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베스트셀러일 뿐만 아니라 미술의 소재로도 가장 많이 사용된 책은? 이 질문의 답은 물론 성경이다. 아기 예수의 탄생이나 십자가 처형, 예수의 부활 등 성경의 모티프를 다룬 미술품이 어디 한둘이랴. 하지만 방대한 서구 기독교 미술의 전통에 비해 한국에서는 기독교 미술이라고 부를 만한 작품을 찾아보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일까, 제3회 성곡미술대상 수상작인 ‘금단의 열매’전은 성경을 재해석했다는 주제 자체가 무척 신선하게 느껴졌다.
그러나 피에타 스타일의 회화나 조각, 또는 프랜시스 베이컨처럼 ‘반항적’인 작품을 예상했다면 ‘금단의 열매’전은 당혹스러움으로 다가올 것이 분명하다. 이윰과 김은정이 기획하고 북디자인(이나미), 클레이메이션(박재모), 사진(류익상)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일하는 8인의 작가가 공동창작한 ‘금단의 열매’전은 모두 설치미술로만 구성되어 있다. 각각 ‘Where are you?’ ‘지식의 나무’ ‘생명의 나무’라는 주제하에 구성된 세 개의 방이 곧 ‘작품’이다.
“작가들은 성경을 종교적인 텍스트라기보다는 인간의 삶을 다룬 문학작품으로 보았지요. 그래서 성경에 담긴 인간의 모습을 현대적인 관점에서 해석한 결과가 이번 전시입니다.” 성곡미술관 최은하 큐레이터의 설명이다.
첫번째 주제인 ‘Where are you?’는 아담이 선악과를 먹고 몸을 숨겼을 때 여호와가 한 질문이다. 첫번째 방에 들어서면 DVD로 만들어진 가짜 ‘불길’이 양 옆에서 이글거리는 가운데 좁은 길이 하나 나 있다. 마치 심판의 순간 같은 불길을 뚫고서 점점 좁고 높아지는 길을 걸어가면 폐자재가 쌓여 있는 공간이 나타난다. 망가진 에덴동산, 곧 지구의 모습이다.
두 번째 방인 ‘지식의 나무’는 온통 하얗게 칠해진 방이다. 천장과 벽, 바닥이 전혀 구분되지 않아 사막 한가운데처럼 막막하다. 거기에 10여개의 백색 조명이 나지막이 달려 있어 정면을 쳐다보기조차 어렵다.
자연히 이 방에 들어온 관객은 시선을 아래로 내리깔게 되는데, 여기에 이 수수께끼 같은 방의 해답이 존재한다. 즉 “참된 지식은 아래를 쳐다보는 것, 자신을 숙이고 낮추는 것”이라는 답이다.
세 번째 방인 ‘생명의 나무’에서 작가들은 다시금 어려운 질문을 던진다. 과연 참다운 생명이란 무엇인가. 다만 숨쉰다고 해서 그것을 살아 있다고 표현할 수 있을까. 방 안에는 작가의 친구들 사진이 커다란 패널로 걸려 있고 낮은 웅얼거림이 감돈다. 사진 속 인물들은 각기 서로를 쳐다보고 있다. 또 하나의 해답이 들려오는 듯하다. 진정한 생명은 너와 나의 소통에서 비롯된다는 것.
성곡미술관측은 이 전시를 가리켜 ‘보는 게 아니라 느끼는 전시’라고 표현했다. 그 말처럼 ‘금단의 열매’전은 성경의 메시지들을 온몸으로 느끼게 해주는 전시다.
전시와 병행해 3월22일부터 24일까지 열리는 세미나에는 유니온 신학대의 정현경 교수, 가수이자 화가인 조영남씨 등이 참여할 예정이다(4월7일까지, 문의: 02-737-7650).
그러나 피에타 스타일의 회화나 조각, 또는 프랜시스 베이컨처럼 ‘반항적’인 작품을 예상했다면 ‘금단의 열매’전은 당혹스러움으로 다가올 것이 분명하다. 이윰과 김은정이 기획하고 북디자인(이나미), 클레이메이션(박재모), 사진(류익상)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일하는 8인의 작가가 공동창작한 ‘금단의 열매’전은 모두 설치미술로만 구성되어 있다. 각각 ‘Where are you?’ ‘지식의 나무’ ‘생명의 나무’라는 주제하에 구성된 세 개의 방이 곧 ‘작품’이다.
“작가들은 성경을 종교적인 텍스트라기보다는 인간의 삶을 다룬 문학작품으로 보았지요. 그래서 성경에 담긴 인간의 모습을 현대적인 관점에서 해석한 결과가 이번 전시입니다.” 성곡미술관 최은하 큐레이터의 설명이다.
첫번째 주제인 ‘Where are you?’는 아담이 선악과를 먹고 몸을 숨겼을 때 여호와가 한 질문이다. 첫번째 방에 들어서면 DVD로 만들어진 가짜 ‘불길’이 양 옆에서 이글거리는 가운데 좁은 길이 하나 나 있다. 마치 심판의 순간 같은 불길을 뚫고서 점점 좁고 높아지는 길을 걸어가면 폐자재가 쌓여 있는 공간이 나타난다. 망가진 에덴동산, 곧 지구의 모습이다.
두 번째 방인 ‘지식의 나무’는 온통 하얗게 칠해진 방이다. 천장과 벽, 바닥이 전혀 구분되지 않아 사막 한가운데처럼 막막하다. 거기에 10여개의 백색 조명이 나지막이 달려 있어 정면을 쳐다보기조차 어렵다.
자연히 이 방에 들어온 관객은 시선을 아래로 내리깔게 되는데, 여기에 이 수수께끼 같은 방의 해답이 존재한다. 즉 “참된 지식은 아래를 쳐다보는 것, 자신을 숙이고 낮추는 것”이라는 답이다.
세 번째 방인 ‘생명의 나무’에서 작가들은 다시금 어려운 질문을 던진다. 과연 참다운 생명이란 무엇인가. 다만 숨쉰다고 해서 그것을 살아 있다고 표현할 수 있을까. 방 안에는 작가의 친구들 사진이 커다란 패널로 걸려 있고 낮은 웅얼거림이 감돈다. 사진 속 인물들은 각기 서로를 쳐다보고 있다. 또 하나의 해답이 들려오는 듯하다. 진정한 생명은 너와 나의 소통에서 비롯된다는 것.
성곡미술관측은 이 전시를 가리켜 ‘보는 게 아니라 느끼는 전시’라고 표현했다. 그 말처럼 ‘금단의 열매’전은 성경의 메시지들을 온몸으로 느끼게 해주는 전시다.
전시와 병행해 3월22일부터 24일까지 열리는 세미나에는 유니온 신학대의 정현경 교수, 가수이자 화가인 조영남씨 등이 참여할 예정이다(4월7일까지, 문의: 02-737-76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