그 안으로 내시경을 넣은 뒤, 튀어나온 디스크를 제거하거나 밀어 넣어 경추를 정상화하는 내시경 시술이 주목받는다. 칼을 대지 않기 때문에 당연히 피가 나오지 않고, 수술 부위만 국소마취를 하므로 입원기간을 최소화할 수 있다. 특히 박향권 박사팀은 이런 내시경 시술을 한 단계 발전시켜 구멍의 크기를 1cm에서 0.3~0.5cm로 줄인 ‘나노 내시경’ 시술을 해 관심이 모인다.
박 박사는 “최근 주목받는 ‘나노 내시경 목디스크 수술’은 목 뒤나 등에 아주 작은 구멍을 내지만 삽입한 내시경은 360도 전방위 시야를 확보할 수 있기 때문에 인대, 근육, 뼈, 혈관 등 척추 조직을 건드릴 확률이 거의 없다. 시술 후 흉터가 남지 않고 전신마취를 하지 않으며 시술 당일 퇴원이 가능하기 때문에 바쁜 직장인이나 노약자도 부담 없이 시술을 받을 수 있다는 게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목디스크가 의심된다면 정밀검사를 받아봐야 한다. (작은사진) 나노 내시경 시술을 하기 전과 후(오른쪽). 튀어나와 신경을 누르고 있었던 디스크 부분이 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