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면도〉는 제9회 삼성화재배 결승 1국이다. 한여름이면 기사들도 휴가철이라 빅카드가 없다. 해서 납량특집물(?)로 짜릿했던 이세돌 9단의 묘수 한 방을 감상해본다. 백1로 끊어 좌변 흑대마를 몽땅 잡겠다고 들었을 때 허겁지겁 살아가지 않고 흑2로 가만히 내리뻗은 수. 이 수가 이세돌의 예기와 강렬함을 고스란히 담은 한 수였다. 만약 흑2로 A에 젖혀 잡으러 갔다면 졌다. 좌변 흑대마의 사활도 문제려니와 상변도 백B로 반발하면 패로 버티는 수가 있기 때문이다. 이에 비해 흑2는 다음 B와 C를 맞보기로 백대마의 명맥을 완전히 끊어놓고 있다.
또 〈참고도1〉에서 보듯 흑 때 백이 좌변 흑대마를 잡으려면 백1로 막아야 하는데 이때는 흑2~6의 수순으로 오히려 귀마저 잡힌다. 백A로 끊어도 흑B로 넘어가는 것이다.
흑 의 위력이다. 이런 까닭으로 〈장면도〉 백7로 두었으나 이때도 〈참고도2〉 흑2로 두면 사활에 걸려드는 수단이 남아 있다. 이런 맛을 남기고 〈장면도〉 흑12까지 대마를 끌고 나가니 여기서 바로 승부가 결정되었다. 흑2가 어찌나 기막힌 묘수인지, 참으로 한 줄기 소나기처럼 시원하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