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포탄을 맞은 연평도에서, 연평도에서 빠져나온 주민들이 묵는 찜질방에서 여러 연평 주민을 만났습니다. 주민들은 하나같이 전쟁을, 전쟁터를 말했습니다. 연평도에 들어가기 전 주민들의 이야기를 들을 때는 “설마 그 정도일까” 했습니다. 하지만 참혹한 현장을 마주 대하니 생각이 확 달라졌습니다. 폭격을 맞아 불타 허물어진 집, 불에 그을린 채 어슬렁거리는 개, 옷가지와 이불을 넣어둔 채 버려진 차들을 보니 긴박한 순간이 눈에 그려졌습니다. 한순간 허망하게 죽을 수 있는 것이 전쟁이었습니다.
찜질방에 임시 거처를 정한 주민들의 모습에서도 피란민이 보였습니다. 정든 고향땅에 돌아갈 수 없는 아픔은 전쟁 실향민의 그것입니다. 6·25전쟁 이후 두 번째 피란길에 오른 노인들은 상실감이 더 큽니다. 그들에게 연평도는 사람답게 살게 해주는 터전이었습니다. 쉽게 입을 열지 않던 할아버지는 한번 입을 여시더니 연평도의 추억, 그리움을 구구절절 털어놓았습니다. 기계처럼 할아버지의 말을 취재노트에 받아쓰던 손이 멈추었습니다.
![전쟁, 함부로 말하지 맙시다](https://dimg.donga.com/egc/CDB/WEEKLY/Article/20/10/12/03/201012030500030_1.jpg)
“육지에 나와보니 참 섭섭해. 육지 사람들은 우리 일을 남 일이라고 생각해. 불안해서 못 살겠다는데 별나다며 눈 흘기는 육지 사람들 때문에 몸이 부르르 떨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