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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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단 없는 그들만의 실험 ‘남과 다르게 생각하기’

  • 입력2004-10-14 16: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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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단 없는 그들만의 실험 ‘남과 다르게 생각하기’
    지난해 11월 김용필, 조은영씨가 “내 목소리가 담긴 서평기사를 쓰겠다”며 창간한 월간지 ‘텍스트’가 6월호를 내며 반환점을 돌았다. 대책 없이 돈 안 되는 서평지를 창간하자 주위의 반응은 “1년만 끌면 성공”이었다. 그러나 반환점을 돌아 이제 한 권(7호)을 더 추가했다.

    물론 아슬아슬한 순간도 많았다. 2월호 발행이 하루하루 늦춰지더니 결국 2, 3월 합본호(4호)로 꾸며졌을 때 “넘치는 의욕만으로는 역시 현실의 벽을 넘지 못하는구나”고 생각했다. 외고도 거의 없이 두 사람 힘으로 130쪽 안팎을 메운다는 게 그리 만만한 작업은 아닐 터였다. 그들은 “책이 뭐기에”라고 푸념하면서 마감을 당기려고 안간힘을 쓰면서 차곡차곡 ‘텍스트’의 권수를 채워갔다.

    ‘텍스트’ 6월호에는 ‘타인의 글’과 ‘요즘 젊은 사람들’이라는 2개의 기획이 실려 있다. ‘타인의 글’에서 인용, 패러디, 표절, 리메이크, 톨레랑스라는 주제로 책 읽기를 시도한다. 진중권의 ‘네 무덤에 침을 뱉으마’와 ‘폭력과 상스러움’이, 조갑제의 ‘내 무덤에 침을 뱉어라’와 이문열의 각종 기고문을 인용하고 패러디한 글임은 널리 알려져 있다. 양쪽의 관계를 ‘너로써 너를 벗긴다’고 표현한 부분에서 편집자의 재치가 드러난다. 그 밖에 다니엘 디포의 ‘로빈슨 크루소’와 미셸 투르니에의 ‘방드르디, 태평양의 끝’, 움베르토 에코의 ‘장미의 이름’과 김경욱의 ‘황금 사과’, ‘성경’과 보리슬라프 페키치의 ‘기적의 시대’ 등 짝지어 읽기의 묘미를 보여준다. 책에 그치지 않고 박진영의 ‘난 여자가 있는데’와 g.o.d의 ‘난 남자가 있어’를 나란히 배치하며 인용과 패러디의 사례를 대중가요로 넓히고, 영화화된 안정효의 ‘헐리우드 키드의 생애’에서 표절의 슬픔을 곱씹게 만드는 솜씨도 돋보인다.

    두 번째 기획 ‘요즘 젊은 사람들’은 책에 나타난 젊은 세대의 모습을 정리한 것이다. ‘No. Logo’ ‘청년위기’ ‘모색’ ‘오타쿠 가상세계의 아이들’ ‘비주얼 엔터테인먼트 무크 Vision’ ‘결혼은 미친 짓이다’ 등 책 제목만으로도 의도한 바를 짐작할 수 있다.

    ‘텍스트’의 주장 가운데 100% 공감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고 어설픈 도발이나 공격이 거슬릴 때도 있지만, 그들의 ‘남과 다르게 생각하기’는 유쾌, 통쾌, 상쾌하다. 15년 동안 출판전문지로서 위상을 지켜온 ‘출판저널’이 휴간에 돌입한 우울한 상황에서 ‘텍스트’의 고집스러움이 고마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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