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순 할머니(왼쪽)와 김창현 할아버지. 굴곡 많은 인생이 한 장의 사진으로 표현됐다.
솔직 담백 인생 반추 찬사 쏟아져
홍찬수 할머니(82)
평범하지만 결코 순탄치 않은 삶을 살아온 ‘홀로 어르신(독거노인)’ 10명의 자서전이 인터넷 상에서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부산 해운대구 반송1·3동에 사는 이들 홀로 어르신들은 연말연시 한 달 동안 한 많은 삶과 희망의 이야기를 자서전을 통해 쏟아냈다. 이들의 ‘소박하지만 아주 특별한 이야기’를 온라인(chalkak.com)과 오프라인으로 담아낸 주인공은 부산지역 YMCA 반송종합사회복지관과 인터넷 아마추어 사진작가 동호회 찰칵닷컴(chalkak.com) 회원들. 자원봉사자로 참가한 동부산대학 가족복지과 학생들과 복지관 직원들은 수차례의 도전 끝에 그들의 육성을 담담하게 글로 정리하는 데 성공했고, 찰칵닷컴 사진작가 20여명은 팀을 이뤄 어르신들의 모습을 필름에 담았다.
지난 연말 인터넷에 자서전의 일부가 올려지자 폭발적인 반응이 잇따랐다. 80여장에 달하는 어르신들의 사진과 글들이 올라올 때마다 감동의 답신이 꼬리를 이었다. 일주일 새 800명의 네티즌이 다녀갔고, 방명록에는 “진한 감동을 느꼈다” “나를 되돌아보게 한다”는 등 격려와 찬사가 쏟아졌다.
복지관과 사진작가, 자원봉사자 등 각기 다른 분야의 사람들이 어르신들의 자서전을 펴내기 위해 이렇듯 한데 뭉치게 된 것은 소외된 이웃의 삶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 비록 주목받지는 못하더라도 홀로 어르신들에게도 자신의 삶을 반추하고 희망을 찾을 계기를 마련해 주자는 취지에 모두 동조했기 때문.
최귀득 할머니(71), 류순남 할머니(82), 조금옥 할머니(나이 모름)(위부터).
물론 어르신들의 자서전이 나오기까지 어려움도 많았다. “그런 것 해서 뭐 하냐”며 귀찮아하는 어르신들을 설득하는 데 매일같이 이들을 접하는 복지관 직원조차 진땀을 흘려야 했다. 복지관 윤승애 과장은 “돌이키기 싫은 과거를 밝히는 것이 노인들로서는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회상했다. 어르신들을 처음 보는 사진작가들은 더욱 힘들었다.
“처음 보는 이에 대한 경계심을 없애기 위해 먹을거리와 생필품을 가져다주며 신뢰를 쌓았고, 한 사람이 어르신들의 긴장을 푸는 동안 다른 작가가 사진을 찍었습니다.”(찰칵닷컴 이정훈 회장)
1월16일 뜻 깊은 출판기념회
사실 반송지역 어르신들이 자서전을 낸 것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01년 1월과 2002년 1월 각각 두 차례 삽화가 곁들여진 자서전을 냈었다. 하지만 삽화 대신 흑백 사진이 들어가고 자서전이 인터넷에 오르면서 홀로 어르신들은 어느새 유명인사가 됐다. 온라인에 올려진 이들의 자서전은 책자로 만들어져 1월16일 어르신들에게 안겨질 예정이다. 이날 출판기념회와 함께 열리는 사진 바자회의 수익은 모두 어르신들의 후원비로 전해진다.
“우리들의 인생과 자서전에는 슬픔만이 있는 것이 아닙니다. 얼마 남지 않은 삶을 행복하고 만족스럽게 살아가도록 도와주십시오.” 홀로 어르신들의 ‘소박하지만 특별한’ 자서전은 ‘과거를 향한 독백’이 아니라 ‘미래를 향한 행복 선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