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관절 수술을 위한 네비게이션 시스템을 점검하고 있는 병원 의료진.
50대 이후부터 극심한 관절염으로 고생해오던 강희순(65) 씨. 그동안 좋다는 약도 먹어보고 운동도 해봤지만 통증은 날로 심해져만 갔다. 그러다 통증 때문에 걷는 것뿐만 아니라 일상생활도 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자 그는 결국 인공관절 수술을 택했다. 물론 처음엔 나이도 많고 몸속에 인공 물질을 넣는다는 것이 걱정되어 망설이기도 했다.
55세 이상 약 20% 퇴행성 관절염
“담당 선생님이 요즘엔 절제 부위도 작고, 네비게이션(위성항법장치)을 이용해 수술하면 예후도 매우 좋다고 저를 안심시켜 주더군요.” 수술 결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강 씨는 아직 무릎 보호대를 차고 있지만 혼자서 걷고 계단을 오르내릴 수 있게 된 것이 정말 꿈만 같다.
관절염은 인간이 겪는 가장 고통스러운 질환 중 하나라고 얘기한다. 그만큼 관절염 환자들은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상상도 못할 정도의 고통을 안고 하루하루 살아가고 있다. 사람은 나이가 들면 어쩔 수 없이 관절이나 피부, 내장기관에 탈이 나게 마련이다. 특히 관절은 한번 망가지면 다시는 회복될 수 없고 통증으로 인해 정상적인 노후생활에까지 지장을 준다. 우리나라의 경우 55세 이상의 약 20%가 퇴행성 관절염 증상을 가진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60세 이후에는 여자의 약 35%, 남자의 약 15%가 퇴행성 관절염 관련 질환을 앓고 있다.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04년 전국노인생활실태’ 조사 결과에 따르면 65세 이상 노인의 90.9%가 만성질환을 가지고 있는데, 그중 관절염의 유병률이 43.1%로 가장 높았다.
관절 전문 세란병원 인공관절센터 오덕순 부원장은 “우리나라에 유독 무릎과 슬관절 쪽의 관절염 환자가 많은 이유는 대부분 좌식 생활을 하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주로 과도한 가사노동에 시달리는 주부들에게 나타났는데, 최근엔 급격한 고령화 사회가 되면서 퇴행성 관절염 환자들이 더욱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물론 관절염이라고 해서 모두 치료가 힘들 것이라고 지레 겁먹을 필요는 없다. 초기 관절염 환자는 초음파, 파라핀, 적외선 등을 활용하는 물리치료나 소염제, 관절제 등을 이용하는 약물로 치료가 가능하다. 또한 말기 환자가 아니면 무릎에 작은 구멍을 낸 뒤 내시경을 이용해 수술하는 관절내시경 시술로 치료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치료가 불가능한 경우에는 인공관절 수술을 해야 한다. 인공관절 수술은 닳아 없어진 원래의 연골 대신 인체에 해가 없는 인공 연골을 끼워주는 수술법이다. 관절 손상이 심해 물리치료·약물치료를 해도 효과가 없으며 통증이 매우 심한 경우, 관절의 운동 범위가 제한되어 일상생활을 하기 힘든 경우, 관절의 불안정성과 기능 저하로 정상생활이 어려운 경우, 관절 변형이 심해 교정이 필요한 경우에는 인공관절 치환술을 통해 다시 정상적인 생활이 가능해진다.
네비게이션 시스템 수술 전(왼쪽)과 후.
개인에 따라 관절 삽입 각도 조절
기존의 인공관절 수술은 환자 관절의 CT나 X-ray 결과만을 가지고 집도의의 예측과 감각에 의존해 수술해야 한다는 단점이 있었다. 때문에 수술에 들어가 환자의 상태가 예상과 다를 때는 절개 부위가 커져 출혈량이 많아지거나 인공관절의 크기나 각도를 맞추는 데 어느 정도 한계가 있었다. 따라서 이런 단점들을 보완하기 위해 지금껏 여러 새로운 수술법이 시도되었다. 최근 도입된 네비게이션 시스템은 이런 단점을 보완해 환자의 상태에 맞춰 수술할 수 있도록 고안된 수술법이다.
네비게이션 장비.
네비게이션 시스템을 이용하면 허용각도 이내로 시술이 가능하기 때문에 회복도 빠르고 수술 성공률 역시 높아지게 된다. 여기에 최소 침습(절개) 수술법을 함께 하면 절개 부위를 10cm 내외로 하면서 수혈량은 3분의 1 정도로 감소시켜서 통증도 줄어들고, 회복시간 역시 짧아지기 때문에 환자 만족도도 높아지는 등 기존의 단점들을 더욱 보완할 수 있다. 문제는 국내에선 아직 일부 병원에서만 이 수술이 가능하다는 점.
환자들 98% 이상 수술에 만족
현재 국내에서 가장 많은 네비게이션 수술을 하고 있는 세란병원 인공관절센터 오덕순 부원장은 2004년 8월 이후 총 400여건 이상의 수술을 진행했다. 그 결과 98% 이상의 환자가 수술에 만족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오 부원장은 “네비게이션을 이용하면서 짧은 시간에 정확한 수술을 할 수 있게 돼 통증과 회복기간도 줄어들었다. 앞으로 네비게이션을 이용한 인공관절 수술이 대세를 이룰 것으로 예측한다”고 말했다.
■ 도움말: 세란병원 인공관절센터 오덕순 부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