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기간중에 우리 국민들은 얼마나 많은 맥주를 마셨을까? 주류업계가 추산한 지난 6월 한 달 동안의 맥주 판매량은 3억6100만 병. 1인당 8병의 맥주를 마신 셈이다. 여기서 미성년자를 빼면 성인 1인당 14병의 맥주를 마신 꼴이 되고, ‘대~한민국’ 성인 모두가 하루 반 병의 맥주를 6월 내내 먹었다는 결론이 나온다.
승리에 대한 갈증을 해소하고, 푹푹 찌는 더위를 한순간에 날리는 데 시원한 맥주만큼 좋은 게 또 있을까. 사람들은 넘쳐 오르는 맥주 거품에서 이상 야릇한 승리의 희열을 느꼈다. 거품 넘치는 맥주잔을 부딪치며 승리를 축하하는 맛은 월드컵의 또 하나의 재미였음이 분명하다. 이 기간중 소주와 위스키 판매량은 각각 8%, 20% 감소했다.
특히 세계 각국에서 수입된 ‘세계 맥주’의 인기는 하늘을 찌를 듯했다. 맥주 판매업소에서는 승리한 팀의 나라에서 수입된 맥주에 대한 할인 행사를 열었고, 월드컵에 심취한 젊은이들은 축구와 함께 그 나라의 맥주맛 알기에 열중했다. 한 맥주 수입업체는 대(對) 스페인전이 있던 6월22일 서울 대학로에서 ‘국민적 영웅’ 히딩크의 고향인 네덜란드산 수입맥주를 붉은 악마 2000명에게 나누어주어 눈길을 끌었다.
월드컵이라는 전 세계적 행사의 성격 때문일까. 한반도를 용광로처럼 달구었던 애국심도 수입맥주 판매를 막지는 못했다. 세계 맥주의 인기는 젊은이들의 개성과 부합되면서 국산 맥주시장의 견고한 아성을 자연스럽게 허물었다.
물론 세계 맥주에 대한 인기가 월드컵 때문에 형성된 것만은 아니다. 지난 99년 초반까지 20여 종에 불과하던 수입맥주 종류는 7월 현재 30여개국 200여종으로 늘었다. 수입업체도 체트 인터내셔날, 스코트맨, 베커스 등 50여개 업체에 달하며, 대기업도 계열사를 통해 맥주 수입에 열을 올리고 있다. 대한주류공업협회 자료에 따르면 지난 98년 84만2000달러에 그쳤던 맥주 수입액은 지난 한 해 1186만6000달러로 3년 사이 14배 이상 늘었다. 국내 연간 맥주시장 규모인 2조5000억원(출고가 기준)의 1%에도 미치지 않지만, 괄목할 만한 성장인 것 만큼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문제는 서울 홍대 앞, 신촌, 미군부대 주변, 각 대학교 주변에서 판매되는 무자료 수입맥주는 이 통계에 포함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미군부대 PX에서 흘러나오거나 또 다른 방법을 통해 거래되는 암거래 시장은 정규 수입통로를 통해 들어온 맥주시장보다 오히려 더 큰 것으로 추정된다. 웬만큼 맥주를 마셔본 사람이라면 수입맥주 ‘빅3’로 통하는 밀러, 코로나, 하이네켄 등에 한글 품명표시 라벨을 보기 힘들었을 것이다. 이들 빅 3는 공식 수입량도 가장 많지만, 비공식적으로 판매되는 양은 상상을 초월한다는 게 주류업계의 공인된 분석. 주류업계에서는 전체 주류 수입시장에서 외국 맥주가 차지하는 비중을 3% 이상으로 보고 있다.
최근 수입맥주 열풍과 대중화를 이끌고 있는 계층은 이들 빅3를 꾸준히 먹어왔던 ‘압구정족’과 ‘홍대족’이 아니라 자기만의 개성을 강조하는 ‘W세대’(월드컵 세대)와 기왕 마실 바에는 수백년의 전통을 가진 순수 맥주를 마시자는 ‘마니아’층이다.
정통 세계맥주 전문점 와바(역삼점)의 매니저 최원혁씨(26)는 “요즘 젊은이들은 누구나 자기만의 맥주를 가지고 있다”며 “처음 오는 손님들은 이것 저것 골라 먹는 재미에서 출발하지만 결국에는 자신에게 가장 맞는 맥주를 선택해 그 맥주만 고집하는 경향이 뚜렷하다”고 말한다.
특히 과일이 들어 있거나 과일향이 나는 맥주는 젊은층, 특히 여성들에게 폭발적 인기를 끌며 사랑받고 있다. ㈜스코트맨이 수입한 슬래머(데킬라 맛에 천연 레몬향 첨가), Q보드카(오렌지향 첨가), DNA(라임향, 천연사과즙 첨가)와 ㈜베커스에서 출시한 천연 과일맥주 ‘5.4’맥주가 바로 그것. 기존의 국산 맥주보다 도수가 높은 맥주도 있지만 독특한 과일향과 ‘컬러 마케팅’에 힘입어 이들은 여성 팬들의 사랑을 한몸에 받고 있다. 또 푸른색이나 주홍색 빛을 띠고 있어, 조명이 좋은 술집이라면 그 술을 선택한 손님을 보다 튀어 보이게 한다.
젊은이들의 개성과 반비례해 정통을 고집하는 마니아층은 미국식의 부드러운 맛만 강조하는 국산 맥주를 거부한다. 국산 맥주들은 거의 대부분이 맥아 외에 옥수수를 섞어 부드럽게 만든 미국식 맥주들. 이 때문에 정통 독일 맥주의 맛을 고집하는 마니아들에겐 이들 맥주가 성에 찰 리 만무하다. 체트 인터내셔날이 수입한 독일 전통 밀 맥주 ‘에딩거’가 이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는 것도 바로 그 때문.
정통 맥주 마니아들에겐 아주 반가운 사건이 최근 벌어졌다. 400년 역사를 가진 독일 정통 맥주의 상징 ‘호프 브로이’가 수입돼 7월15일부터 판매에 들어간 까닭. ㈜인토외식산업(대표 이효복)이 직수입해 수입맥주 전문 체인 와바(wa-bar)에서만 독점 판매되고 있는 호프 브로이는 80년대 말과 90년대 초 생맥주 붐을 겪은 30, 40대에겐 잊을 수 없는 맥주.
물, 맥아, 홉, 효모(이스트) 외에는 어떤 첨가물도 맥주에 넣지 못하도록 엄격히 규정한 중세 ‘맥주 순수령’에 의해 제작되는 호프 브로이는 생맥주집 벽에 붙어 있는 ‘호프 브로이 하우스’(궁정 양조장의 의미)로 우리 머릿속에 각인돼 있다. 3500명이 들어가는 광장에서 사람들이 노래를 부르며 맥주 마시는 모습은 맥주 마니아들의 가슴을 설레게 하기에 충분했다. 19세기 혁명가 일리치 레닌의 청년기와 제2차 세계대전의 ‘악동’ 아돌프 히틀러의 정치 초년병 시절을 함께한 맥주 호프 브로이와 그 광장은 유럽 사람들에게도 인기가 대단하다.
최근 국산 맥주업계가 프라임급 맥주 10여종을 생산, 판매에 들어간 것도 바로 정통 수입맥주 붐에 맞서기 위해서다. 하지만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5%에 불과한 데다 그 맛과 질 에서 수입맥주를 따라가기에는 아직 역부족이라는 게 주류업계의 평가.
165종의 세계 맥주를 수입, 테이크 아웃방식으로 판매하는 다술닷컴 송병근 실장은 “수입맥주의 국내시장 점유율은 앞으로 10% 안팎까지 올라갈 것”이라며 “수입맥주 시장이 지난 3년간 매년 130%에서 160%의 높은 성장율을 보여온 것이 그 증거”라고 말했다.
반면 국산 주류업계에서는 수입맥주 붐이 일시적인 것이라고 평가절하한다. 하이트 맥주의 한 관계자는 “수입맥주 붐은 일시적인 것일 수밖에 없다. 국산 맥주보다 2~4배나 비싼 맥주를 소비할 수 있는 층은 한계가 있다”고 그 근거를 내세웠다. 사실 수입맥주는 생산업체 출고가격에 관세가 30% 붙고, 거기에다 수입업체 마진이 더해지기 때문에 비쌀 수밖에 없다.
하지만 수입맥주를 찾는 사람들의 대부분은 필름이 끊어지도록 술을 먹는 ‘아저씨 스타일’이 아니라 자신의 개성과 맛을 중요시하면서 술을 즐기는 스타일이다. 수입맥주 한두 병에 간단한 안주로 맥주 맛을 음미하는 부류들에게 맥주 가격은 그리 중요치 않은 개념인 것.
그렇다면 수입맥주가 젊은층을 파고 드는 진정한 이유는 뭘까. 칵테일 전문가 유창호씨(34)는 “국산 맥주는 선택의 폭이 좁기 때문에 다양성을 강조하는 젊은층과 맥주 마니아들의 기호와 입맛을 따라잡을 수 없다. 다양성의 부재는 그들의 소비욕구를 충족시키지 못한다”고 진단한다. 골라 먹는 재미가 수입맥주 유행의 일차적 이유라는 것. 수입맥주는 그 제조법과 맛, 먹는 방법에 이르기까지 그 종류가 천차만별이다. 코냑과 맥주를 혼합한 일명 ‘코냑 폭탄’ 맥주가 있는가 하면, 먼저 3분의2 가량을 따르고 나머지는 밑에 남은 맥아를 흔들어서 마셔야 하는 맥주까지, 마시는 재미가 쏠쏠한 맥주가 부지기수다. 여기에 독특한 컬러와 디자인은 병과 병뚜껑을 수집하는 마니아들이 나올 정도다. 예를 들어 소주병 모양에 70년대 상품 라벨이 붙은 청도(칭따오) 맥주의 경우, 오히려 그 촌스러움이 젊은층의 기호를 사로잡고 있다.
다술닷컴 송병근 실장은 “수입상이 난립하고 무차별적 수입이 이루어지면서 과대평가된 수입맥주가 많지만 이런 혼란은 소비자들 입맛이 까다로워지면서 제자리를 잡을 것이다. 앞으로는 브랜드별로 소비자층이 구별되는 차별화 현상이 뚜렷이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글로벌이라는 시대적 조류에 따라 기호식품의 굳센 장벽이 허물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 주류 생산업체의 각고의 변신 노력이 없다면 수입맥주에 대한 폭발적 인기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승리에 대한 갈증을 해소하고, 푹푹 찌는 더위를 한순간에 날리는 데 시원한 맥주만큼 좋은 게 또 있을까. 사람들은 넘쳐 오르는 맥주 거품에서 이상 야릇한 승리의 희열을 느꼈다. 거품 넘치는 맥주잔을 부딪치며 승리를 축하하는 맛은 월드컵의 또 하나의 재미였음이 분명하다. 이 기간중 소주와 위스키 판매량은 각각 8%, 20% 감소했다.
특히 세계 각국에서 수입된 ‘세계 맥주’의 인기는 하늘을 찌를 듯했다. 맥주 판매업소에서는 승리한 팀의 나라에서 수입된 맥주에 대한 할인 행사를 열었고, 월드컵에 심취한 젊은이들은 축구와 함께 그 나라의 맥주맛 알기에 열중했다. 한 맥주 수입업체는 대(對) 스페인전이 있던 6월22일 서울 대학로에서 ‘국민적 영웅’ 히딩크의 고향인 네덜란드산 수입맥주를 붉은 악마 2000명에게 나누어주어 눈길을 끌었다.
월드컵이라는 전 세계적 행사의 성격 때문일까. 한반도를 용광로처럼 달구었던 애국심도 수입맥주 판매를 막지는 못했다. 세계 맥주의 인기는 젊은이들의 개성과 부합되면서 국산 맥주시장의 견고한 아성을 자연스럽게 허물었다.
물론 세계 맥주에 대한 인기가 월드컵 때문에 형성된 것만은 아니다. 지난 99년 초반까지 20여 종에 불과하던 수입맥주 종류는 7월 현재 30여개국 200여종으로 늘었다. 수입업체도 체트 인터내셔날, 스코트맨, 베커스 등 50여개 업체에 달하며, 대기업도 계열사를 통해 맥주 수입에 열을 올리고 있다. 대한주류공업협회 자료에 따르면 지난 98년 84만2000달러에 그쳤던 맥주 수입액은 지난 한 해 1186만6000달러로 3년 사이 14배 이상 늘었다. 국내 연간 맥주시장 규모인 2조5000억원(출고가 기준)의 1%에도 미치지 않지만, 괄목할 만한 성장인 것 만큼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문제는 서울 홍대 앞, 신촌, 미군부대 주변, 각 대학교 주변에서 판매되는 무자료 수입맥주는 이 통계에 포함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미군부대 PX에서 흘러나오거나 또 다른 방법을 통해 거래되는 암거래 시장은 정규 수입통로를 통해 들어온 맥주시장보다 오히려 더 큰 것으로 추정된다. 웬만큼 맥주를 마셔본 사람이라면 수입맥주 ‘빅3’로 통하는 밀러, 코로나, 하이네켄 등에 한글 품명표시 라벨을 보기 힘들었을 것이다. 이들 빅 3는 공식 수입량도 가장 많지만, 비공식적으로 판매되는 양은 상상을 초월한다는 게 주류업계의 공인된 분석. 주류업계에서는 전체 주류 수입시장에서 외국 맥주가 차지하는 비중을 3% 이상으로 보고 있다.
최근 수입맥주 열풍과 대중화를 이끌고 있는 계층은 이들 빅3를 꾸준히 먹어왔던 ‘압구정족’과 ‘홍대족’이 아니라 자기만의 개성을 강조하는 ‘W세대’(월드컵 세대)와 기왕 마실 바에는 수백년의 전통을 가진 순수 맥주를 마시자는 ‘마니아’층이다.
정통 세계맥주 전문점 와바(역삼점)의 매니저 최원혁씨(26)는 “요즘 젊은이들은 누구나 자기만의 맥주를 가지고 있다”며 “처음 오는 손님들은 이것 저것 골라 먹는 재미에서 출발하지만 결국에는 자신에게 가장 맞는 맥주를 선택해 그 맥주만 고집하는 경향이 뚜렷하다”고 말한다.
특히 과일이 들어 있거나 과일향이 나는 맥주는 젊은층, 특히 여성들에게 폭발적 인기를 끌며 사랑받고 있다. ㈜스코트맨이 수입한 슬래머(데킬라 맛에 천연 레몬향 첨가), Q보드카(오렌지향 첨가), DNA(라임향, 천연사과즙 첨가)와 ㈜베커스에서 출시한 천연 과일맥주 ‘5.4’맥주가 바로 그것. 기존의 국산 맥주보다 도수가 높은 맥주도 있지만 독특한 과일향과 ‘컬러 마케팅’에 힘입어 이들은 여성 팬들의 사랑을 한몸에 받고 있다. 또 푸른색이나 주홍색 빛을 띠고 있어, 조명이 좋은 술집이라면 그 술을 선택한 손님을 보다 튀어 보이게 한다.
젊은이들의 개성과 반비례해 정통을 고집하는 마니아층은 미국식의 부드러운 맛만 강조하는 국산 맥주를 거부한다. 국산 맥주들은 거의 대부분이 맥아 외에 옥수수를 섞어 부드럽게 만든 미국식 맥주들. 이 때문에 정통 독일 맥주의 맛을 고집하는 마니아들에겐 이들 맥주가 성에 찰 리 만무하다. 체트 인터내셔날이 수입한 독일 전통 밀 맥주 ‘에딩거’가 이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는 것도 바로 그 때문.
정통 맥주 마니아들에겐 아주 반가운 사건이 최근 벌어졌다. 400년 역사를 가진 독일 정통 맥주의 상징 ‘호프 브로이’가 수입돼 7월15일부터 판매에 들어간 까닭. ㈜인토외식산업(대표 이효복)이 직수입해 수입맥주 전문 체인 와바(wa-bar)에서만 독점 판매되고 있는 호프 브로이는 80년대 말과 90년대 초 생맥주 붐을 겪은 30, 40대에겐 잊을 수 없는 맥주.
물, 맥아, 홉, 효모(이스트) 외에는 어떤 첨가물도 맥주에 넣지 못하도록 엄격히 규정한 중세 ‘맥주 순수령’에 의해 제작되는 호프 브로이는 생맥주집 벽에 붙어 있는 ‘호프 브로이 하우스’(궁정 양조장의 의미)로 우리 머릿속에 각인돼 있다. 3500명이 들어가는 광장에서 사람들이 노래를 부르며 맥주 마시는 모습은 맥주 마니아들의 가슴을 설레게 하기에 충분했다. 19세기 혁명가 일리치 레닌의 청년기와 제2차 세계대전의 ‘악동’ 아돌프 히틀러의 정치 초년병 시절을 함께한 맥주 호프 브로이와 그 광장은 유럽 사람들에게도 인기가 대단하다.
최근 국산 맥주업계가 프라임급 맥주 10여종을 생산, 판매에 들어간 것도 바로 정통 수입맥주 붐에 맞서기 위해서다. 하지만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5%에 불과한 데다 그 맛과 질 에서 수입맥주를 따라가기에는 아직 역부족이라는 게 주류업계의 평가.
165종의 세계 맥주를 수입, 테이크 아웃방식으로 판매하는 다술닷컴 송병근 실장은 “수입맥주의 국내시장 점유율은 앞으로 10% 안팎까지 올라갈 것”이라며 “수입맥주 시장이 지난 3년간 매년 130%에서 160%의 높은 성장율을 보여온 것이 그 증거”라고 말했다.
반면 국산 주류업계에서는 수입맥주 붐이 일시적인 것이라고 평가절하한다. 하이트 맥주의 한 관계자는 “수입맥주 붐은 일시적인 것일 수밖에 없다. 국산 맥주보다 2~4배나 비싼 맥주를 소비할 수 있는 층은 한계가 있다”고 그 근거를 내세웠다. 사실 수입맥주는 생산업체 출고가격에 관세가 30% 붙고, 거기에다 수입업체 마진이 더해지기 때문에 비쌀 수밖에 없다.
하지만 수입맥주를 찾는 사람들의 대부분은 필름이 끊어지도록 술을 먹는 ‘아저씨 스타일’이 아니라 자신의 개성과 맛을 중요시하면서 술을 즐기는 스타일이다. 수입맥주 한두 병에 간단한 안주로 맥주 맛을 음미하는 부류들에게 맥주 가격은 그리 중요치 않은 개념인 것.
그렇다면 수입맥주가 젊은층을 파고 드는 진정한 이유는 뭘까. 칵테일 전문가 유창호씨(34)는 “국산 맥주는 선택의 폭이 좁기 때문에 다양성을 강조하는 젊은층과 맥주 마니아들의 기호와 입맛을 따라잡을 수 없다. 다양성의 부재는 그들의 소비욕구를 충족시키지 못한다”고 진단한다. 골라 먹는 재미가 수입맥주 유행의 일차적 이유라는 것. 수입맥주는 그 제조법과 맛, 먹는 방법에 이르기까지 그 종류가 천차만별이다. 코냑과 맥주를 혼합한 일명 ‘코냑 폭탄’ 맥주가 있는가 하면, 먼저 3분의2 가량을 따르고 나머지는 밑에 남은 맥아를 흔들어서 마셔야 하는 맥주까지, 마시는 재미가 쏠쏠한 맥주가 부지기수다. 여기에 독특한 컬러와 디자인은 병과 병뚜껑을 수집하는 마니아들이 나올 정도다. 예를 들어 소주병 모양에 70년대 상품 라벨이 붙은 청도(칭따오) 맥주의 경우, 오히려 그 촌스러움이 젊은층의 기호를 사로잡고 있다.
다술닷컴 송병근 실장은 “수입상이 난립하고 무차별적 수입이 이루어지면서 과대평가된 수입맥주가 많지만 이런 혼란은 소비자들 입맛이 까다로워지면서 제자리를 잡을 것이다. 앞으로는 브랜드별로 소비자층이 구별되는 차별화 현상이 뚜렷이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글로벌이라는 시대적 조류에 따라 기호식품의 굳센 장벽이 허물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 주류 생산업체의 각고의 변신 노력이 없다면 수입맥주에 대한 폭발적 인기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