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변에 어울리는 롱 비치드레스에 롱 스카프를 이용해 ‘오피스룩’으로 ‘변신’한 드라마 ‘스타일’의 김혜수 씨입니다. 싫든 좋든 머리부터 발끝까지 ‘핫이슈’가 되겠죠. 오른쪽은 주이시 쿠튀르의 롱 비치드레스입니다. 괜찮나요?
네, 갤러리아백화점요. 제가 ‘이니셜반발위원회’와 ‘패션로고의 모자이크 처리에 반대하는 사람들의 모임’ 준비위원이란 얘기 했던가요? 인권보호도 아니고, 드라마에선 노골적으로 PPL 할 거 다 하면서 이름과 로고를 알아볼 수 있을 정도로 희끄무레 뭉개고 청테이프를 가운데만 죽죽 붙여서 흉하게 화면을 만들잖아요.
연출자와 출연자, 스타일리스트의 ‘행동’과 ‘본심’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흉악범이 입고 나와 뉴스에서 반복적으로 노출되는 특정 로고는 좀 가려줘야 한다고 봅니다만). 토요일 압구정동 갤러리아백화점 서관의 엘리베이터 안에서 제 눈을 몹시 끌어당긴 여성이 있었어요.
업스타일로 올려 묶은 머리와 커다란 ‘버그아이’ 선글라스, 빼놓지 않고 한 손에 든 별다방 아이스카페라테컵까지 소품과 애티튜드는 완벽한 트렌드세터인데, 저희 어머니가 삼복더위에 집에서 입으시는 것과 비슷한 ‘홈드레스’를 그녀가 입고 있었기 때문이죠.
‘아놔, 패션을 모르는 것들 때문에 귀찮아죽겠거든’이란 점선 말풍선을 달고 지하에서 4층까지 올라가는 내내 모서리에 얼굴을 박고 있었으므로 살짝살짝 그녀의 ‘홈드레스’를 구경할 수 있었어요. 어머니의 여름용 홈드레스와 그녀의 롱 비치드레스의 공통점은 가느다란 2개의 어깨끈만 가슴 라인에 연결돼 있어 말 그대로 과감한 에지 사이로 속살을 ‘노출’한다는 점이었어요.
어머니는 말씀하시죠. “아무도 안 보는 집에서 입는데 어떠냐. 시원하면 됐지!” 놀라운 건 식당가에서였어요.한때 갤러리아백화점에 오면 다들 벨벳 트레이닝복을 입고 다녀서 패셔니스타들 사이에 격론이 있었어요. 요가 하는 거 자랑하러 백화점에 오냐, 퍼덕이는 ‘추리닝’ 바지와 출렁이는 살이 진정 매력적이냐 등등.
이번엔 틀림없이, 롱 비치드레스를 입고 도심, 즉 백화점과 오피스에 ‘나다니는’ 것이 패션의 발전과 트렌드세터의 자기 보호를 위해 올바른 애티튜드인지를 두고 격론이 벌어질 거예요. 식당에 롱 비치드레스 입은 여성들이 적지 않았거든요. 그녀들이 차에서 먹을 충무김밥을 포장하기 위해 바캉스 가는 길에 들렀다거나, 집에서 자다 허기가 져 한걸음에 달려와 오거닉캘리포니아롤을 먹느라 황망한 정신에 그 차림이 아니란 건 확실했어요.
식당 바닥을 끄는 롱 비치드레스만 빼면 그녀들은 완벽한 메이크업과 하이힐, 포멀한 스타일의 스카프로 세심한 스타일링을 보여주고 있었거든요. 더 놀란 건 제가 자주 가는 매장에 가니, 숍마스터도 롱 비치드레스를 입고 있었다는 것! 숍마스터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핫이슈’랍니다.
“올해는 사무실에서도 롱 비치드레스를 입게 될걸요? 단색이나 잔잔한 페이즐리 무늬에 벙벙하지 않고 슬림한 디자인이 많이 나왔어요. 대신 길이는 바닥에 끌릴 정도로 길어야죠. 여기에 롱 스카프를 목에 감으면 오피스룩으로 변신하죠.”(J 숍마스터)
변신? 그날 밤 화제의 드라마 ‘스타일’을 보니, 과연 잡지사 차장이 롱 비치드레스에 스카프를 감고 화보 촬영을 가서 진흙 바닥에 나뒹굴더군요. 바닷가에서 일도 하고 넘어지기도 하려면 꼭 필요하겠더라고요. 또 수영장에 인터뷰이를 따라가기도 하고, 물에서 허우적거릴 때도 드라마틱한 변신의 효과가 있던걸요. 전 혼자 심각한 표정으로 끄덕끄덕했습니다. 올레~, 하나 사자. 저런 상황이 생길지 어떨지 몰라도.
8월, 몹시 에지 있는 롱 비치드레스녀들이 도시와 식당과 사무실을 접수할 겁니다. 틀림없어요. 내기하실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