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통신업계의 두 강자 SK텔레콤(이하 SKT)과 KTF가 1위 자리를 놓고 치열한 공방을 벌이고 있다. 광고에서 불붙은 이들의 분쟁은 소송도 불사하는 맹렬한 자세로 서로를 향해 으르렁댔다. 이번 분쟁은 SKT의 기습공격으로 시작됐지만 오히려 SKT가 심한 상처를 입고, 문제 해결을 위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분쟁의 발단은 ‘KTF 세계 1위, 믿을 수 있겠습니까?’로 시작되는 7월5일 일간지 전면에 실린 SKT 광고. SKT는 “왜곡된 자료를 이용해 세계 1위를 차지했다”며 경쟁사인 KTF를 정면으로 치고 나왔다. SKT가 이처럼 KTF를 맹비난하고 나선 것은 지난달 중순 미국 경제주간지 ‘비즈니스위크’가 신용평가기관인 스탠다드 앤 푸어스(S&P)에 의뢰해 선정한 세계 100대 IT(정보기술)기업 중 이동통신 부분에서 KTF가 1위, SKT가 3위를 차지했다는 내용을 인용한 KTF 광고 때문. SKT는 “KTF가 성장률을 비교하는 자료에 2000년에는 합병 이전의 자료를, 2001년에는 한솔엠닷컴 합병 후의 매출액을 제시해 매출성장률을 부풀렸다”고 비난했다. 이에 대해 KTF는 “SKT가 비뚤어진 일등의식에 사로잡혀 허위 비방광고를 냈다”며 7월8일, SKT를 명예훼손 및 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서울지검에 고소하고, 서울지방법원에 500억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다.
500억원 손해배상 소송도 함께
이번 소송에 대해 업계에서는 “KTF가 외신을 이용해 세계 1위임을 자처해 광고를 낸 것은 국내 이동통신업계 1위인 SKT의 심기를 건드리기에 충분했다”는 의견이 있는 반면, “KTF를 비도덕적인 기업으로 몰고 간 것은 SKT가 경솔했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SKT가 신세기통신을 합병함에 따라 2002년 재무제표를 작성할 때 KTF의 전철을 밟게 될 것이라는 점도 SKT 주장의 설득력을 떨어뜨리는 부분이다.
공정거래위원회 표시광고과 관계자는 “최종 결정은 위원회가 소집되어야 알겠지만 실무자 입장에서 볼 때 이번 SKT 광고는 비방광고 성격이 짙다”며 “KTF가 아닌 선정 작업을 주관한 외국 기업에 항의했어야 옳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일간지 최대 광고주 중 하나인 SKT가 이날 동아 중앙 세계 등 3개 일간지에 단 하루만 광고를 게재한 것은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갔음을 짐작케 하는 부분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10여년 동안 상대해 왔지만 철저하게 대외 이미지를 관리해 온 SKT가 이처럼 감정적으로 대응한 것은 처음이다”며 “업계 1위 이미지에 먹칠을 당해 예민하게 반응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또 “SKT 내부에서도 이번 광고로 인해 SKT 고유의 신사적인 이미지가 상처를 입은 것을 안타까워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SKT 관계자는 “국내 업계 1위는 SKT라는 것을 누구나 알고 있고, 이번 선정 결과가 터무니없다는 것을 KTF에서 잘 알면서도 광고에까지 이용하자 가만히 보고 있을 수만은 없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광고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이견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SKT와 KTF의 광고로 인한 감정싸움은 사실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올해 초 정보통신부가 통화품질 순위를 발표했을 때도 양측이 치열한 ‘1위 마케팅’으로 광고경쟁을 벌인 적이 있다. 당시 1위로 선정된 KTF는 ‘통화품질 1위’를 내세우며 공격적인 마케팅에 나섰고, SKT는 “해마다 1위라고 주장하는 이가 있습니다”라며 반격했다. 이에 질세라 KTF는 다시 “자신에게 유리한 사실에만 OK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고 맞받아 쳤다.
당시 SKT는 ‘소비자 만족 4년 연속 1위’를 강조했지만 부동의 1위를 고수해 온 자존심에 상당한 상처를 입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한편 SKT가 고소를 당한 지 하루 만에 KTF의 모회사인 KT의 개인휴대통신(PCS) 재판매 사업을 불공정 행위로 공정거래위원회와 통신위원회에 제소한 사실이 알려져 SKT와 KTF의 공방이 전면전으로 치닫는 양상을 보였다. 그러나 SKT 관계자는 “광고 소송에 대한 감정적 대응이 아니다”며 “KT의 재판매가 상당부분 강제 할당에 의존하고 있음이 드러났고, 우리 영업망까지 흔들리는 상황이라 7월4일과 5일에 제소했다”고 말해 광고 소송과 별도로 진행돼 왔음을 강조했다.
공격과 맞대응으로 이어지는 두 업체의 싸움은 끝이 없는 듯 보인다. 이런 일련의 분쟁에 대해 경제정의실천연합의 박정식 부장은 “무선시장에 대한 통신정책 및 경제정책을 마련할 때 관계 당국이 공정한 입장을 취하는 데 실패해 기업체간에 알력다툼이 커졌다”고 지적했다. 업계 관계자도 “이번 분쟁이 정보통신부의 규제에 대한 불만이 상대 업체에 대한 비방으로 터져나갔다”고 분석했다. 업계 선발주자인 SKT가 회원 확대에 각종 규제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 KTF가 1위임을 자처하고 나선 것은 예민한 부분을 건드린 꼴이 됐다는 것.
오랜 감정의 골 ‘곪아터진 셈’
또한 SKT와 KTF의 모회사인 KT는 서로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어 쉽게 해결할 수 없는 구조적 아이러니 때문에 늘 서로를 견제해 왔던 것도 사실이다. 경실련 박정식 부장은 “KTF가 민영화된 이후 SKT가 KTF를 견제하며 과잉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7월11일 개각으로 두 업체의 분쟁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두 업체는 여론이 자신들의 분쟁을 곱지 않은 시선으로 지켜보고 있고, 계속되는 흠집내기가 서로에게 이롭지 않다는 판단에 따라 조만간 사태를 진정시킬 만한 조치를 취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이상철 KT 사장이 정보통신부 장관으로 임명된 것이 관계 개선을 부추기는 촉매제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개각 다음날인 7월12일 오전 KTF 홍보실의 이선주 과장은 “일부 조간신문에 SKT에서 러브콜을 보내왔다는 보도가 있었는데 사실과는 다르지만 적절히 내다본 게 아니겠냐”며 사태 진정의 운을 띄웠다. 이날 SKT에서도 장시간 회의를 가져 관계 개선의 적절한 시점을 의논한 것으로 보인다. 홍보실의 허재영 과장은 “서로 볼썽사나운 싸움을 계속하기보다는 이동통신업계의 맏형다운 행동을 고려중”이라며 KTF에서 말한 ‘러브콜’에 대해서는 “그런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고 말해 관계 개선이 조속하게 이뤄질 수도 있음을 내비쳤다.
특히 이날 오후 SKT가 지난 5월 “깜짝쇼”라는 비난을 감수해 가며 매입한 KT 주식 중 여유 지분을 샀던 교환사채(EB) 1.76%를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SKT는 이번 교환사채 매각으로 그동안 SKT가 KT 경영권에 관심이 있다는 우려를 해소하게 됐다는 입장이다. KT 관계자는 “그동안 지분 맞교환을 추진하며 SKT에 상당한 압력을 가해왔던 이상철 KT 사장이 정보통신부 장관으로 임명된 데 대한 유화책으로 보고 있다”며 광고 관련 소송에 대해서도 “SKT와 KTF, KT가 서로 맞제소하려 들면 끝도 한도 없는 상황에서 곧 화해 움직임이 있지 않겠냐”고 말했다. SKT 관계자도 “이번 광고 문제에 대해 내부적으로 미숙하게 대응했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며 “좋은 쪽으로 해결하도록 지켜봐 달라”고 했다.
초고속인터넷과 3세대이동통신(IMT-2000) 서비스를 선보이며 IT 월드컵을 성공적으로 치르고, 명실공히 세계 최고임을 인정받은 한국의 IT 수준. 그것을 주도해 온 두 업체가 일단 꼬리를 내렸지만 자제와 자성으로 공정경쟁을 이끌어나갈 것인지, 여론과 정치적 영향에 밀려 일단 한발 물러선 뒤 다음 기회를 노릴 것인지는 두고 봐야 할 것이다.
이번 분쟁의 발단은 ‘KTF 세계 1위, 믿을 수 있겠습니까?’로 시작되는 7월5일 일간지 전면에 실린 SKT 광고. SKT는 “왜곡된 자료를 이용해 세계 1위를 차지했다”며 경쟁사인 KTF를 정면으로 치고 나왔다. SKT가 이처럼 KTF를 맹비난하고 나선 것은 지난달 중순 미국 경제주간지 ‘비즈니스위크’가 신용평가기관인 스탠다드 앤 푸어스(S&P)에 의뢰해 선정한 세계 100대 IT(정보기술)기업 중 이동통신 부분에서 KTF가 1위, SKT가 3위를 차지했다는 내용을 인용한 KTF 광고 때문. SKT는 “KTF가 성장률을 비교하는 자료에 2000년에는 합병 이전의 자료를, 2001년에는 한솔엠닷컴 합병 후의 매출액을 제시해 매출성장률을 부풀렸다”고 비난했다. 이에 대해 KTF는 “SKT가 비뚤어진 일등의식에 사로잡혀 허위 비방광고를 냈다”며 7월8일, SKT를 명예훼손 및 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서울지검에 고소하고, 서울지방법원에 500억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다.
500억원 손해배상 소송도 함께
이번 소송에 대해 업계에서는 “KTF가 외신을 이용해 세계 1위임을 자처해 광고를 낸 것은 국내 이동통신업계 1위인 SKT의 심기를 건드리기에 충분했다”는 의견이 있는 반면, “KTF를 비도덕적인 기업으로 몰고 간 것은 SKT가 경솔했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SKT가 신세기통신을 합병함에 따라 2002년 재무제표를 작성할 때 KTF의 전철을 밟게 될 것이라는 점도 SKT 주장의 설득력을 떨어뜨리는 부분이다.
공정거래위원회 표시광고과 관계자는 “최종 결정은 위원회가 소집되어야 알겠지만 실무자 입장에서 볼 때 이번 SKT 광고는 비방광고 성격이 짙다”며 “KTF가 아닌 선정 작업을 주관한 외국 기업에 항의했어야 옳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일간지 최대 광고주 중 하나인 SKT가 이날 동아 중앙 세계 등 3개 일간지에 단 하루만 광고를 게재한 것은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갔음을 짐작케 하는 부분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10여년 동안 상대해 왔지만 철저하게 대외 이미지를 관리해 온 SKT가 이처럼 감정적으로 대응한 것은 처음이다”며 “업계 1위 이미지에 먹칠을 당해 예민하게 반응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또 “SKT 내부에서도 이번 광고로 인해 SKT 고유의 신사적인 이미지가 상처를 입은 것을 안타까워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SKT 관계자는 “국내 업계 1위는 SKT라는 것을 누구나 알고 있고, 이번 선정 결과가 터무니없다는 것을 KTF에서 잘 알면서도 광고에까지 이용하자 가만히 보고 있을 수만은 없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광고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이견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SKT와 KTF의 광고로 인한 감정싸움은 사실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올해 초 정보통신부가 통화품질 순위를 발표했을 때도 양측이 치열한 ‘1위 마케팅’으로 광고경쟁을 벌인 적이 있다. 당시 1위로 선정된 KTF는 ‘통화품질 1위’를 내세우며 공격적인 마케팅에 나섰고, SKT는 “해마다 1위라고 주장하는 이가 있습니다”라며 반격했다. 이에 질세라 KTF는 다시 “자신에게 유리한 사실에만 OK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고 맞받아 쳤다.
당시 SKT는 ‘소비자 만족 4년 연속 1위’를 강조했지만 부동의 1위를 고수해 온 자존심에 상당한 상처를 입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한편 SKT가 고소를 당한 지 하루 만에 KTF의 모회사인 KT의 개인휴대통신(PCS) 재판매 사업을 불공정 행위로 공정거래위원회와 통신위원회에 제소한 사실이 알려져 SKT와 KTF의 공방이 전면전으로 치닫는 양상을 보였다. 그러나 SKT 관계자는 “광고 소송에 대한 감정적 대응이 아니다”며 “KT의 재판매가 상당부분 강제 할당에 의존하고 있음이 드러났고, 우리 영업망까지 흔들리는 상황이라 7월4일과 5일에 제소했다”고 말해 광고 소송과 별도로 진행돼 왔음을 강조했다.
공격과 맞대응으로 이어지는 두 업체의 싸움은 끝이 없는 듯 보인다. 이런 일련의 분쟁에 대해 경제정의실천연합의 박정식 부장은 “무선시장에 대한 통신정책 및 경제정책을 마련할 때 관계 당국이 공정한 입장을 취하는 데 실패해 기업체간에 알력다툼이 커졌다”고 지적했다. 업계 관계자도 “이번 분쟁이 정보통신부의 규제에 대한 불만이 상대 업체에 대한 비방으로 터져나갔다”고 분석했다. 업계 선발주자인 SKT가 회원 확대에 각종 규제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 KTF가 1위임을 자처하고 나선 것은 예민한 부분을 건드린 꼴이 됐다는 것.
오랜 감정의 골 ‘곪아터진 셈’
또한 SKT와 KTF의 모회사인 KT는 서로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어 쉽게 해결할 수 없는 구조적 아이러니 때문에 늘 서로를 견제해 왔던 것도 사실이다. 경실련 박정식 부장은 “KTF가 민영화된 이후 SKT가 KTF를 견제하며 과잉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7월11일 개각으로 두 업체의 분쟁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두 업체는 여론이 자신들의 분쟁을 곱지 않은 시선으로 지켜보고 있고, 계속되는 흠집내기가 서로에게 이롭지 않다는 판단에 따라 조만간 사태를 진정시킬 만한 조치를 취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이상철 KT 사장이 정보통신부 장관으로 임명된 것이 관계 개선을 부추기는 촉매제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개각 다음날인 7월12일 오전 KTF 홍보실의 이선주 과장은 “일부 조간신문에 SKT에서 러브콜을 보내왔다는 보도가 있었는데 사실과는 다르지만 적절히 내다본 게 아니겠냐”며 사태 진정의 운을 띄웠다. 이날 SKT에서도 장시간 회의를 가져 관계 개선의 적절한 시점을 의논한 것으로 보인다. 홍보실의 허재영 과장은 “서로 볼썽사나운 싸움을 계속하기보다는 이동통신업계의 맏형다운 행동을 고려중”이라며 KTF에서 말한 ‘러브콜’에 대해서는 “그런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고 말해 관계 개선이 조속하게 이뤄질 수도 있음을 내비쳤다.
특히 이날 오후 SKT가 지난 5월 “깜짝쇼”라는 비난을 감수해 가며 매입한 KT 주식 중 여유 지분을 샀던 교환사채(EB) 1.76%를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SKT는 이번 교환사채 매각으로 그동안 SKT가 KT 경영권에 관심이 있다는 우려를 해소하게 됐다는 입장이다. KT 관계자는 “그동안 지분 맞교환을 추진하며 SKT에 상당한 압력을 가해왔던 이상철 KT 사장이 정보통신부 장관으로 임명된 데 대한 유화책으로 보고 있다”며 광고 관련 소송에 대해서도 “SKT와 KTF, KT가 서로 맞제소하려 들면 끝도 한도 없는 상황에서 곧 화해 움직임이 있지 않겠냐”고 말했다. SKT 관계자도 “이번 광고 문제에 대해 내부적으로 미숙하게 대응했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며 “좋은 쪽으로 해결하도록 지켜봐 달라”고 했다.
초고속인터넷과 3세대이동통신(IMT-2000) 서비스를 선보이며 IT 월드컵을 성공적으로 치르고, 명실공히 세계 최고임을 인정받은 한국의 IT 수준. 그것을 주도해 온 두 업체가 일단 꼬리를 내렸지만 자제와 자성으로 공정경쟁을 이끌어나갈 것인지, 여론과 정치적 영향에 밀려 일단 한발 물러선 뒤 다음 기회를 노릴 것인지는 두고 봐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