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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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곡 문제냐, 상업성 문제냐

  • 정일서/ KBS 라디오 PD

    입력2006-03-13 11:5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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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곡 문제냐, 상업성 문제냐
    최근 윤도현 밴드가 2006 독일월드컵 응원가용으로 ‘애국가’의 록 버전을 발표하면서 누리꾼 사이에 논란이 뜨겁다. 하지만 애국가를 록으로 편곡해 응원가로 사용해도 괜찮으냐 아니냐를 놓고 벌어지는 논란은 핵심을 비켜가도 한참 비켜간 것일 뿐 아니라 심지어 어이없고 뜬금없기까지 하다.

    국가(國歌)가 편곡되어 불리는 것은 사실 시빗거리도 아니다. 국내에서나 해외에서나 오래전부터 흔한 일이기 때문이다. 1969년 저 유명한 우드스탁에서 지미 헨드릭스는 공연 도중 미국 국가인 ‘성조기여 영원하라’를 연주했다. 베트남전에 대한 항의와 반전의 메시지를 담은 역설적 퍼포먼스였다. 애국가 역시 이미 각종 무대에서 크라잉 넛, 임형주, 박화요비 등에 의해 펑크록, 팝페라, R & B 등으로 바뀌어 불렸다. 애국가가 응원가로 쓰여서 안 될 이유 역시 없다.

    논란은 오히려 윤도현 밴드의 애국가가 SK텔레콤의 광고음악으로 사용되고 있기 때문에 발생한다고 보는 것이 맞을 것이다. 여기에서 윤도현 밴드는 애국가를 상업적으로 이용했다는 혐의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윤도현 밴드와 대립각을 이루는 측의 중심에 붉은악마가 있다는 것도 모양새가 좋지 않다. 공교롭게 붉은악마가 KTF의 광고모델로 등장한다는 사실도 우연이라고 하기에는 석연치 않다.

    2002년 한일월드컵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잊지 못할 벅찬 감동을 선사했다. 윤도현 밴드와 붉은악마는 그 감동의 드라마에서 주요 배역을 담당했다. 그리고 그들 자신이 최대의 수혜자가 되었다. 윤도현 밴드는 ‘오 필승 코리아’로 일약 국민밴드로 떠올랐고, 붉은악마 역시 축구계의 무시 못할 권력집단으로 등장했으니 말이다. 4년이 지나 또다시 월드컵을 맞은 지금, 이들을 대척점의 중심에 두고 벌어지는 ‘애국가’ 응원가 논란은 아무리 봐도 볼썽사납다. 2002년 그 눈부셨던 여름에 우리는 하나였지 않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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