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아시안게임 대표팀이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동메달을 획득하며 대회를 마감했다. 금메달을 목표로 했던 대표팀은 아랍에미리트(UAE)와의 준결승전에서 연장전 끝에 0대 1로 패해 결승 진출이 좌절됐다. 3, 4위전에서 이란에 패배 직전까지 몰렸으나 경기 종료 3분을 앞두고 2골을 넣으며 극적인 역전승으로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값진 동메달이긴 하지만 1986년 서울 아시안게임 이후 24년 만의 금메달 도전에는 실패했다. 대표팀 차출이 힘들었던 박주영(25·AS모나코) 등 해외파까지 가세했으나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해 적잖은 비난을 받았다. 아시안게임 대표팀 코칭스태프와 선수들은 대부분 그대로 2012년 런던올림픽을 준비하게 된다. 2년 후 발전한 축구대표팀의 모습을 기대하며 이번 대회에 드러난 문제점과 해결책을 알아본다.
극단적인 수비 전술에 약한 호랑이들
대표팀은 이번 대회에서 7경기를 치러 5승2패로 경기를 마쳤다. 조별리그에서는 첫 상대 북한과의 경기에서 0대 1로 패한 뒤 요르단과 팔레스타인을 대파하고 조 2위로 16강에 합류했다. 16강전에서 난적 중국, 8강전에서 우즈베키스탄을 눌렀다. 그러나 4강전에서 UAE에 발목이 잡혔다.
우리가 패한 2경기를 보면 내용이 비슷하다. 경기 전체를 지배하고도 수비 실수로 골을 내주며 무너졌다. 축구가 실수를 통해 골을 뺏고, 빼앗기는 종목이긴 하지만 경기를 지배하고도 골을 넣지 못한 경기가 2번이나 나왔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 대표팀은 공격으로 나설 때 상대의 빠른 역습에 수비가 자주 흔들리는 단점을 드러냈다. 그만큼 수비 조직력이 완벽하지 못했다는 방증이다.
수비뿐 아니라 공격에서도 개선할 부분이 많다. 상대의 밀집 수비를 제대로 공략하지 못했다. 이런 모습은 한국 성인 대표팀에서도 자주 드러난다. 기술적인 세밀함과 개인기 부족 때문이다. 밀집 수비를 뚫어야 하는데 패스의 정확도와 개인의 돌파 능력이 떨어지는 탓에 번번이 막힌다. 공격적으로 더욱 발전한 모습을 보여야만 완벽하게 상대를 제압할 수 있다.
홍명보 감독은 준결승에서 패한 직후 인터뷰에서 “군 면제에 대한 부분을 떨쳐버리려고 했지만 실패했다. 선수들의 경기력이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눈으로 확인했다”라고 말했다. 선수 대부분도 “우리가 왜 그토록 금메달에만 집중했는지 이해할 수 없다”라고 후회했다. 금메달로 주어지는 보너스 군 면제 혜택이 선수들의 플레이를 흔들어놓았다는 이야기다.
이번 광저우 아시안게임 대표 20명 중 구자철(제주)을 제외한 19명이 모두 현역 대상자다. 현역 김정우(상무)는 금메달을 땄으면 곧바로 제대할 수 있었고, 박주영은 지속적으로 해외 리그에서 뛰기 위해선 병역 면제가 절실한 상황이었다. 금메달에 대한 절실함 때문인지 경기가 잘 풀리지 않았을 때 선수들은 조급함을 드러냈다. 차분하게 경기를 풀어나가면서 골을 노려야 했지만 서둘렀고, 문전에서 침착함을 잃었다. 골을 성공시킬 수 있는 찬스에서 서두르다 마무리 슈팅의 정확도가 떨어지는 모습도 여러 차례 나왔다. 심리적으로 흔들리면서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한 것이다. 아시안게임 대표팀은 대회 참가 전 심리전문가에게서 교육을 받는 등 많은 준비를 했다. 하지만 경기에 들어서니 큰 효과가 나타나지 않았다.
아시안게임 종료 직후 홍 감독의 지도력이 도마에 올랐다. 대회기간 중 고집스러울 정도로 베스트11을 고정했다. 또한 준결승전에서는 골키퍼를 교체하자마자 실점해 결국 결승전에 진출하지 못했다. 홍 감독은 “골키퍼 교체는 분명한 실수였다”라며 “아시안게임을 통해 스스로도 많이 공부하게 됐다”라고 책임의식을 보였다. 선수를 기용하는 것은 전적으로 감독의 권한이다. 따라서 고집스럽게 베스트11을 운용했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비난할 필요가 없을 듯하다.
가장 아쉬운 것은 선수 교체에 있다. UAE와의 4강전에서 김보경(오이타)은 후반 30분 이후 급격한 체력 저하를 드러냈다. 수비 가담이 전혀 되지 않았다. 그러나 홍 감독은 그를 벤치로 불러들이지 않았다. 승부차기를 대비해 골키퍼 교체를 염두에 두고 있어 필드 플레이어 교체를 생각하지 않은 것이다. 골키퍼를 교체해 실점한 것이 실수가 아니다. 골키퍼 교체를 위해 선수 교체카드를 아끼다 팀 밸런스를 무너뜨린 게 더 큰 문제다.
홍 감독은 지난해 FIFA U-20 월드컵 대표팀을 통해 처음 사령탑에 올랐다. 이번 아시안게임이 두 번째 무대다. 이전까지 프로, 아마추어 모두 감독 경험이 없다. 현 대표팀 코칭스태프도 김봉수 GK코치를 제외하면 지도자 경력이 많지 않다. 감독의 경험 부족을 충분히 해소해줄 수 있는 조력자가 없었다. 경험이 부족한 홍 감독이 이번 대회를 통해 자신에게 부족한 부분이 무엇인지 느낄 수 있는 계기가 됐을 것이다.
런던올림픽 예선은 2011년부터 시작된다. 23세 이하 선수가 주축이 되는 런던올림픽. 이번 아시안게임에 나선 21세 이하 선수들이 2년 뒤에도 올림픽 대표팀의 주역이다. 홍 감독이 이번 아시안게임 대표를 23세 이하가 아닌 21세 이하로 꾸린 이유도 이 때문이다. 올림픽에서는 아시안게임과 비교가 안 될 정도로 강한 상대와 겨뤄야 한다. 아시안게임에서 목에 걸었던 동메달도 획득하기 쉽지 않았다. 한국 남자축구는 2004년 아테네올림픽에서 8강에 오른 게 최고 성적이다.
병역 혜택 부담감도 줄여야
가장 중요한 부분은 선수들의 경기력 관리다. 현 아시안게임 대표선수 가운데 일부는 소속팀 경기에 자주 출전하지 못한다. 아직 나이가 어리고 경험이 적어 소속팀 주전 경쟁에서 밀려나 있다. 홍 감독은 아시안게임을 준비하며 이 부분을 가장 걱정했다. 이를 위해 대한축구협회가 나서야 한다. 성인 대표팀뿐 아니라 이들에게도 평가전의 기회를 주어야 한다. 그래야 주기적으로 모여서 훈련을 하고, 경기력도 유지할 수 있다. 대회를 앞두고 단기합숙을 통해 경기력을 증대할 것이 아니라 꾸준한 관리로 팀의 경기력을 높여야 한다. 유럽의 많은 국가는 21세 이하 대표팀으로도 평가전을 자주 갖는다. 이러한 부분을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
메달 획득을 통해 얻을 수 있는 병역 혜택에 대한 고정관념도 버려야 한다. 축구선수들에게 병역 혜택은 막대한 수입을 보장한다. 입대하느냐, 하지 않느냐에 따라 적게는 몇 억에서 많게는 10억 원 이상의 수입이 왔다 갔다 한다. 쉽게 욕심을 버릴 수 없겠지만 올림픽 참가와 메달 획득을 통한 국위선양을 우선으로 해야 한다. 그리고 매 경기 좋은 결과를 통해 얻는 성취감을 더 크게 봐야 한다. 이번 아시안게임의 실패는 정신적으로 성숙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태극마크를 달고 한 나라를 대표한다는 자부심으로 경기에 임해야만 조금이라도 메달 획득과 병역 혜택에 대한 부담감을 떨칠 수 있다.
극단적인 수비 전술에 약한 호랑이들
대표팀은 이번 대회에서 7경기를 치러 5승2패로 경기를 마쳤다. 조별리그에서는 첫 상대 북한과의 경기에서 0대 1로 패한 뒤 요르단과 팔레스타인을 대파하고 조 2위로 16강에 합류했다. 16강전에서 난적 중국, 8강전에서 우즈베키스탄을 눌렀다. 그러나 4강전에서 UAE에 발목이 잡혔다.
우리가 패한 2경기를 보면 내용이 비슷하다. 경기 전체를 지배하고도 수비 실수로 골을 내주며 무너졌다. 축구가 실수를 통해 골을 뺏고, 빼앗기는 종목이긴 하지만 경기를 지배하고도 골을 넣지 못한 경기가 2번이나 나왔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 대표팀은 공격으로 나설 때 상대의 빠른 역습에 수비가 자주 흔들리는 단점을 드러냈다. 그만큼 수비 조직력이 완벽하지 못했다는 방증이다.
수비뿐 아니라 공격에서도 개선할 부분이 많다. 상대의 밀집 수비를 제대로 공략하지 못했다. 이런 모습은 한국 성인 대표팀에서도 자주 드러난다. 기술적인 세밀함과 개인기 부족 때문이다. 밀집 수비를 뚫어야 하는데 패스의 정확도와 개인의 돌파 능력이 떨어지는 탓에 번번이 막힌다. 공격적으로 더욱 발전한 모습을 보여야만 완벽하게 상대를 제압할 수 있다.
홍명보 감독은 준결승에서 패한 직후 인터뷰에서 “군 면제에 대한 부분을 떨쳐버리려고 했지만 실패했다. 선수들의 경기력이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눈으로 확인했다”라고 말했다. 선수 대부분도 “우리가 왜 그토록 금메달에만 집중했는지 이해할 수 없다”라고 후회했다. 금메달로 주어지는 보너스 군 면제 혜택이 선수들의 플레이를 흔들어놓았다는 이야기다.
이번 광저우 아시안게임 대표 20명 중 구자철(제주)을 제외한 19명이 모두 현역 대상자다. 현역 김정우(상무)는 금메달을 땄으면 곧바로 제대할 수 있었고, 박주영은 지속적으로 해외 리그에서 뛰기 위해선 병역 면제가 절실한 상황이었다. 금메달에 대한 절실함 때문인지 경기가 잘 풀리지 않았을 때 선수들은 조급함을 드러냈다. 차분하게 경기를 풀어나가면서 골을 노려야 했지만 서둘렀고, 문전에서 침착함을 잃었다. 골을 성공시킬 수 있는 찬스에서 서두르다 마무리 슈팅의 정확도가 떨어지는 모습도 여러 차례 나왔다. 심리적으로 흔들리면서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한 것이다. 아시안게임 대표팀은 대회 참가 전 심리전문가에게서 교육을 받는 등 많은 준비를 했다. 하지만 경기에 들어서니 큰 효과가 나타나지 않았다.
아시안게임 종료 직후 홍 감독의 지도력이 도마에 올랐다. 대회기간 중 고집스러울 정도로 베스트11을 고정했다. 또한 준결승전에서는 골키퍼를 교체하자마자 실점해 결국 결승전에 진출하지 못했다. 홍 감독은 “골키퍼 교체는 분명한 실수였다”라며 “아시안게임을 통해 스스로도 많이 공부하게 됐다”라고 책임의식을 보였다. 선수를 기용하는 것은 전적으로 감독의 권한이다. 따라서 고집스럽게 베스트11을 운용했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비난할 필요가 없을 듯하다.
가장 아쉬운 것은 선수 교체에 있다. UAE와의 4강전에서 김보경(오이타)은 후반 30분 이후 급격한 체력 저하를 드러냈다. 수비 가담이 전혀 되지 않았다. 그러나 홍 감독은 그를 벤치로 불러들이지 않았다. 승부차기를 대비해 골키퍼 교체를 염두에 두고 있어 필드 플레이어 교체를 생각하지 않은 것이다. 골키퍼를 교체해 실점한 것이 실수가 아니다. 골키퍼 교체를 위해 선수 교체카드를 아끼다 팀 밸런스를 무너뜨린 게 더 큰 문제다.
홍 감독은 지난해 FIFA U-20 월드컵 대표팀을 통해 처음 사령탑에 올랐다. 이번 아시안게임이 두 번째 무대다. 이전까지 프로, 아마추어 모두 감독 경험이 없다. 현 대표팀 코칭스태프도 김봉수 GK코치를 제외하면 지도자 경력이 많지 않다. 감독의 경험 부족을 충분히 해소해줄 수 있는 조력자가 없었다. 경험이 부족한 홍 감독이 이번 대회를 통해 자신에게 부족한 부분이 무엇인지 느낄 수 있는 계기가 됐을 것이다.
런던올림픽 예선은 2011년부터 시작된다. 23세 이하 선수가 주축이 되는 런던올림픽. 이번 아시안게임에 나선 21세 이하 선수들이 2년 뒤에도 올림픽 대표팀의 주역이다. 홍 감독이 이번 아시안게임 대표를 23세 이하가 아닌 21세 이하로 꾸린 이유도 이 때문이다. 올림픽에서는 아시안게임과 비교가 안 될 정도로 강한 상대와 겨뤄야 한다. 아시안게임에서 목에 걸었던 동메달도 획득하기 쉽지 않았다. 한국 남자축구는 2004년 아테네올림픽에서 8강에 오른 게 최고 성적이다.
병역 혜택 부담감도 줄여야
가장 중요한 부분은 선수들의 경기력 관리다. 현 아시안게임 대표선수 가운데 일부는 소속팀 경기에 자주 출전하지 못한다. 아직 나이가 어리고 경험이 적어 소속팀 주전 경쟁에서 밀려나 있다. 홍 감독은 아시안게임을 준비하며 이 부분을 가장 걱정했다. 이를 위해 대한축구협회가 나서야 한다. 성인 대표팀뿐 아니라 이들에게도 평가전의 기회를 주어야 한다. 그래야 주기적으로 모여서 훈련을 하고, 경기력도 유지할 수 있다. 대회를 앞두고 단기합숙을 통해 경기력을 증대할 것이 아니라 꾸준한 관리로 팀의 경기력을 높여야 한다. 유럽의 많은 국가는 21세 이하 대표팀으로도 평가전을 자주 갖는다. 이러한 부분을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
메달 획득을 통해 얻을 수 있는 병역 혜택에 대한 고정관념도 버려야 한다. 축구선수들에게 병역 혜택은 막대한 수입을 보장한다. 입대하느냐, 하지 않느냐에 따라 적게는 몇 억에서 많게는 10억 원 이상의 수입이 왔다 갔다 한다. 쉽게 욕심을 버릴 수 없겠지만 올림픽 참가와 메달 획득을 통한 국위선양을 우선으로 해야 한다. 그리고 매 경기 좋은 결과를 통해 얻는 성취감을 더 크게 봐야 한다. 이번 아시안게임의 실패는 정신적으로 성숙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태극마크를 달고 한 나라를 대표한다는 자부심으로 경기에 임해야만 조금이라도 메달 획득과 병역 혜택에 대한 부담감을 떨칠 수 있다.
광저우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파주 NFC에서 훈련 중인 축구대표팀 선수들. 24년 만에 금메달을 꿈꿨으나 UAE에 불의의 일격을 당하며 3위에 머물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