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말 잘한다고 소문난 강 회장. 그의 연설 능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발음과 발성이 좋을 뿐 아니라 군더더기 없이 핵심만 이야기해 이해하기도 쉽다.
방송이나 조찬모임 등에서 여러 차례 강의도 했다. 연설을 기가 막히게 잘하고 대중적 이미지도 좋은 강 회장이지만 그를 지근거리에서 보는 직원들의 이야기는 전혀 다르다.
사람들을 아주 피곤하게 하는 유형이라는 것. 직원들은 타인의 이야기를 전혀 듣지 않고 유창한 말솜씨를 자랑하며 자신의 말만 계속하는 ‘회장님’과의 식사 자리를 고역으로 여긴다.
# 기획팀 김 과장은 사내에서 말 잘하기로 유명하다. 업무 지시와 보고를 똑 부러지게 잘해 선후배 사이에서 신임이 깊다. 회식 자리에서도 최신 유머와 촌철살인급의 농담으로 분위기를 띄운다. 심지어 동료들이 연애 고민 같은 사적인 상담을 요청해올 정도. 그런 김 과장이 최근 매일 가위에 눌릴 정도로 밤잠을 설치고 있다. 그의 능력을 높이 산 기획팀장이 신상품 프레젠테이션을 하라고 지시했기 때문. 그 내용은 사내 방송을 통해 전 사원에게 전달될 예정이다. 김 과장은 대중과 카메라 앞에 설 생각만 하면 오금이 저려오고 식은땀이 난다.
회사에서 말을 잘하는 사람은 크게 두 가지로 분류된다. ‘스탠딩 스피치(Standing Speech)’를 잘하는 사람과 ‘싯다운 스피치(Sit-down Speech)’를 잘하는 사람이다. 앞서 설명한 강 회장은 공식적인 연설, 즉 스탠딩 스피치에 강하지만 비공식적인 대화, 싯다운 스피치에는 약하다. 김 과장은 반대의 경우다.
김미경 아트스피치 원장은 “회사를 포함해 비즈니스 세계에서는 두 유형의 말하기를 모두 잘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스탠딩 스피치를 잘해야 사람들을 모을 수 있고, 싯다운 스피치를 잘해야 그 사람들을 ‘내 사람’으로 만들 수 있다는 것. 하지만 두 가지 말하기의 기법은 전혀 다르고, 실제 생활하다 보면 이 둘을 혼합해서 말해야 할 상황도 많다.
그럼 지금부터 ‘말하기 실전’이라 할 수 있는 회사생활 및 각종 비즈니스 상황에서의 화법에 대해 스탠딩 스피치와 싯다운 스피치 관점에서 구체적으로 알아본다. 김미경 아트스피치 원장, 정경진 한국커뮤니케이션코치협회 회장, 이정숙 에듀테이너그룹 대표, 유정아 전 KBS 아나운서 겸 서울대 말하기 강사에게서 도움말을 받았다.
‘구체적인 언어로 말하기’|지시할 때
직장 내에서 업무 지시를 할 때는 정확하고 구체적으로 해야 한다. 이정숙 대표는 “모든 지시는 간결하고 분명하게 내리되 지시와 동시에 잔소리를 하지 말 것”을 강조했다. 예를 들어 아래와 같은 지시는 좋지 않다.
“지난번 시장조사는 중요한 부분에 결함이 있었어요. 경쟁사를 고려하지 않은 조사였으니까. 그건 당연히 했어야 하는 거 아닌가요? 이번에는 좀 잘해봅시다. 알았지요?”
대신 이렇게 지시한다. “이번 시장조사는 철저히 경쟁사와 비교, 분석하는 쪽에 초점을 맞추세요.”
‘결론부터 말하기’|보고할 때
“거기 사장을 만났는데요. 사람이 아주 신뢰할 만하고 성격도 좋은 것 같아요. 공장 시설이 좋고 물건 품질도 괜찮아서 납기도 우리가 원하는 시기에 맞출 수 있을 것 같고요.”
계약 성사 여부에 대해 물었을 때 부하 직원이 이렇게 대답한다면 팀장은 복장이 터질 것이다. 보고의 핵심은 ‘결론부터 말하기’다. 보고자 처지에서는 계약 성사까지 얼마나 난관이 많았는지, 그것들을 얼마나 열심히 제거하고 처리했는지 말하고 싶겠지만, 상사가 궁금해하는 것은 결과물. 정경진 회장은 “결론, 이유, 경위, 의견 순으로 보고하는 게 좋다”고 강조했다.
보고할 때 형용사와 부사는 자제하고 명료하게 말한다. 필요할 경우 1회 이상 중간보고를 한다. 여기서 보고의 기본은 지시를 잘 받는 것이다. 지시 내용을 메모하고, 모호한 부분은 반드시 질문해서 명확히 해둔다. 일의 기한도 반드시 확인한다.
‘풀세트로 말하기’|회의 중 의견 피력할 때
정경진 회장은 “회의 중 의견을 말할 때 결론, 근거, 부연설명 등으로 구성된 풀세트로 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지 않고 생각나는 대로 말하면 분위기가 산만해진다. 명확하게 결론을 이야기한 뒤 근거나 이유를 제시한다. 근거 부분에서 말을 흐리는 것은 금물. 풀세트로 말하되 각 부분이 길어져서는 안 된다는 것도 명심하자. 최대한 짧은 문장으로 표현한다.
찬반이 명확한 주제에 대해 회의할 때는 찬성, 반대, 절충안 중 하나로 분명히 말한다. 사람들 의견을 다 들어보고 대세를 따르는 것은 근무 태만이다. 그러나 다른 사람의 의견에 반대할 경우에 ‘노’라고 말하는 것은 옳지 않다. 이럴 땐 ‘YB 화법’을 활용한다. ‘Yes, But’ 즉 “네, ○○님 생각이 옳습니다. 저도 어느 정도는 (이런 점에서) 동의해요. 하지만 저는 ○○ 부분을 좀더 보충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같은 식으로 말해야 한다.
이는 회의뿐 아니라 모든 업무 말하기와 사적인 대화에서도 명심해야 한다. 또 본인이 질문하고 본인이 답변하는 레토릭 화법을 사용해 부정적 의견을 사전에 봉쇄하면 인상적인 말하기가 된다. “이렇게 말하면 예산이 부족해서 불가능하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전 예산 마련을 위한 대안도 생각했습니다”라는 식으로 말하는 것. 의사 결정권자에게 길고 진지하게 눈을 맞추는 ‘애티튜드’도 중요하다.
‘뼈대 세운 후 데커레이션하기’|프레젠테이션할 때
프레젠테이션은 스탠딩 스피치의 대표적인 형태다. 임원진 보고부터 대중 강연까지 형태도 다양하다. 하지만 핵심은 동일하다. 내용의 뼈대가 확실히 서 있어야 한다는 것. 이정숙 대표는 “서론, 본론, 결론의 척추부터 배치한 뒤 중추에 해당하는 본론에 3개 정도의 갈비뼈(보편타당성이 인정된 근거)를 붙이라”고 조언했다. 또 뼈대를 세운 후에는 키워드를 머릿속에 오래 남기기 위해 ‘3·3기법’을 활용하라고 덧붙였다. 3·3기법은 키워드 3개를 3번 언급하라는 뜻. 키워드는 서론에서 한 번, 본론에서 각각 풀어서 한 번, 결론에서 다시 한 번 언급한다.
데커레이션은 흥미로운 스토리, 즉 구체적인 에피소드를 말한다. 보고 형태의 프레젠테이션보다 대중 강연에서 에피소드는 더욱 중요한 구실을 한다. 김미경 원장은 “청중의 공감을 일으키는 건 다양한 에피소드”라면서 “1시간 강의에는 에피소드가 30개 이상 들어가야 지루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판단하지 말고 사실만 말하기’|외국인과 미팅할 때
외국인과의 미팅 자리에서 자신의 판단을 강요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있는 그대로의 사실만을 말하고, 판단은 상대방이 하게 한다. 중언부언 설명하는 것도 좋지 않다. 말하고자 하는 바를 간결하게 이야기한다. 이정숙 대표는 “최근 외국계 투자회사들은 한 줄 프레젠테이션, 즉 한 줄로 자신이 원하는 바를 이야기하는 것을 선호한다”고 설명했다.
미국 등지에서 한 줄 소통을 대표하는 ‘트위터(소셜 네트워크 서비스)’가 인기를 끌고 ‘엘리베이터 피치’가 각광받는 것도 같은 이유다. 또 하나 중요한 점은 외모, 사생활, 종교, 아이들 문제 등 지극히 개인적인 부분과 상대방이 꺼릴 수도 있는 주제에 대해서는 말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 대신 음악이나 요리, 스포츠 등 상대방의 취향에 대해 언급한다.
‘상대 마음을 훔치는 말하기’|영업할 때
“그 상품은 사실 광고비로 수익이 다 나가기 때문에 품질은 형편없어요. 저희 상품은 광고는 거의 하지 않지만, 품질이 정말 훌륭합니다. 오늘 아니면 이 상품을 이렇게 좋은 가격에 살 수가 없어요. 마지막 기회입니다.”
이렇게 말하는 것은 영업할 때 가장 범하기 쉬운 잘못된 말하기다. 한 번에 모든 것을 얻어내려고 했고, 심지어 다른 회사 제품을 깎아내리기까지 했다. 유정아 강사는 영업과 같이 설득하는 말하기를 할 때 “과도한 욕심을 버리고 상대방의 생각에 잔잔한 파문을 일으키겠다는 마음으로 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즉 한 번에 모든 것을 얻어내려 하기보다는 여러 차례 작은 것으로부터 마음을 훔쳐야 한다는 것.
정경진 회장도 “처음부터 물건을 팔려는 목적으로만 말하는 것은 금물”이라며 “거절을 당해도 괜찮다는 긍정적인 마인드를 가지고 말을 건네야 한다”고 말했다. 즉 처음 만났을 때 ‘대면했으니, 다음번엔 인사를 건넬 수 있겠구나’ 생각하고, 두 번째 만났을 때 ‘앞으로 2~3번 더 만나면 친분을 맺을 수 있겠구나’라고 믿으라는 것.
또 직접 상품에 대한 설명을 주저리주저리 늘어놓기보다는 고객에게 ‘이 상품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느냐?’며 질문을 던지는 게 좋다. 이후 고객의 말을 경청하면서 실제로 고객이 원하는 게 무엇인지 파악한다. 여기서 유의할 점은 다른 회사의 제품을 흠집 내면 절대로 안 된다는 것.
타사 제품을 칭찬하는 고객에게 “그 제품도 굉장히 좋다”고 말한 뒤 “우리 제품도 그에 못지않은 좋은 점을 가지고 있다”고 덧붙여야 한다. 여기에 우리 제품만의 강점을 자연스럽게 추가해야 심리적 저항을 막을 수 있다.
‘2배로 맞장구치기’|전화로 비즈니스할 때
상당수 업무와 비즈니스 미팅 등은 직접 만나서 이뤄지지만 피치 못할 경우 전화로 진행될 때가 있다. 이럴 경우 표정 등 비언어적인 메시지를 전달할 수 없으므로 더욱 말하기에 유의해야 한다. 유정아 강사는 “전화에서도 짤막하지만 대화의 단계를 모두 밟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즉 자신이 누구인지 명확하게 밝히고 시간을 빼앗는 것에 양해를 구한 뒤 용건을 말해야 한다.
이후 말하고자 하는 바가 제대로 전달됐는지 확인하고 그 내용을 다시 한 번 정리해준 다음 통화를 마쳐야 한다. 김미경 원장은 “첫 통화에서 모든 목적을 이루려 하지 말라”고 말했다. 즉 ‘본전화’ 이전에 ‘예고전화’를 해야 한다는 것. 통화의 용건이 무엇인지 간단히 전달해 상대방으로 하여금 준비할 여유를 준 뒤 그 사람이 편안한 시간에 다시 통화해야 한다.
또 상대방에 대한 기본 정보(나이, 성별, 학교, 직장, 고향 등) 중 공감대를 끌어낼 만한 요소를 찾아내야 한다. 한 번은 서로 공감하며 웃어야 이후 대화가 원활해진다. 맞장구나 추임새도 대면할 때보다 2배 이상 해줘야 한다. 특히 전화에서 상대방의 말을 자르면 자칫 큰 불쾌감을 줄 수 있으니 끝까지 듣는 인내가 필요하다.
‘KISS를 기억하며 말하기’|싯다운 스피치 달인이 되고자 할 때
싯다운 스피치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말을 독식하지 않는 것’이다. 회식 자리가 고역이 될 때는 특정 인물(주로 부장 이상의 간부급)이 이야기를 독식할 때다. 즐거워야 할 회식이 ‘부장님 강연’ 자리가 되면, 부하 직원들은 조용히 식사만 하거나 작은 소리로 자기들끼리 이야기한다.
싯다운 스피치의 달인이 되려면 아무리 잘 아는 주제라도 5분 이상 말하지 않아야 한다. 또 자신이 모임의 ‘사회자’가 되어 참석자에게 말할 기회를 주는 것도 좋다. 상대방의 관심사를 질문해주고, 다른 사람이 이야기할 때는 적절하게 맞장구치면서 경청한다. 유머도 싯다운 스피치에서 빼놓을 수 없는 요소다. 정경진 회장은 “유머를 말할 때는 ‘KISS’를 기억하라”고 설명했다.
심플하고 스마트(Keep It Simple · Smart)하면서도 쉽게 상상할 수 있는 내용에서 벗어나야 한다. 아래의 유머가 좋은 예가 될 수 있다.
“사장님! 산에 오르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산이 거기 있기 때문이지.”
“그럼 부장님이 산에 오르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사장님이 거기 가기 때문이지.”
자신을 낮춰 편안한 웃음을 만들고, 듣는 사람이 상처받을 수 있는 이야기는 하지 않으며, 청중의 취향을 고려해 적절한 시기에 적합한 내용의 유머를 하는 게 좋다. 동료에 대해 적절한 칭찬도 싯다운 스피치의 필수적인 부분이다. 정경진 회장은 “구체적, 간접적, 공개적으로 칭찬하라”고 강조했다.
즉 ‘오늘 코디가 좋네요’보다는 ‘오늘 넥타이가 와이셔츠랑 매치가 잘되네요’로(구체적), ‘존경하는 교수님을 만나서 영광입니다’보다는 ‘제 친구가 존경하는 교수님이라고 여러 차례 이야기해서 뵙고 싶었습니다’로(간접적), 둘이 있을 때보다는 회의나 회식 때(공개적) 칭찬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여기서 꼭 명심해야 할 점은 칭찬을 한 뒤 잔소리를 덧붙이지 말라는 것. 상대방은 칭찬은 잊고 잔소리만 기억하게 된다.
참고서적 : ‘성공하는 직장인의 7가지 대화법’(크레듀), ‘유정아의 서울대 말하기 강의’(문학동네), ‘성공하는 직장인은 대화법이 다르다’(더난출판), ‘디테일 토킹’(다산라이프)
방송이나 조찬모임 등에서 여러 차례 강의도 했다. 연설을 기가 막히게 잘하고 대중적 이미지도 좋은 강 회장이지만 그를 지근거리에서 보는 직원들의 이야기는 전혀 다르다.
사람들을 아주 피곤하게 하는 유형이라는 것. 직원들은 타인의 이야기를 전혀 듣지 않고 유창한 말솜씨를 자랑하며 자신의 말만 계속하는 ‘회장님’과의 식사 자리를 고역으로 여긴다.
# 기획팀 김 과장은 사내에서 말 잘하기로 유명하다. 업무 지시와 보고를 똑 부러지게 잘해 선후배 사이에서 신임이 깊다. 회식 자리에서도 최신 유머와 촌철살인급의 농담으로 분위기를 띄운다. 심지어 동료들이 연애 고민 같은 사적인 상담을 요청해올 정도. 그런 김 과장이 최근 매일 가위에 눌릴 정도로 밤잠을 설치고 있다. 그의 능력을 높이 산 기획팀장이 신상품 프레젠테이션을 하라고 지시했기 때문. 그 내용은 사내 방송을 통해 전 사원에게 전달될 예정이다. 김 과장은 대중과 카메라 앞에 설 생각만 하면 오금이 저려오고 식은땀이 난다.
회사에서 말을 잘하는 사람은 크게 두 가지로 분류된다. ‘스탠딩 스피치(Standing Speech)’를 잘하는 사람과 ‘싯다운 스피치(Sit-down Speech)’를 잘하는 사람이다. 앞서 설명한 강 회장은 공식적인 연설, 즉 스탠딩 스피치에 강하지만 비공식적인 대화, 싯다운 스피치에는 약하다. 김 과장은 반대의 경우다.
김미경 아트스피치 원장은 “회사를 포함해 비즈니스 세계에서는 두 유형의 말하기를 모두 잘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스탠딩 스피치를 잘해야 사람들을 모을 수 있고, 싯다운 스피치를 잘해야 그 사람들을 ‘내 사람’으로 만들 수 있다는 것. 하지만 두 가지 말하기의 기법은 전혀 다르고, 실제 생활하다 보면 이 둘을 혼합해서 말해야 할 상황도 많다.
그럼 지금부터 ‘말하기 실전’이라 할 수 있는 회사생활 및 각종 비즈니스 상황에서의 화법에 대해 스탠딩 스피치와 싯다운 스피치 관점에서 구체적으로 알아본다. 김미경 아트스피치 원장, 정경진 한국커뮤니케이션코치협회 회장, 이정숙 에듀테이너그룹 대표, 유정아 전 KBS 아나운서 겸 서울대 말하기 강사에게서 도움말을 받았다.
‘구체적인 언어로 말하기’|지시할 때
직장 내에서 업무 지시를 할 때는 정확하고 구체적으로 해야 한다. 이정숙 대표는 “모든 지시는 간결하고 분명하게 내리되 지시와 동시에 잔소리를 하지 말 것”을 강조했다. 예를 들어 아래와 같은 지시는 좋지 않다.
“지난번 시장조사는 중요한 부분에 결함이 있었어요. 경쟁사를 고려하지 않은 조사였으니까. 그건 당연히 했어야 하는 거 아닌가요? 이번에는 좀 잘해봅시다. 알았지요?”
대신 이렇게 지시한다. “이번 시장조사는 철저히 경쟁사와 비교, 분석하는 쪽에 초점을 맞추세요.”
‘결론부터 말하기’|보고할 때
“거기 사장을 만났는데요. 사람이 아주 신뢰할 만하고 성격도 좋은 것 같아요. 공장 시설이 좋고 물건 품질도 괜찮아서 납기도 우리가 원하는 시기에 맞출 수 있을 것 같고요.”
계약 성사 여부에 대해 물었을 때 부하 직원이 이렇게 대답한다면 팀장은 복장이 터질 것이다. 보고의 핵심은 ‘결론부터 말하기’다. 보고자 처지에서는 계약 성사까지 얼마나 난관이 많았는지, 그것들을 얼마나 열심히 제거하고 처리했는지 말하고 싶겠지만, 상사가 궁금해하는 것은 결과물. 정경진 회장은 “결론, 이유, 경위, 의견 순으로 보고하는 게 좋다”고 강조했다.
보고할 때 형용사와 부사는 자제하고 명료하게 말한다. 필요할 경우 1회 이상 중간보고를 한다. 여기서 보고의 기본은 지시를 잘 받는 것이다. 지시 내용을 메모하고, 모호한 부분은 반드시 질문해서 명확히 해둔다. 일의 기한도 반드시 확인한다.
‘풀세트로 말하기’|회의 중 의견 피력할 때
정경진 회장은 “회의 중 의견을 말할 때 결론, 근거, 부연설명 등으로 구성된 풀세트로 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지 않고 생각나는 대로 말하면 분위기가 산만해진다. 명확하게 결론을 이야기한 뒤 근거나 이유를 제시한다. 근거 부분에서 말을 흐리는 것은 금물. 풀세트로 말하되 각 부분이 길어져서는 안 된다는 것도 명심하자. 최대한 짧은 문장으로 표현한다.
찬반이 명확한 주제에 대해 회의할 때는 찬성, 반대, 절충안 중 하나로 분명히 말한다. 사람들 의견을 다 들어보고 대세를 따르는 것은 근무 태만이다. 그러나 다른 사람의 의견에 반대할 경우에 ‘노’라고 말하는 것은 옳지 않다. 이럴 땐 ‘YB 화법’을 활용한다. ‘Yes, But’ 즉 “네, ○○님 생각이 옳습니다. 저도 어느 정도는 (이런 점에서) 동의해요. 하지만 저는 ○○ 부분을 좀더 보충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같은 식으로 말해야 한다.
이는 회의뿐 아니라 모든 업무 말하기와 사적인 대화에서도 명심해야 한다. 또 본인이 질문하고 본인이 답변하는 레토릭 화법을 사용해 부정적 의견을 사전에 봉쇄하면 인상적인 말하기가 된다. “이렇게 말하면 예산이 부족해서 불가능하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전 예산 마련을 위한 대안도 생각했습니다”라는 식으로 말하는 것. 의사 결정권자에게 길고 진지하게 눈을 맞추는 ‘애티튜드’도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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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뼈대 세운 후 데커레이션하기’|프레젠테이션할 때
프레젠테이션은 스탠딩 스피치의 대표적인 형태다. 임원진 보고부터 대중 강연까지 형태도 다양하다. 하지만 핵심은 동일하다. 내용의 뼈대가 확실히 서 있어야 한다는 것. 이정숙 대표는 “서론, 본론, 결론의 척추부터 배치한 뒤 중추에 해당하는 본론에 3개 정도의 갈비뼈(보편타당성이 인정된 근거)를 붙이라”고 조언했다. 또 뼈대를 세운 후에는 키워드를 머릿속에 오래 남기기 위해 ‘3·3기법’을 활용하라고 덧붙였다. 3·3기법은 키워드 3개를 3번 언급하라는 뜻. 키워드는 서론에서 한 번, 본론에서 각각 풀어서 한 번, 결론에서 다시 한 번 언급한다.
데커레이션은 흥미로운 스토리, 즉 구체적인 에피소드를 말한다. 보고 형태의 프레젠테이션보다 대중 강연에서 에피소드는 더욱 중요한 구실을 한다. 김미경 원장은 “청중의 공감을 일으키는 건 다양한 에피소드”라면서 “1시간 강의에는 에피소드가 30개 이상 들어가야 지루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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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단하지 말고 사실만 말하기’|외국인과 미팅할 때
외국인과의 미팅 자리에서 자신의 판단을 강요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있는 그대로의 사실만을 말하고, 판단은 상대방이 하게 한다. 중언부언 설명하는 것도 좋지 않다. 말하고자 하는 바를 간결하게 이야기한다. 이정숙 대표는 “최근 외국계 투자회사들은 한 줄 프레젠테이션, 즉 한 줄로 자신이 원하는 바를 이야기하는 것을 선호한다”고 설명했다.
미국 등지에서 한 줄 소통을 대표하는 ‘트위터(소셜 네트워크 서비스)’가 인기를 끌고 ‘엘리베이터 피치’가 각광받는 것도 같은 이유다. 또 하나 중요한 점은 외모, 사생활, 종교, 아이들 문제 등 지극히 개인적인 부분과 상대방이 꺼릴 수도 있는 주제에 대해서는 말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 대신 음악이나 요리, 스포츠 등 상대방의 취향에 대해 언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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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 마음을 훔치는 말하기’|영업할 때
“그 상품은 사실 광고비로 수익이 다 나가기 때문에 품질은 형편없어요. 저희 상품은 광고는 거의 하지 않지만, 품질이 정말 훌륭합니다. 오늘 아니면 이 상품을 이렇게 좋은 가격에 살 수가 없어요. 마지막 기회입니다.”
이렇게 말하는 것은 영업할 때 가장 범하기 쉬운 잘못된 말하기다. 한 번에 모든 것을 얻어내려고 했고, 심지어 다른 회사 제품을 깎아내리기까지 했다. 유정아 강사는 영업과 같이 설득하는 말하기를 할 때 “과도한 욕심을 버리고 상대방의 생각에 잔잔한 파문을 일으키겠다는 마음으로 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즉 한 번에 모든 것을 얻어내려 하기보다는 여러 차례 작은 것으로부터 마음을 훔쳐야 한다는 것.
정경진 회장도 “처음부터 물건을 팔려는 목적으로만 말하는 것은 금물”이라며 “거절을 당해도 괜찮다는 긍정적인 마인드를 가지고 말을 건네야 한다”고 말했다. 즉 처음 만났을 때 ‘대면했으니, 다음번엔 인사를 건넬 수 있겠구나’ 생각하고, 두 번째 만났을 때 ‘앞으로 2~3번 더 만나면 친분을 맺을 수 있겠구나’라고 믿으라는 것.
또 직접 상품에 대한 설명을 주저리주저리 늘어놓기보다는 고객에게 ‘이 상품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느냐?’며 질문을 던지는 게 좋다. 이후 고객의 말을 경청하면서 실제로 고객이 원하는 게 무엇인지 파악한다. 여기서 유의할 점은 다른 회사의 제품을 흠집 내면 절대로 안 된다는 것.
타사 제품을 칭찬하는 고객에게 “그 제품도 굉장히 좋다”고 말한 뒤 “우리 제품도 그에 못지않은 좋은 점을 가지고 있다”고 덧붙여야 한다. 여기에 우리 제품만의 강점을 자연스럽게 추가해야 심리적 저항을 막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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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배로 맞장구치기’|전화로 비즈니스할 때
상당수 업무와 비즈니스 미팅 등은 직접 만나서 이뤄지지만 피치 못할 경우 전화로 진행될 때가 있다. 이럴 경우 표정 등 비언어적인 메시지를 전달할 수 없으므로 더욱 말하기에 유의해야 한다. 유정아 강사는 “전화에서도 짤막하지만 대화의 단계를 모두 밟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즉 자신이 누구인지 명확하게 밝히고 시간을 빼앗는 것에 양해를 구한 뒤 용건을 말해야 한다.
이후 말하고자 하는 바가 제대로 전달됐는지 확인하고 그 내용을 다시 한 번 정리해준 다음 통화를 마쳐야 한다. 김미경 원장은 “첫 통화에서 모든 목적을 이루려 하지 말라”고 말했다. 즉 ‘본전화’ 이전에 ‘예고전화’를 해야 한다는 것. 통화의 용건이 무엇인지 간단히 전달해 상대방으로 하여금 준비할 여유를 준 뒤 그 사람이 편안한 시간에 다시 통화해야 한다.
또 상대방에 대한 기본 정보(나이, 성별, 학교, 직장, 고향 등) 중 공감대를 끌어낼 만한 요소를 찾아내야 한다. 한 번은 서로 공감하며 웃어야 이후 대화가 원활해진다. 맞장구나 추임새도 대면할 때보다 2배 이상 해줘야 한다. 특히 전화에서 상대방의 말을 자르면 자칫 큰 불쾌감을 줄 수 있으니 끝까지 듣는 인내가 필요하다.
‘KISS를 기억하며 말하기’|싯다운 스피치 달인이 되고자 할 때
싯다운 스피치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말을 독식하지 않는 것’이다. 회식 자리가 고역이 될 때는 특정 인물(주로 부장 이상의 간부급)이 이야기를 독식할 때다. 즐거워야 할 회식이 ‘부장님 강연’ 자리가 되면, 부하 직원들은 조용히 식사만 하거나 작은 소리로 자기들끼리 이야기한다.
싯다운 스피치의 달인이 되려면 아무리 잘 아는 주제라도 5분 이상 말하지 않아야 한다. 또 자신이 모임의 ‘사회자’가 되어 참석자에게 말할 기회를 주는 것도 좋다. 상대방의 관심사를 질문해주고, 다른 사람이 이야기할 때는 적절하게 맞장구치면서 경청한다. 유머도 싯다운 스피치에서 빼놓을 수 없는 요소다. 정경진 회장은 “유머를 말할 때는 ‘KISS’를 기억하라”고 설명했다.
심플하고 스마트(Keep It Simple · Smart)하면서도 쉽게 상상할 수 있는 내용에서 벗어나야 한다. 아래의 유머가 좋은 예가 될 수 있다.
“사장님! 산에 오르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산이 거기 있기 때문이지.”
“그럼 부장님이 산에 오르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사장님이 거기 가기 때문이지.”
자신을 낮춰 편안한 웃음을 만들고, 듣는 사람이 상처받을 수 있는 이야기는 하지 않으며, 청중의 취향을 고려해 적절한 시기에 적합한 내용의 유머를 하는 게 좋다. 동료에 대해 적절한 칭찬도 싯다운 스피치의 필수적인 부분이다. 정경진 회장은 “구체적, 간접적, 공개적으로 칭찬하라”고 강조했다.
즉 ‘오늘 코디가 좋네요’보다는 ‘오늘 넥타이가 와이셔츠랑 매치가 잘되네요’로(구체적), ‘존경하는 교수님을 만나서 영광입니다’보다는 ‘제 친구가 존경하는 교수님이라고 여러 차례 이야기해서 뵙고 싶었습니다’로(간접적), 둘이 있을 때보다는 회의나 회식 때(공개적) 칭찬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여기서 꼭 명심해야 할 점은 칭찬을 한 뒤 잔소리를 덧붙이지 말라는 것. 상대방은 칭찬은 잊고 잔소리만 기억하게 된다.
참고서적 : ‘성공하는 직장인의 7가지 대화법’(크레듀), ‘유정아의 서울대 말하기 강의’(문학동네), ‘성공하는 직장인은 대화법이 다르다’(더난출판), ‘디테일 토킹’(다산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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