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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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 해결사’… 김홍업의 ‘질펀한 로비’

기업인·재벌2세들과 룸살롱서 만나 사건(?) 수임 … 나중엔 측근들이 ‘민원 사냥’ 나서기도

  • < 김시관 기자 >sk21@donga.com

    입력2004-10-14 13:5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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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0% 해결사’… 김홍업의 ‘질펀한 로비’
    2001년 5월, 서울 강남의 R호텔 룸살롱. 김홍업 아태재단 부이사장과 마주앉은 이재관 전 새한그룹 부회장은 연신 홍업씨에게 국산 양주 윈저를 권했다. 2000년 12월 무역금융 사기혐의로 검찰에 고발된 이 전 부회장은 홍업씨의 도움을 받아 가까스로 ‘지옥의 문턱’에서 기사회생한 상황. 홍업씨는 그에게 정말 구세주였다. 이 전 부회장은 이에 앞서 비밀루트를 통해 ‘성공 사례금’5억원을 미리 홍업씨측에 전달, 술자리 분위기를 좋게 만들어놓는 치밀함도 보였다.

    착수금 2억5000만원과 서너 차례 접대비, 일본 도피자금 등 이씨가 검찰의 포위망을 뚫는 데 들어간 총 금액은 10억여원. 홍업씨 도움으로 ‘저렴하게’ 일을 해결(?)한 이씨로서는 홍업씨와 보다 깊은 연을 맺을 필요가 있었고 그날 자리는 그 일환이었다. 홍업씨의 지난 4년 동안 로비 행적을 보여주는 이 사례는 그 후 조금씩 소문이 났고, 일부 기업인들 사이에서 홍업씨를 ‘로비 성공률 100%의 전문 로비스트’로 인식하는 계기가 됐다.

    술집서 우연을 가장한 합석 유도

    ‘100% 해결사’… 김홍업의 ‘질펀한 로비’
    홍업씨의 공식 직함은 아태재단 부이사장이다. 그러나 홍업씨는 재단 일에 큰 관심이 없었다. 일주일에 한 번 정도 재단 사무실을 찾는 것이 고작이었다. 대신 홍업씨는 서울 강남 역삼동 개인 사무실을 자주 찾았다. 이곳은 홍업씨의 비즈니스 공간이다. 이곳에서 홍업씨는 기업가, 재벌 2세 및 고위 공직자 등과 전방위 회합을 가졌다.

    스스로 홍업씨의 ‘집사’였음을 자처한 친구 김성환씨와, 대학 1년 후배로 프로권투 동양챔피언 출신인 이거성씨 등이 온갖 궂은일을 도맡아 처리하며 홍업씨의 손과 발 역할을 했다. 여기에 일부 기업인이 동참하면서 소위 ‘역삼동 클럽’이 결성됐다. 기업인 연결, 민원 청탁과 로비 및 이를 통한 자금 수수 등 온갖 부패 고리는 바로 역삼동 사무실에서 ‘역삼동 클럽’에 의해 도모된 것으로 볼 수 있다.



    대통령 아들과 재벌 2세의 회합에는 역시 술과 여자가 빠지지 않았다. 홍업씨는 국산양주 윈저와 중저가의 ‘로비드’를 좋아했다고 한다. 그들이 단골로 다녔던 술집에는 신인 탤런트 및 영화배우, 에로 비디오 배우 등이 동석했다는 얘기도 나온다.

    서초동 대검찰청 인근의 룸살롱 ‘지안’의 마담 A씨. 그녀는 지난 6월25일 검찰의 참고인 조사를 받았다. 김회장(홍업씨의 술자리 호칭)과 측근들과 재벌 2세들의 술자리 파티, 술과 여자가 있는 자리에서 오간 질펀한 얘기, 각종 청탁과 권력층에 전달된 돈 등 술자리에서 주워들은 ‘비밀’을 알고 있는 A씨는 이미 오래 전부터 검찰의 수사망에 걸려 있었다. A씨와 강남 일대 또 다른 술집의 마담들을 통해 강남 R호텔 인근의 M, 또 다른 R호텔 룸살롱 등도 이권청탁 장소였고 금품 수수 아지트였음이 확인됐다.

    2001년 6월 홍업씨가 평창종건의 대출용 신용보증서 발급 청탁과 함께 1억여원을 받은 장소가 지안 룸살롱이었고 대한주택공사 오모 사장을 만나 사정기관의 내사에 대한 선처를 부탁받은 곳도 이 술집이었다. 홍업씨와 이 룸살롱에서 술자리를 가졌던 한 인사는 “술집에 사무를 볼 수 있는 별도의 비즈니스룸이 있어 술을 먹다가 자연스럽게 사업 얘기를 할 수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100% 해결사’… 김홍업의 ‘질펀한 로비’
    홍업씨와 기업가 또는 재벌2세와의 회동은 이처럼 비밀보장이 잘 되는 고급 술집에서 주로 이뤄졌다. 홍업씨 한 측근의 설명. “홍업씨가 낀 술자리가 있을 경우 측근들이 기업가나 재벌2세들을 옆방에 대기시킨다. 그런 다음 우연히 만난 것처럼 합석을 유도한다.”

    이런 과정을 통해 홍업씨와 ‘연’을 맺은 기업인 또는 재벌2세는 10여명이 훨씬 넘는다는 게 측근의 설명이다.

    모그룹 C부회장. 유통 사업체를 갖고 있는 그 역시 김성환씨 등 홍업씨 측근들의 부름을 받고 술집을 찾았다가 홍업씨의 ‘간택’을 받아 부동산 용도변경과 관련해 청탁을 할 수 있었고, 검찰은 이 문제에 대해 내사를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새 정부 출범 이후 어려움을 겪던 모그룹의 G부회장. 그 또한 뜻하지 않은 자리에서 대통령 아들과 ‘우연한 만남’을 가졌고, 로비를 하다가 사정기관의 내사를 받았다. DJ 정권으로부터 피해의식이 컸던 이 기업가는 “더 이상 권력으로부터 피해를 입지 않겠다”는 뚜렷한 원칙을 갖고 의도적으로 접근했다는 말이 검찰 주변에서 돌았다.

    일부 기업인들은 검찰 조사에서 “홍업씨는 로비 성공률 100%”라는 발언을 해 조사관을 당황하게 했다고 한다. 미스터피자 정우현 사장, 평창종합건설 유준걸 회장 등은 룸살롱을 매개로 홍업씨와 ‘사업’을 의논했던 파트너이자 측근으로 활동했던 기업가들.

    김성환씨가 민원 선별해 술자리 마련

    ‘100% 해결사’… 김홍업의 ‘질펀한 로비’
    강남 R호텔 인근의 M룸살롱. 이 술집도 ‘대통령의 아들이 다니는’집으로 오래 전부터 소문이 났다. 검찰은 이 술집의 마담도 소환해 참고인 조사를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그 과정에 몇몇 벤처기업인과의 검은 거래설이 등장했다. 홍업씨의 한 지인은 “벤처기업인들 역시 벤처자금 지원 청탁 문제 등을 놓고 홍업씨에게 줄을 대기 위해 로비의 손길을 뻗쳤다”고 증언했다. 벤처 기업가들 가운데 홍업씨 주변을 배회한 인물이 의외로 많다는 것이 강남 테헤란로 일대의 ‘공공연한 비밀’이다.

    김성환씨는 최근 재판에서 “내가 집사 역할을 한 사실을 홍업씨도 알고 있었고, 민원이 들어오면 내가 이것을 선별해서 홍업씨에게 보고하고 청탁인과의 술자리를 마련해 주기도 했다”고 말해 이런 상황을 뒷받침했다.

    홍업씨를 잘 알고 있는 인사들은 애초부터 홍업씨가 이런 스타일은 아니었다고 설명한다. 소심했지만 정이 많은 남자였고 남을 배려할 줄 아는 신사였다는 것이 일관된 지적이다. 홍업씨와 ROTC 선후배 관계인 K씨의 설명. “새 정부 초기 홍업씨가 이민 가고 싶다고 말하더라. 사람들 만나면 청탁을 하고, 만나주지 않으면 건방지다고 씹는 것에 심한 부담을 갖고 있었다.”

    그렇지만 돈과 술, 그리고 여자를 매개로 한 부나방들의 유혹은 집요했고 결국 홍업씨는 자신도 모르게 덫에 빠져들었다. 부나방들이 던진 유혹을 취한 대가로 홍업씨가 그들에게 준 것은 대통령 아들이 가지는 무소불위의 권력이었다.

    기업가와 재벌2세, ROTC 및 고향 선후배 학교 동창들이 찾아와 민원과 돈 보따리를 내밀었고 홍업씨는 청와대 검찰 국세청 금감원 예금보험공사 신용보증기금 등 일반인이 접근하기 어려운 국가 기관과 접촉해 특별세무조사 무마, 검찰수사 개입, 인사 등을 통한 편의를 봐주었다. 보다 심각한 것은 시간이 흐르면서 홍업씨가 측근 김성환씨 등과 함께 약점이 있는 기업인, 경영위기에 몰린 기업가 등에게 전화를 걸어 “한번 만나자”는 입장을 먼저 전달했다는 의혹이다. 홍업씨 한 지인은 “측근들이 민원을 찾아다니는 모습이 뚜렷했고, 그들이 관련된 각종 민원과 청탁을 해결하고 자금을 쓸어 담는 모습이 마치 진공청소기 같았다”고 말한다.

    검찰은 최근 홍업씨가 삼성 현대 등 대기업으로부터 수십억원을 받았고, 전·현직 국정원장 및 정치인으로부터 거액의 용돈을 받은 사실을 확인했다. 홍업씨를 진공청소기로 묘사한 이 인사의 설명이 사실로 입증된 셈.

    홍업씨는 지난 6월 구속 이전에 이미 심리적 공황 상태를 맞은 듯하다. 그는 구속 2, 3개월 전 역삼동 개인 사무실을 폐쇄했고 동시에 술집 출입도 끊었다. 그러나 권력과 돈, 술과 여자가 한데 어우러진 거대한 부패고리의 심한 악취는 여전히 씻기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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