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
그러나 이를 바라보는 시선은 대조적이다. 미국에선 큰 관심을 끌긴 했지만 비난이나 지탄은 없었다. 반면 한국에선 상당한 비판 여론이 뒤따랐다.
무엇 때문일까. 두 가지 이유가 있다. 국내 대중예술인들이 자초한 면도 있지만, 연예인에 대한 우리 사회의 편견과 고정관념 탓이 크다.
평소에는 뚜렷한 정치적 소신을 보이지 않다가 선거 때만 반짝 정치무대에 나서는 행태에 대한 비판은 분명 연예인들이 감당해야 할 몫이다.
그러나 한편으론 연예인들이 나서는 것에 대한 거부감도 있는 듯하다. 이는 최근 유명 가수의 병역비리 파동에서 대중이 보인 반응과 비슷한 이유다. 똑똑하다는 인상을 심어준 이 가수에게 쏟아진 돌팔매에는 ‘똑똑한 연예인’에 대해 대중이 갖는 못마땅한 심사가 드러난 것으로 보인다.
앞서 예로 든 스필버그처럼 할리우드에는 분명한 정치의식을 갖고 평소 활발한 정치활동을 벌이는 대중예술인이 많다. 흥미로운 것은 영화 속에서도 배우의 정치적 성향이 드러나는 경우다.
가수이자 배우인 바브라 스트라이샌드가 민주당 지지자라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 그의 실제 면모는 그가 출연한 영화 ‘추억’에서의 모습과 유사하다. 대학 시절 짝사랑을 만나 결혼까지 하지만 헤어진 뒤 우연히 길에서 다시 만나는 과정을 그린 이 영화는 멜로물이지만 미국의 정치운동사와 사회상을 잘 보여준다. 영화에서 여주인공 케이티는 대학 시절부터 꾸준히 정치운동에 참여해 사회에 진출해서도 수십 년간 사회개혁 운동을 벌인다. 실제의 바브라 스트라이샌드와 완전히 같다고 하긴 어렵지만 사회참여라는 면만 보면 그의 자전적 영화라고도 할 만하다.
또 다른 사회참여파 배우 제인 폰다의 활약상도 그가 출연한 영화 ‘차이나 신드롬’에서의 모습과 닮았다. 영화에서 TV 리포터로 분한 제인 폰다는 반핵운동 진영에 가담해 용감히 맞서는데, 베트남전 반대부터 최근 이라크 반대 운동까지 현실 속 제인 폰다의 모습을 엿볼 수 있다.
한국의 대중예술인들은 공인이냐 아니냐는 논란에 종종 휩싸인다. 이 논란에 답을 내놓기는 쉽지 않다. 다만 대중적인 인기만큼 사회적 책임도 무시할 수 없다. 그렇다면 연예인들의 정치 참여는 지탄받을 게 아니라 오히려 권장받아야 하는지도 모른다. 다만 누구를 지지하든, 자신의 신념에 책임을 진다는 전제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