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전 선수는 ‘천원의 행복’ 프로그램을 기획한 세종문화회관 공연기획팀, 수도요금 고지서를 개선한 상수도사업본부, ‘피크전력 경보시스템’을 개발한 도시철도공사, 건설현장 알리미 시스템을 구축한 건설안전본부, ‘고객 중심 지하철 건설’을 실천하는 지하철건설본부, 교통요금 소득공제 시스템을 구축한 행정국 등 모두 7팀. 이 행사에 오세훈 서울시장을 비롯해 각계 전문가와 시민 대표, 시의원, 자치구청장, 기관별 창의 담당자, 투자·출연기관장 등 350여 명이 관객으로 참여했다.
작지만 혁신적인 변화 일으켜
‘애교형’부터 ‘강의형’까지, 각 팀을 대표하는 발제자들의 프레젠테이션엔 저마다 개성이 넘쳤다. 발표도 내용도 창의적으로 하려는 그들의 노력은 잔잔한 감동까지 불러일으킨다.
“여권발급 기간, 4일이면 늦습니다. 기계가 있는 구청이라면 하루 안에 여권을 시민에게 전달할 수 있습니다!”
네 번째 발제자 송파구청 김성택 여권과장이 ‘여권 즉시 발급제’에 대한 프레젠테이션을 마치자 객석에서 박수갈채가 터져나왔다. 과거 5~10일 걸리던 여권발급 시간을 짧게는 3시간, 길게는 48시간으로 줄인 ‘송파구의 여권발급 혁명’에 대해 찬사를 보낸 것.
드디어 평가의 순간! 시민과 전문가로 구성된 90명의 평가단이 일제히 버튼을 눌렀다. 회의장 앞에 마련된 전광판에 합산 점수 96점이 떴다. 이날 송파구의 ‘여권 즉시 발급제’는 6팀의 경쟁자를 물리치고 1등을 차지했다. 직원들이 야근, 특근을 하며 누적된 여권 신청분 2500여 건을 처리하고, ‘민원인의 편의’를 우선시한 결과였다. 이 제도는 서울 25개 자치구를 비롯해 인천 경기 등 타 시도에 확산될 방침이다.
6월26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창의시정 1주년 창의 우수사례 발표회’에서 1등을 차지한 김성택 송파구청 여권과장이 프레젠테이션을 하고 있다.
서울시는 직원들이 창의적 아이디어를 개진할 수 있는 다양한 창구를 열어놓았다. 매달 각국 부서 단위의 ‘창의 아이디어 및 사례 발표회’를 여는가 하면, 직원 개인이 자율적으로 의견을 낼 수 있는 ‘상상뱅크’도 운영 중이다. 7월2일까지 ‘상상뱅크’에 등록된 아이디어는 무려 3만7441건에 이른다.
‘상상용광로’가 각 국실 단위로 직원들이 관련 업무에 대해 의견을 교환하는 장이라면, 포털사이트 ‘천만상상 오아시스’(www. seouloasis.net)는 시민, 공무원, 전문가 모두가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 공간이다.
다양한 아이디어 마법 같은 힘
6월25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천원의 행복’ 공연(위). 서울시청 서소문별관 1동에 마련된 다산플라자는 시민이 담당공무원을 만나 원스톱으로 민원을 해결할 수 있는 민원서비스 공간이다. 다산플라자 역시 창의시정의 일환으로 마련됐다.
‘발상의 전환’으로 돈 한 푼 들이지 않고 시민의 불만을 해소한 경우도 있었다. 행정국 박영래 씨가 제안한 ‘교통요금도 소득공제를 받자’는 아이디어가 바로 그것. 교통카드 사용금액에 대해 현금영수증을 발급해달라는 민원을 자주 듣던 그는 곧 해결방안을 찾아나섰다. 하지만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쉽지만은 않았다. 현금영수증을 발급하는 것은 시청 업무가 아니라 국세청 업무이기 때문. 1회 교통요금이 5000원 미만이고 교통카드는 상품권에 해당돼 현금영수증을 발급할 수 없다는 것이 국세청의 의견이었다.
하지만 박씨는 포기하지 않았다. 대법원 판례와 법률자문 자료를 국세청에 제출하고 수차례 합의를 거쳐 교통카드 소득공제 근거를 마련했다. 그의 노력 덕분에 5월부터 지하철 정기권이나 티머니, 유패스 등의 선불교통카드 이용객도 현금영수증을 발급받을 수 있게 됐다. 서울시민들은 이로써 연 300억원의 연말 세금환급 혜택을 받게 됐다.
직원들의 창의와 상상력이 모여 문제가 더 쉽게 풀리기도 했다. 상수도사업본부 서경모 씨는 시민들이 딱딱한 기존 수도요금 고지서를 이해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것을 발견하고, 새로운 고지서를 만드는 작업에 착수했다. 이때 그의 고민을 덜어준 것은 ‘아리수 상상코너’에 올라온 직원들의 다양한 아이디어였다. ‘변상위약금이라는 용어가 어려우니 쉽게 계량기 교체대금으로 바꾸자’ ‘관리번호는 색깔을 달리해 구별을 쉽게 하자’ ‘수전번호는 시민들에게 불필요하니 삭제하자’ 등 창의적 제안이 봇물처럼 쏟아져나온 것. 이러한 직원들의 노력으로 3월 새로운 수도요금 안내서가 첫선을 보였다. 시민들은 “고지서가 예쁘고 보기 쉬워 좋다”며 찬사를 보냈다.
시민들 참여·독려도 중요 성과
세종문화회관이 추진하는 ‘천원의 행복’ 공연은 저소득층의 문화체험 기회를 확대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천원의 행복’은 인터넷 신청에서 당첨된 서울시민이면 누구나 관람료 1000원으로 한 달에 한 번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리는 공연을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 지금까지 5차례 열린 공연에 1000명이 넘는 서울시민이 다녀갔다. 문화 소외계층을 우선적으로 초청한 것은 물론이다. 저명한 사회학자 피에르 부르디외의 ‘문화계급론’도 ‘천원의 행복’ 프로젝트에선 통하지 않는 셈이다.
공사 현장에 버려지던 보차도 경계석을 재활용하는 아이디어는 예산 절감은 물론 환경보호 효과까지 얻었다. 서울시설관리공단은 지난해 경인지하차도보수공사에서 1700개의 경계석을 재활용해 2400만원의 공사비를 절감했다. 그뿐만 아니라 버려지는 보도블록이나 기타 건설 재활용 자재를 사회복지 시설에 무상 공급·시공까지 해주는 나눔을 실천할 예정이다.
시민 참여를 독려한 것도 창의시정의 중요한 성과 중 하나다. 서울시는 ‘천만상상 오아시스’에서 좋은 아이디어로 채택된 것 중 심사를 거쳐 분기마다 ‘서울 창의상’을 수여한다. 최우수상 수상자에게는 300만원이, 우수상 수상자에게는 200만원이 주어진다. 올해 1·4분기 ‘서울 창의상’ 수상자로 선정된 시민은 “교통카드로 지하철역에서 기부할 수 있도록 하자”고 제안한 문성진 씨(최우수상), 청계광장에 ‘청혼의 벽’을 만들자는 아이디어를 낸 정용화 씨(우수상), ‘옥의 티를 찾아라 코너 신설’을 제안한 양희순 씨(우수상) 등 5명. 서울시는 이들이 제안한 아이디어를 보완 발전시켜 시정에 반영했다.
‘청계천 복원’ ‘대중교통체계 개편’ 등 성과가 뚜렷하게 드러나는 사업에 매달린 전임 이명박 시장과 반대로, 오 시장은 눈에 보이지 않는 창의성을 현실과 접목하는 데 승부를 걸었다. 거창한 사업 아이디어가 아니라 사소하고 작은 일이라도 더 나은 것을 찾는 노력을 강조한 것이다. 민선4기 서울시의 창의시정 1년 실험은 서울시 공무원 1만6000명에게 ‘창의 유전자’를 주입하는 기간이었다. ‘행복 디자이너’로 변신한 서울시 공무원들이 시민에게 또 어떤 즐거움을 선사할 것인가. 앞으로 창의시정이 가져다줄 ‘깜짝 선물’에 서울시민은 기대를 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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