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4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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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 큰 기업은행 직원들… 피 같은 고객 돈 882억 부당대출

전현직 은행원 부부, 고위 임원, 지점장 등 가담… 본사는 조직적 은폐 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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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슬아 기자

    island@donga.com

    입력2025-03-31 09: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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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중구 IBK 기업은행 본사. 뉴스1

    서울 중구 IBK 기업은행 본사. 뉴스1

    “2014년 기업은행 일본 도쿄지점에서 수백억 원대 부당대출 사건이 발생해 파문을 낳은 적이 있다. 이번 부당대출이 2017년부터 최근까지 지속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당시 일본과 한국 금융당국의 제재에도 기업은행 내부통제 수준이 별로 달라진 게 없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더욱이 이번 사건은 조직적 은폐·축소 정황까지 발견돼 단순 내부통제 부실만으로 보기도 어렵다.”

    이효석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3월 25일 IBK기업은행 부당대출 사건에 대해 이같이 지적했다. 이날 금융감독원은 기업은행에서 882억 원 규모의 부당대출이 적발됐다고 발표했다. 기업은행은 1월 240억 원대 부당대출 사고가 발생했다고 공시한 바 있는데, 금감원이 두 달간 고강도 현장 검사를 벌인 결과 그 규모가 당초 알려진 것보다 640억 원가량 많았던 것이다. 기업은행의 내부통제 부실, 은폐 시도 등에 엄정한 법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허위 증빙하면 임직원이 묵인

    금감원에 따르면 전체 882억 원 규모의 기업은행 부당대출 가운데 785억 원은 전현직 은행원 부부가 주축이 돼 벌인 것으로 나타났다(표 참조). 남편 A 씨는 기업은행에서 14년간 근무하다가 퇴직한 뒤 부동산중개업소, 법무사 사무소 등 다수의 부동산업 관련 법인을 차명으로 설립했다. 그리고 2017년 6월부터 2024년 7월까지 약 7년간 기업은행 대출 심사역인 배우자와 입행 동기는 물론 사모임, 거래처 관계로 친분을 쌓은 임직원 등 28명을 동원해 대규모 부당대출을 일으켰다.

    범행에는 ‘허위 증빙’과 ‘묵인’이 동원됐다. A 씨는 지식산업센터 신축용 토지 매입비와 공사비, 미분양 상가 구입 등에 쓰려고 부당대출을 시도했다. 2018년에는 A 씨에게 자기자금이 없음에도 그의 배우자가 허위 서류(자기자금 부담 여력 등)에 기반한 대출을 승인해 A 씨가 64억 원 상당의 토지를 전액 대출로 매입할 수 있었다. 2020년에는 A 씨가 거래처로부터 일시 차입한 24억 원을 자기자금으로 둔갑시킨 사실을 배우자가 묵인하면서 59억 원대 공사비 대출이 집행됐다. A 씨는 이후 지식산업센터 미분양 물량도 기업은행에 떠넘겼다. 기업은행 고위 임원에게 청탁해 내부 기준에 부적합한 장소임에도 신규 기업은행 지점이 이 지식산업센터에 입점되도록 했다. 그 밖에 A 씨가 매매가를 부풀린 허위 매매계약서를 A 씨의 입행 동기(심사센터장

    B 씨와 지점장 3명)들이 승인해 216억 원 규모의 미분양 상가 매입 자금이 부당대출 되기도 했다. A 씨는 이를 위해 관련 임직원에게 금품 15억7000만 원과 골프 접대 등을 제공했다.

    나머지 27억 원, 70억 원 부당대출 건도 수법은 유사했다. 심사센터장 B 씨는 거래처 관계인 대출 차주와 공모해 차주 관계사 대표를 자신의 처형으로 교체한 뒤, 입행 동기인 지점장과 결탁해 처형이 대표로 있는 법인에 27억 원 부당대출을 집행했다. 한 지점 팀장 C 씨는 과거 함께 근무한 퇴직 직원의 요청을 받아 자금 용도 및 증빙 서류 확인 없이 70억 원대 부당대출을 해줬다.

    ‘책무구조도 제재 1호’ 되나

    금감원에 따르면 기업은행은 A 씨의 범행을 지난해 9월 인지하고도 보고를 늦추는 등 사건을 은폐·축소했다. 1차적으로 금품수수 관련 부서가 부당대출 관련 부서에 조사 내용을 전달하지 않아 금감원 보고가 이뤄지지 않았다. 이후 부당대출 관련 부서가 문제 지점들에 대한 동시 감사 원칙을 깨고 사건 간 연관성이 드러나지 않도록 분할감사를 실시했으며, 감사가 끝난 지난해 12월에야 금감원에 사고 발생 사실을 알렸다. 이때 본사 인지 경위 허위 기재, 핵심 인물 A 씨를 ‘지인 A’로 표기, 공모 사실 미보고 등 의도적 은폐 시도가 이어졌다. 부당대출 관련 부서 직원들이 올해 1월 부서장 지시로 271개 관련 파일과 사내 메신저 기록을 삭제한 행위도 발각됐다.

    김성태 기업은행장은 3월 26일 대국민 사과와 함께 조직 쇄신안을 발표했다. 김 행장은 “이번 일로 IBK에 실망했을 고객과 국민에게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금감원 감사 결과를 철저한 반성 기회로 삼고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해 신뢰 회복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기업은행이 부당대출 사실을 은폐하려 했다는 금감원 발표에 대해서는 별도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아직 금감원으로부터 현장 검사 결과를 직접 통보받지 못했다”면서 “추후 내부 확인 절차를 거쳐 사실관계를 파악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감원은 기업은행에 대한 엄중 제재를 예고하면서도 1월부터 시행된 ‘은행권 책무구조도’(최고경영자 제재)를 적용하기는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부당대출이 지난해까지 취급됐기 때문에 소급 적용은 어렵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기업은행 부당대출 관련 부서 직원들이 금감원 현장 검사를 방해할 목적으로 자료를 삭제한 시점은 올해 1월이라서 최초 적용 가능성은 여전히 열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재 검찰도 기업은행 관련 지점과 차주 20여 곳을 압수수색하는 등 수사를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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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슬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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