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틱 현대미술관 전경(사진 왼쪽). 오른쪽의 다리는 게이츠헤드 밀레니엄 브리지다.
축구 팬들에게는 뉴캐슬 유나이티드 FC팀으로 기억되는 곳이기도 하죠. 영국 북동부에 자리한 이곳은 타인 강(River Tyne)을 사이에 두고 뉴캐슬과 게이츠헤드가 마주보고 있습니다.
2세기 로마제국에 의해 세워진 하드리아누스 성벽이 남아 있는 2000년 역사의 뉴캐슬게이츠헤드(이하 뉴캐슬)는 19세기까지만 해도 철강제조, 석탄무역, 조선업의 번성으로 영국 산업발전의 주도적인 구실을 했습니다. 하지만 대영제국이 쇠퇴하면서 항만교역량이 줄어 무역업과 조선업도 사양길을 걷게 되죠. 변화가 절실했던 뉴캐슬의 선택은 과연 무엇이었을까요?
타인 강변에 있는 발틱 제분소(Baltic Flour Mill)가 이 질문에 적절한 답변을 해줄 주인공입니다. 제분업계의 거물이던 아서 랭크는 1938년 세계 최고의 제분소를 짓기로 결심합니다. 제2차 세계대전 발발로 잠시 중단됐던 공사는 1949년 마침내 완공돼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곡물을 수입하는 영국 굴지의 제분소로 명성을 날립니다.
비록 뉴캐슬을 흐르는 타인 강변에 세워졌지만 아서 랭크는 자신의 원대한 꿈을 담아 ‘발틱’, 즉 발트해라는 이름을 붙입니다. 하지만 1984년 대형 화재와 영국 전체의 장기 경제침체로 제분소는 문을 닫고 그 후 14년 동안 도시의 흉물로 남게 되죠. 1994년 뉴캐슬 시의회는 발틱 제분소를 세계 최고의 현대미술관으로 변신시키기로 결정합니다.
쇠락한 산업의 상징이 돼버린 발틱 제분소를 철거하자는 의견도 많았지만 워낙 기초공사가 탄탄하다 보니 철거 비용이 새 건물을 짓는 비용을 초과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와, 결국 외관은 그대로 두고 내부만을 미술관으로 개조하기로 한 거죠. 2002년 개관한 발틱 현대미술관은 여느 미술관과 달리 미술관의 영구 컬렉션이 없습니다. 대신 그로 인해 절감된 비용으로 뉴캐슬의 젊은 작가를 양성하고, 세계 미술계의 흐름을 주도할 기획 등에 투자합니다.
미술관은 타인 강은 물론 뉴캐슬 전 도시를 조망할 수 있도록 한 면이 유리로 돼 있습니다. 이렇게 열린 미술관 구조는 작가들에게 많은 영감을 줬는데요. 크리스 버든의 경우 1928년 완공 당시 세계적 공학기술의 상징이던 타인 브리지(Tyne Bridge)를 20분의 1로 축소한 모델을 만들어 실제 타인브리지가 보이는 곳에 설치함으로써 지역민의 자긍심을 고취했습니다.
강철과 유리로 만들어 유려한 곡선미가 일품인 세이지 게이츠헤드음악센터(The Sage Gateshead)를 오른쪽에, 선박 통행 시 다리 전체가 회전해 접히는 게이츠헤드 밀레니엄 브리지를 앞에 둔 발틱 현대미술관은 뉴캐슬을 방문하는 사람들이 가봐야 할 명소로 꼽힙니다.
사람의 몸에 필요한 양식을 생산하는 제분소에서 사람의 영혼에 필요한 자양분을 제공하는 미술관으로 변신한 발틱 미술관은 뉴캐슬을 새로운 문화 비즈니스의 중심지로 떠오르게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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