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파리 출신의 이집트학자 크리스티안 노블쿠르의 유혹하는 말이 아니더라도 유구한 역사와 문화를 지닌 이집트로 떠나는 여행은 생애 최상의 경험 가운데 하나가 될 것이다.
이집트에는 피라미드와 스핑크스 외에도 수많은 볼거리가 널려 있다. 특히 나일강 유역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중류의 룩소르(Luxor) 지역은 몇 년 전부터 한국 관광객이 꾸준히 찾는 곳이다.
이곳은 고왕국·신왕국 시대(B.C.2207~ B.C. 1000년경) 수도로서 이전에는 테베(위대한 태양의 도시)로 불렸다. 현재는 나일강변을 따라 찬란한 유적과 호텔들이 들어서 있어 손꼽히는 휴양도시가 됐다. 인구 15만의 작은 도시지만 유럽 등지에서 직항로가 개설돼 있을 정도로 인기를 끄는 곳이다.

나일강은 룩소르를 동안(東岸)과 서안(西岸)으로 나눈다. 고대 이집트인들은 태양이 뜨는 나일강 동쪽에 신전을 지었고, 그 주변에 모여 살았다. 태양이 지는 서쪽은 사자(死者)의 도시, 즉 ‘네크로폴리스’(necropolis)라 부르며 주로 묘지나 제전(祭殿) 등을 지었다.

그러나 대부분의 무덤은 도굴당했고 유일하게 투탕카멘의 무덤만 원형 그대로 발견됐다. 투탕카멘 무덤은 도굴꾼들이 인접한 람세스 6세 무덤을 도굴할 때 파낸 흙더미에 입구가 묻혀 있다가 1922년 하워드 카터라는 고고학자에 의해 발견됐다. 단지 10년간 재위한 젊은 파라오(‘큰 집’이라는 뜻으로 보통 이집트 왕을 지칭) 투탕카멘의 무덤에서 카터는 6년 동안 1700여 점의 보물을 발굴했고, 현재 이 유물은 카이로 박물관에 전시돼 있다.

가장 일반적인 신화는 오시리스 이야기. 이집트인들은 태양신 아몬 레를 섬겼다. 레에게는 큰아들 오시리스, 큰딸 이시스, 차남 세트, 차녀 네프티스가 있었다.
사냥을 잘하고 용맹했던 세트는 모든 면에서 훌륭한 형이자 왕이 된 오시리스를 질투해 그의 몸을 14조각으로 나눠 나일강 곳곳에 흩뿌렸다. 그러자 오시리스의 아내가 된 이시스가 아버지에게 기도해 오시리스를 부활시키도록 한다. 깨어난 오시리스는 염라대왕(사자들의 신)이 되었고, 파라오의 보호자인 매의 신으로 추앙받는 아들 호루스(지상의 신)는 세트에게서 왕위를 빼앗아 오시리스의 복수를 한다는 권선징악 이야기다.

하트셉수트는 남편 투트모세 2세가 죽은 뒤 나이 어린 투트모세 3세를 섭정했으며 후에 스스로 파라오가 됐다. 여왕 자신과 시아버지 투트모세 1세의 부활을 위해 건립된 장제전은 원근법을 이용해 만든 독특한 건축물로 현존하는 가장 거대한 제전이며, 여왕의 애인 세넴무트가 건설했다.

입구에는 양 머리를 한 스핑크스 44기가 관람객을 맞이한다. 30여m 높이의 거대한 탑문(pylon) 2곳을 지나면 각각 15m, 23m 높이의 거대한 기둥 134개가 늘어서 있어 보는 이를 압도한다.
기둥실을 지나면 이집트를 67년간 다스린 ‘왕 중의 왕’ 람세스 2세의 거상(높이 약 20m)이 살아있는 것처럼 서 있다. 그는 100명의 부인 중 가장 사랑했던 부인 네페르타리를 무릎 앞에 두고 보호하고 있다. 카르나크 신전에서 2km 떨어진 룩소르 신전은 그가 네페르타리를 위해 세운 곳이다.

이집트인과 결혼한 한국 가이드 정성희씨는 이집트의 7000년 역사를 신·무덤·죽음·도굴의 역사로 묘사했다. 그러나 모든 일에 낙천적인 이집트인들과 한두 마디 얘기를 나누다 보니 이들은 죽음을 지금 이곳으로 데려와 함께 살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룩소르에서 동행했던, 고고학을 전공한 이집트인 가이드 아메드씨도 같은 느낌이라며 고개를 끄덕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