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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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이건희 회장 소환 임박?

검찰, 에버랜드 관련 고발 사건 재배당 … “삼성 핵심 관계자 압박 증거 다수 확보” 자신감

  • 윤영호 기자 yyoungho@donga.com

    입력2006-03-08 15: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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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 이건희 회장 소환 임박?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2월4일 밤 전용기편으로 김포공항을 통해 입국하고 있다.

    “재계 저승사자, 삼성에 칼 빼들다.”

    서울중앙지검 이인규 3차장 검사가 2월28일 “금융조사부 소속 검사들이 개별적으로 수사해온 삼성 관련 고발 사건 4건을 이날 박성재 금융조사부장에게 모두 재배당했다”고 밝힌 것을 두고 일부 언론에서는 이런 평가를 했다. 2003년 서울중앙지검 형사9부(현 금융조사부) 부장검사 시절 SK그룹 분식회계 및 비자금 수사를 이끌었던 이인규 3차장이 삼성을 정조준했다는 분석이다.

    이인규 3차장은 이날 삼성 사건 재배당 배경에 대해 “사안이 중요하고 4건의 사건을 전체적으로 보기 위해서”라며 “고발된 4건이 서로 무관하지 않고, 누군가 이들 사건을 기획했다면 같은 사람이 했을 것”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인규 3차장은 이어 “이제부터 수사에 대해 부장이 책임을 지는 것”이라며 “사건을 전체적으로 같이 놓고 따져보는 게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누군가 같은 사람이 기획했을 것”

    삼성 관련 4건의 사건은 이건희 삼성 회장의 장남 재용 씨가 ‘삼성에버랜드 전환사채’와 ‘서울통신기술 전환사채’, ‘삼성SDS 신주인수권부사채’ 등을 편법으로 증여 또는 인수했다며 시민단체인 참여연대가 고발한 사건과 재용 씨가 인터넷 사업에서 본 손실을 삼성 계열사들이 떠안았다면서 역시 참여연대가 고발한 ‘e-삼성 사건’ 등이다. 재용 씨는 1996년 삼성의 지주회사 격인 삼성에버랜드의 전환사채 발행 당시 이 회사 법인 주주들이 인수를 포기하자 이를 인수해 이 회사 1대 주주가 됨으로써 삼성그룹 전체를 지배할 수 있게 됐다.



    서울중앙지검 3차장은 서울중앙지검 특수1, 2, 3부 및 금융조사부를 지휘한다. 엘리트 특수 검사만 맡을 수 있는 자리로, 검사장 승진은 떼어놓은 당상이다. 차장검사가 지휘하는 부서 내에서 이뤄지는 사건 재배당은 차장검사 전결로 가능하다. 반면 지휘하는 차장검사가 다른 부서로 재배당을 할 경우에는 검사장의 승인을 얻어야 한다.

    삼성 관련 고발 사건의 재배당은 검찰 내에선 예상된 일이었다. 정상명 검찰총장이 지난해 10월 취임과 함께 “부장검사가 책임지고 수사하도록 중요 사건의 경우 주임검사를 부장으로 하겠다”고 공언했기 때문이다. 실제 서울중앙지검 특수2, 3부가 각각 수사하고 있는 ‘거물 브로커 윤상림 사건’ 및 황우석 전 서울대 석좌교수 논문 조작 사건은 김경수 특수2부장과 홍만표 특수3부장에게 각각 재배당됐다.

    그러나 앞의 두 사건과 달리 삼성 관련 사건의 재배당과 관련해서는 검찰 내에서 여러 얘기가 나오고 있다. 물론 이는 국내 최고·최대 재벌그룹 오너와 관련된 예민한 사건이기 때문일 것이다. 한쪽에서는 “검찰의 수사 의지를 과시하려는 ‘계산된’ 제스처일 뿐”이라고 평가절하한다. 반면 다른 쪽에서는 “이건희 회장 소환을 앞두고 사건 처리와 관련한 의견을 ‘조율’하기 쉬운 부장검사로 바꾼 것”이라고 보고 있다.

    삼성 이건희 회장 소환 임박?

    삼성에버랜드 허태학 전 사장(왼쪽)과 박노빈 사장.

    전자의 해석은 주로 형사부 검사들이 제기한다. “부장검사에게 사건을 재배당한다고 해서 실제 수사를 부장검사가 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별다른 의미가 없는데도 이를 ‘공포’한 것은 계산된 의도가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그 의도를 ‘검찰이 거대 기업 수사도 좌고우면하지 않고 원칙대로 수사하고 있다는 것을 과시하려는 차원’이라고 해석한다.

    반면 특수 수사 경험이 많은 검사들은 삼성 관련 고발 사건의 재배당은 이 사건 수사의 마무리 수순이라고 해석한다. 한 특수통 간부는 “검찰이 삼성에버랜드 수사를 시작한 게 언제인데 이제 와서 부장 책임 아래 수사를 다시 하라는 것은 난센스”라면서 “이건희 회장 등 이 사건의 핵심 관련자들에 대한 소환 조사를 앞두고 있는 상황에 검사들에게 주임검사를 맡겼다간 이들의 신병 처리와 관련한 의견 조율 과정에 ‘돌발적인’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음을 고려했다는 의견도 있다”고 귀띔했다.

    ‘일반적으로’ 피의자가 검찰 조사 과정에서 혐의를 부인할 경우 검찰은 관례적으로 ‘구속영장’을 청구한다. 증거 인멸의 우려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문제는 삼성 관련 고발 사건에서 삼성 관련자들이 “이 회장은 전혀 모르는 일”이라고 부인하고 있는 점에 비춰볼 때 이건희 회장도 검찰 조사 과정에 비슷한 진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데 있다. 이 경우 검찰의 고민은 깊어질 수밖에 없고, 이를 염두에 두고 주임검사를 바꿨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지난해 말 ‘두산그룹 형제의 난’ 수사 당시 검찰 수뇌부와 수사팀의 갈등설이 불거져 나와 검찰 수뇌부를 곤혹스럽게 했다. 당초 수사팀은 박용성 회장을 구속 기소해야 한다는 의견을 수뇌부에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검찰 수뇌부는 국제올림픽위원회 위원인 박 회장을 구속할 경우 동계올림픽 유치 등 국익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점을 고려해 불구속 결정을 내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두산그룹 전례가 있긴 하지만 삼성 관련 사건의 경우 어떻게 처리될지 현재로서는 예측하기 어렵다. 박성재 금융조사부장을 잘 아는 검사들은 “박 부장은 좌고우면하지 않고 원칙대로 사건을 처리하는 ‘강골 검사’”라고 평가한다. 그러나 검찰 관계자는 “그동안 수사팀과 수뇌부의 의견이 다를 때 특수부장들이 애용하던 논리가 ‘주임검사의 뜻이 워낙 강경하기 때문에…’였는데, 부장에게 주임검사를 맡기면 적어도 이런 얘기는 못할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삼성 관련 고발 사건의 핵심 쟁점은 이건희 회장의 지시 및 공모 여부다. 지난해 10월5일 서울중앙지법이 “96년 10월 삼성에버랜드 전환사채 발행이 이회장의 장남 재용 씨의 삼성 지배권 세습을 위한 것이었다”고 인정했기 때문이다. 검찰은 삼성 관계자들의 부인에도 이 회장이 어떤 식으로든 개입하지 않고는 삼성에버랜드 전환사채가 발행되지 않았을 것이라는 데 초점을 맞춰 수사를 진행해왔다.

    이 사건 수사가 막바지에 이르렀음은 여러 정황을 통해 확인된다. 검찰 관계자는 “10년 전에 일어난 사건이긴 하지만 수사팀에서는 각고의 노력을 통해 삼성의 핵심 관계자들을 압박할 수 있는 증거를 다수 확보한 것으로 안다”고 귀띔했다. 처음 이 사건 주임검사를 맡았던 이원석 검사가 재벌그룹 수사 경험이 풍부해 수사에 많은 도움이 된 것으로 알려졌다.

    특수부 검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최근 이건희 회장이 귀국해 개인 재산 8000억원을 사회에 헌납한 것은 ‘삼성 비서실이 재용 씨의 삼성에버랜드 전환사채 인수에 개입했다는 진술을 검찰이 확보했다’는 얘기가 흘러나오는 등 검찰이 이 회장을 점점 강하게 조여 오고 있는 것과도 무관하지 않을 것”이라고 해석했다. 삼성은 검찰에 불려가 조사를 받고 온 임직원들을 상대로 검찰의 조사 내용을 ‘복기’함으로써 검찰 수사 방향이나 진척도 등을 파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삼성의 고민은 이번에도 이 회장 대신 희생양을 내세우는 것에 대해 국민이 과연 납득해줄 수 있겠느냐는 점일 것이다. 2003년 불법 대선자금 수사의 경우 이학수 구조조정본부장이 “내가 모든 것을 알아서 한 일”이라고 진술, 사건의 파장이 윗선으로 번지는 것을 막았다. 그러나 이번에는 아버지가 아들에게 삼성 지배권을 물려주는 사안과 관련된 일이어서 그 과정을 아버지가 몰랐다고 했을 때 이를 납득할 사람이 얼마나 될지 궁금하다. 그 수가 극히 적다는 사실을 잘 아는 검찰의 고민도 깊어가고 있다.

    천정배 법무부 장관은

    삼성 수사 지연 조사 지시 … 관련자 인사상 불이익도


    삼성 이건희 회장 소환 임박?
    천정배 법무부 장관(사진)은 취임 이후 줄곧 “거대 기업과 같은 경제권력 앞에서도 검찰이 약한 모습을 보여서는 안 된다”고 강조해왔다.

    천 장관은 2월 정기인사를 앞두고 법무부 감찰실에 삼성에버랜드 사건 수사 과정에 대한 조사를 지시해 그 결과를 보고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천 장관은 최근 사석에서 “2002년 12월20일 이 사건 수사와 관련한 중요한 진술을 모두 받아놓고도 삼성에버랜드 임원 2명에 대해서만 기소했더라”면서 검찰의 ‘소극적 수사’에 실망감을 표시했다. 천 장관은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이 사건 수사를 맡은 간부 가운데 수사 의지를 의심받은 사람들에 대해서는 인사상 불이익을 주었다.

    애당초 이 사건은 단순 고발 사건이어서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에 배당됐다. 그러나 사건을 검토한 당시 형사1부는 “사건 수사가 계좌 추적 등 특수 수사 기법을 요구하는 데다 지휘 라인에 있는 홍석조 당시 서울지검 1차장이 이건희 삼성 회장의 처남이어서 수사 공정성이 의심받을 수 있다”고 재배당을 요청해 특수2부로 넘어갔다. 감찰실 조사 결과 대표적으로 인사상 불이익을 받은 간부는 박상길 전 대구지검장. 그는 천 장관의 대학 친구인 데다 일부 언론에서 서울중앙지검장 후보로 거론했지만 대전고검장을 맡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그러나 일부 간부는 ‘인사상 불이익 대상자’로 분류됐음에도 정상명 검찰총장과의 인사 조율 과정에 살아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조사 결과 강력한 수사 의지를 보였던 간부는 2003년 서울지검 3차장과 특수2부장을 각각 맡았던 신상규 창원지검장과 채동욱 대검 수사기획관이었다. 법무부 관계자는 “천 장관은 이런 점 때문에 신상규 창원지검장을 대검 중수부장에 기용할 생각이었지만 그가 법무부와 검찰의 과거사 진상 규명 대상 사건으로 거론되는 강기훈 씨 유서대필 사건 주임검사를 맡았다는 점 때문에 포기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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