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9 서해교전이 벌어졌던 연평도 인근의 석도, 비도 등 철책 없는 해상 비무장지대(DMZ)는 멸종위기종인 저어새의 가장 큰 번식지인 것으로 확인됐다. 지금까지 확인된 어미 개체수만 150쌍. 현재 저어새가 전 세계에 약 700마리만 생존해 있는 멸종위기종인 것을 감안하면 거의 대부분의 저어새가 이곳에서 번식하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
저어새는 그 아름다움과 희귀성 등으로 인해 천연기념물 제205호, 멸종위기 야생동물(환경부 지정)로 분류된 여름 철새다. 몸길이 75cm로 백로와 비슷한 몸집이며 역시 흰색 깃털을 지니고 있지만 백로와 달리 검은 뺨과 주걱 모양의 검은색 부리를 갖고 있다. 이들은 얕은 물 속에서 부리를 양 옆으로 휘저으며 먹이를 찾는다 해서 저어새라는 이름이 붙었다.
6월4일 이 번식지에 한국교원대 김수일 교수(48·생물교육과) 등이 최초로 들어가 저어새의 생태 비밀을 캐는 작업에 돌입했다. 김교수와 환경운동연합의 DMZ특별위원회 최주영 위원장 등 일행 5명은 석도, 비도에 들어가기 위해 입도 허가 및 문화재 현상변경(저어새 포획 및 방류) 허가까지 받는 등 까다로운 절차를 밟아야 했다. 4일 아침 8시 인천에서 출발한 일행은 3시간 걸려 북방한계선(NLL) 바로 아래쪽의 석도·비도에 도착했다. 이곳에서 부화된 지 2~3주 이내의 어린 저어새 8마리를 망으로 붙잡아 가락지를 끼웠다.
10년 이내 멸종될 확률 ‘80%’
저어새의 오른발에 끼운 붉은색 가락지에는 ‘K31~K38’이라는 글자를 새겼는데 이는 일본 야마시나 연구소에서 제작한 국제 일련번호로 ‘한국에서 31~38번째 부착하는 것’이라는 의미다. 또 오른쪽 아래 발목에는 우리나라 연락처가 새겨진 알루미늄 가락지를 채웠는데, 이 새가 죽더라도 발견하는 이가 연락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 왼발 가락지는 발견된 장소 등의 정보를 담았다.
저어새에게 가락지를 끼운다는 것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 김교수는 “가락지 부착은 새들의 이동경로, 번식지, 월동지, 체류기간 등을 알 수 있는 중요한 단서가 된다”면서 “그동안 저어새에 대한 연구는 일본 대만 홍콩 등 남쪽의 월동지에서만 이뤄졌는데 번식지의 핵심인 우리나라에서는 이제서야 중요 연구가 시작된다”며 아쉬움을 표시했다. 가락지 부착 사업의 결과는 이르면 올 여름 이후부터 서해안이나 남부지역에서, 겨울에는 남부지역이나 다른 나라들에서 속속 전해져올 것으로 기대된다.
겨우내 저어새는 일본 대만 홍콩 등 몇몇 월동지에서 큰 무리를 이루며 지내기 때문에 가락지가 부착된 저어새는 탐조대원들의 눈에 쉽게 띄어 가락지 부착 국가의 단체에 알려질 것이라고 한다. 그동안 봄 가을 이동시기에 국내에서 파악된 곳은 시화호, 송도, 강화도, 보름도, 주문도, 만경강·동진강 하구, 순천만, 낙동강 하구, 경남 고성, 제주 성산포 등이다. 환경련이나 습지보전연대회 등에서는 이 시기에 탐조활동을 하는 이들이 저어새에 대한 정보를 얻게 되면 즉시 연락해 달라고 말했다.
저어새에 대한 관심이 전 세계적으로 고조된 것은 심각할 정도로 멸종위기에 처해 있는 상황이 알려지면서부터. 지난 98년 1월 어느 하루 저어새가 겨울을 지낼 만한 모든 동아시아의 습지에서 조류학자들이 동시에 그들 수효를 세어본 결과 최대 613마리가 기록됐다.
그런데 저어새는 보통 3년 이상 나이를 먹은 뒤 번식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에 지금까지 꾸준히 번식에 성공해 왔다 해도 번식연령의 개체들이 큰 폭으로 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김수일 교수는 지적했다.
“국제사회에서는 저어새가 10년 이내, 또는 3세대 안에 멸종될 확률이 80% 정도인 것으로 진단하고 있어 이를 심각한(critical) 멸종위기 범주에 포함시키고 있습니다. 이들에게 필수적인 서식지 보전을 포함해 꺼져가는 불꽃을 지피기 위한 적극적 부양관리 노력도 펼쳐가야 할 때입니다.”
일본은 몇 년 전 조선대 정종렬 박사가 중심이 돼 저어새 9마리에 위성추적장치를 부착, 7마리가 DMZ로 들어간다는 것까지 확인했다. 그러나 군사 제한구역이어서 정확한 장소를 파악하지 못했다.
북한은 저어새가 서해안 덕도를 중심으로 번식하고 있는 것을 확인했다. 1995년부터 저어새 번식생태를 연구해 왔고, 그 해 7월에는 어린 저어새 두 마리에 유색 가락지를 달아 날려보낸 일도 있다. 그 결과 한 마리는 그 해 11월 일본 이즈미에서, 다른 한 마리는 12월에 베트남 홍하 하구에서 발견됐다.
저어새는 50년대 이전만 해도 우리나라 전역의 강 하구 기수(汽水: 바닷물과 민물이 섞여 염분이 적은 물) 지역에서 흔히 볼 수 있던 철새였다고 한다. 그런데 요즘 저어새는 왜 하필 남북이 치열하게 대치하고 있는 경계지역에서 대규모로 번식하고 있을까.
가장 큰 이유는 이곳이 간조 때 거대한 갯벌이 드러나 먹이 구하기가 쉽기 때문이다. 둘째는 전국의 강 하구가 난개발로 인해 저어새의 보금자리가 그만큼 파괴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결국 저어새는 사람의 발길이 거의 닿지 않는 무인도, 특히 남북 분단으로 인해 생겨난 틈(DMZ)을 번식지로 택하게 된 것이다.
습지보전연대회의 김경원 사무국장(35)은 “저어새의 생태변화를 보면서 저어새가 생존할 수 없는 환경에선 결국 인간도 생존의 위기를 맞게 된다는 걸 확인했다”고 말했다. 저어새 전문가인 정종렬 박사는 군사분계선 지역에서 저어새가 번식하는 것을 두고 “우리 민족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새”라고 표현했다. 남북한이 서해안 접경지역에서 이 새를 보호하려는 공동노력을 행한다면 거기서부터 남북화해와 협력의 기운이 싹틀 수 있다는 뜻이다. 저어새의 생태와 서식환경에 대해 오랫동안 관심을 기울여왔던 김수일 교수의 말은 심금을 울린다.
“저어새는 신기루 같은 새입니다. 돌연 눈앞에 나타났다가 사람이 가까이 가면 멀리 달아나버리기 때문에 늘 아지랑이를 사이에 두고 바라봐야 했습니다. 사람들이 그들의 터전을 파괴했기 때문에 사람을 멀리하는 것입니다. 오죽하면 민간인의 출입이 통제되는 서해안 비무장지대에서만 그들의 마지막 생명의 불꽃을 이어가고 있겠습니까. 이제는 그들을 되살리기 위한 보전대책 등을 서둘러 세워야 할 때입니다.”
분명한 것은 호랑이 반달가슴곰 등 우리가 잃고 나서 그리워하는 생물 목록에 저어새가 들어갈 날이 결코 멀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저어새는 그 아름다움과 희귀성 등으로 인해 천연기념물 제205호, 멸종위기 야생동물(환경부 지정)로 분류된 여름 철새다. 몸길이 75cm로 백로와 비슷한 몸집이며 역시 흰색 깃털을 지니고 있지만 백로와 달리 검은 뺨과 주걱 모양의 검은색 부리를 갖고 있다. 이들은 얕은 물 속에서 부리를 양 옆으로 휘저으며 먹이를 찾는다 해서 저어새라는 이름이 붙었다.
6월4일 이 번식지에 한국교원대 김수일 교수(48·생물교육과) 등이 최초로 들어가 저어새의 생태 비밀을 캐는 작업에 돌입했다. 김교수와 환경운동연합의 DMZ특별위원회 최주영 위원장 등 일행 5명은 석도, 비도에 들어가기 위해 입도 허가 및 문화재 현상변경(저어새 포획 및 방류) 허가까지 받는 등 까다로운 절차를 밟아야 했다. 4일 아침 8시 인천에서 출발한 일행은 3시간 걸려 북방한계선(NLL) 바로 아래쪽의 석도·비도에 도착했다. 이곳에서 부화된 지 2~3주 이내의 어린 저어새 8마리를 망으로 붙잡아 가락지를 끼웠다.
10년 이내 멸종될 확률 ‘80%’
저어새의 오른발에 끼운 붉은색 가락지에는 ‘K31~K38’이라는 글자를 새겼는데 이는 일본 야마시나 연구소에서 제작한 국제 일련번호로 ‘한국에서 31~38번째 부착하는 것’이라는 의미다. 또 오른쪽 아래 발목에는 우리나라 연락처가 새겨진 알루미늄 가락지를 채웠는데, 이 새가 죽더라도 발견하는 이가 연락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 왼발 가락지는 발견된 장소 등의 정보를 담았다.
저어새에게 가락지를 끼운다는 것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 김교수는 “가락지 부착은 새들의 이동경로, 번식지, 월동지, 체류기간 등을 알 수 있는 중요한 단서가 된다”면서 “그동안 저어새에 대한 연구는 일본 대만 홍콩 등 남쪽의 월동지에서만 이뤄졌는데 번식지의 핵심인 우리나라에서는 이제서야 중요 연구가 시작된다”며 아쉬움을 표시했다. 가락지 부착 사업의 결과는 이르면 올 여름 이후부터 서해안이나 남부지역에서, 겨울에는 남부지역이나 다른 나라들에서 속속 전해져올 것으로 기대된다.
겨우내 저어새는 일본 대만 홍콩 등 몇몇 월동지에서 큰 무리를 이루며 지내기 때문에 가락지가 부착된 저어새는 탐조대원들의 눈에 쉽게 띄어 가락지 부착 국가의 단체에 알려질 것이라고 한다. 그동안 봄 가을 이동시기에 국내에서 파악된 곳은 시화호, 송도, 강화도, 보름도, 주문도, 만경강·동진강 하구, 순천만, 낙동강 하구, 경남 고성, 제주 성산포 등이다. 환경련이나 습지보전연대회 등에서는 이 시기에 탐조활동을 하는 이들이 저어새에 대한 정보를 얻게 되면 즉시 연락해 달라고 말했다.
저어새에 대한 관심이 전 세계적으로 고조된 것은 심각할 정도로 멸종위기에 처해 있는 상황이 알려지면서부터. 지난 98년 1월 어느 하루 저어새가 겨울을 지낼 만한 모든 동아시아의 습지에서 조류학자들이 동시에 그들 수효를 세어본 결과 최대 613마리가 기록됐다.
그런데 저어새는 보통 3년 이상 나이를 먹은 뒤 번식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에 지금까지 꾸준히 번식에 성공해 왔다 해도 번식연령의 개체들이 큰 폭으로 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김수일 교수는 지적했다.
“국제사회에서는 저어새가 10년 이내, 또는 3세대 안에 멸종될 확률이 80% 정도인 것으로 진단하고 있어 이를 심각한(critical) 멸종위기 범주에 포함시키고 있습니다. 이들에게 필수적인 서식지 보전을 포함해 꺼져가는 불꽃을 지피기 위한 적극적 부양관리 노력도 펼쳐가야 할 때입니다.”
일본은 몇 년 전 조선대 정종렬 박사가 중심이 돼 저어새 9마리에 위성추적장치를 부착, 7마리가 DMZ로 들어간다는 것까지 확인했다. 그러나 군사 제한구역이어서 정확한 장소를 파악하지 못했다.
북한은 저어새가 서해안 덕도를 중심으로 번식하고 있는 것을 확인했다. 1995년부터 저어새 번식생태를 연구해 왔고, 그 해 7월에는 어린 저어새 두 마리에 유색 가락지를 달아 날려보낸 일도 있다. 그 결과 한 마리는 그 해 11월 일본 이즈미에서, 다른 한 마리는 12월에 베트남 홍하 하구에서 발견됐다.
저어새는 50년대 이전만 해도 우리나라 전역의 강 하구 기수(汽水: 바닷물과 민물이 섞여 염분이 적은 물) 지역에서 흔히 볼 수 있던 철새였다고 한다. 그런데 요즘 저어새는 왜 하필 남북이 치열하게 대치하고 있는 경계지역에서 대규모로 번식하고 있을까.
가장 큰 이유는 이곳이 간조 때 거대한 갯벌이 드러나 먹이 구하기가 쉽기 때문이다. 둘째는 전국의 강 하구가 난개발로 인해 저어새의 보금자리가 그만큼 파괴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결국 저어새는 사람의 발길이 거의 닿지 않는 무인도, 특히 남북 분단으로 인해 생겨난 틈(DMZ)을 번식지로 택하게 된 것이다.
습지보전연대회의 김경원 사무국장(35)은 “저어새의 생태변화를 보면서 저어새가 생존할 수 없는 환경에선 결국 인간도 생존의 위기를 맞게 된다는 걸 확인했다”고 말했다. 저어새 전문가인 정종렬 박사는 군사분계선 지역에서 저어새가 번식하는 것을 두고 “우리 민족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새”라고 표현했다. 남북한이 서해안 접경지역에서 이 새를 보호하려는 공동노력을 행한다면 거기서부터 남북화해와 협력의 기운이 싹틀 수 있다는 뜻이다. 저어새의 생태와 서식환경에 대해 오랫동안 관심을 기울여왔던 김수일 교수의 말은 심금을 울린다.
“저어새는 신기루 같은 새입니다. 돌연 눈앞에 나타났다가 사람이 가까이 가면 멀리 달아나버리기 때문에 늘 아지랑이를 사이에 두고 바라봐야 했습니다. 사람들이 그들의 터전을 파괴했기 때문에 사람을 멀리하는 것입니다. 오죽하면 민간인의 출입이 통제되는 서해안 비무장지대에서만 그들의 마지막 생명의 불꽃을 이어가고 있겠습니까. 이제는 그들을 되살리기 위한 보전대책 등을 서둘러 세워야 할 때입니다.”
분명한 것은 호랑이 반달가슴곰 등 우리가 잃고 나서 그리워하는 생물 목록에 저어새가 들어갈 날이 결코 멀지 않았다는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