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은 여전히 한국인이 선호하는 여행지다. MZ세대에게는 미식 투어 천국으로, 3040세대에게는 명품 쇼핑과 가족여행지로, 어른 세대에게는 한 시대를 풍미한 누아르 영화의 중심지로 매우 친숙한 곳이기 때문이다. 홍콩은 서울의 약 1.8배 크기 땅에 750여만 명이 살고 있다. 홍콩 면적의 3분의 2 이상이 습지와 산이라서 인구 대부분이 구도심인 침사추이(尖沙咀)와 홍콩섬(香港島), 신계(新界) 등에 옹기종기 모여 산다. 홍콩은 샹강(香港)의 광둥어 발음을 영어식으로 표기한 것인데, 이름 그대로 ‘향기로운 항구’를 의미한다. 예부터 이 지역 향나무 향을 중국 소주(蘇州), 항주(杭州) 여인이 즐겨 찾았고, 과거 중국 동완(東莞)에서 생산되는 향나무를 인도, 동남아, 아라비아로 중개 운송하는 항구로 성장했기에 이 같은 이름이 붙었다. 향만큼 아편도 홍콩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요소다. 홍콩은 1840년 영국이 일으킨 아편전쟁의 희생양으로 영국에 영구 할양되면서 156년간 격동의 세월을 보냈다. 1997년 홍콩은 중국에 반환돼 중국 주권이 미치고 있지만, 자체 정부를 갖고 독립적인 입법·사법·경찰권을 지닌 특별행정구로 지정됐다.
영국 식민지가 된 이후 작은 보트 위 수상가옥에서 살던 홍콩은 급속히 달라졌다. 해안선을 따라 서양식 대로가 놓였고 여왕의 길(Queen’s Road), 국왕의 길(King’s Road), 빅토리아 로드(Victoria Road) 등 영국식 이름이 붙었다. 서양의 선진 문물과 문화가 들어오면서 눈부신 발전과 함께 현재 우리가 아는 홍콩 모습으로 변화됐다. 이후 홍콩은 국제금융과 유럽·아시아 교역의 중심지로 자리 잡았으며, 아시아를 대표하는 가장 현대화된 도시로 성장했다. 영어를 공용어로 사용하고, 동서양을 아우르는 다양성과 활기찬 매력을 갖춘 도시로 탈바꿈한 것이다. 중국으로 반환된 홍콩은 지금 본토와 정치적 부침 및 갈등을 겪고 있지만 영국 식민시대 향수와 동서양 문화의 융합으로 새로운 시대를 열어가고 있다. 홍콩은 지리적으로 보면 구룡반도(九龍半島)와 맞은편에 위치한 홍콩 중심지인 ‘홍콩섬’, 홍콩 디즈니랜드와 홍콩 첵랍콕국제공항이 위치한 ‘란터우섬(大嶼島)’, 그리고 중국 본토와 접한 ‘신계’ 등 크게 4개 지역으로 구분된다.
그중 홍콩섬의 센트럴 지역은 영국이 처음 정착한 곳으로 정치, 행정, 교육, 문화 등 식민 역사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현재까지도 센트럴 지역 곳곳에는 식민시대 유물인 관공서와 성당, 학교 등 건축물이 그대로 남아 있거나 현대적 감각에 맞게 다시 활용되고 있다. 옛것과 새로운 것이 조화롭게 공존하는 센트럴 지역은 성인 걸음으로 몇 시간이면 모두 돌아볼 정도로 작다. 그렇지만 그 안에 유럽과 동양의 문명·문화가 집약돼 있다. 센트럴 지역은 다양한 국적과 인종의 사람들이 분주하게 살아가고 있어 언제 가도 활기가 넘친다. 도심 관광은 홍콩 명물 트램을 이용하면 편하다. 2층 트램은 복잡한 도심을 느린 속도로 달리며 초현대식 고층 빌딩과 복고풍 거리를 여유롭게 헤쳐 간다. 홍콩섬을 동서 방향으로 최대 30㎞ 이동하는데 잘만 활용하면 저렴한 비용으로 홍콩 시내 대부분을 여행할 수 있다. 트램은 정차장이 약 250m마다 있고 3분마다 오기 때문에 도보 여행객에게는 특히 안성맞춤이다. 단순히 이동을 위한 교통수단으로만 탑승하기보다 2층 맨 앞자리에 앉아 도심 전체를 둘러보는 것도 좋다. 병풍처럼 펼쳐진 빌딩숲과 퇴근길 사람들로 붐비는 식당, 그리고 시끌벅적한 재래시장 풍경을 통해 한 도시의 생동감과 활기찬 에너지를 느끼는 즐거움이 상당하다.
센트럴 지역에서 가장 트렌디한 ‘소호 거리(South of Hollywood Road)’ 역시 오래도록 꾸준히 사랑받는 곳이다. 전 세계 어느 나라의 어떤 음식을 먹고 싶든 이 거리에서는 모두 가능하다. 이름 모를 작은 골목마다 개성 넘치는 가게와 식당이 오밀조밀 밀도 있게 모여 있어 다양한 볼거리와 먹거리를 제공한다. 소호는 그야말로 홍콩의 과거와 현재, 미래가 공존하는 거리다. 센트럴 지역에 위치한 ‘미드레벨 에스컬레이터’도 빼놓을 수 없다. 영화 ‘중경삼림’과 ‘아비정전’ 촬영지로, 왕자웨이(왕가위) 감독을 좋아하는 팬들에게는 성지와도 같은 곳이다. ‘아비정전’에서 장국영(장궈룽)과 유덕화(류더화), 장만옥(장만위)이 만남과 이별을 반복하던 ‘캐슬 거리(Castle Road)’는 미드레벨 에스컬레이터에서 도보로 쉽게 갈 수 있다. 그리고 세계 각국의 아트 작품이 있는 ‘할리우드 거리(Hollywood Road)’와 포 힝 퐁(Po Hing Pong) 지역의 빈티지스럽고 자유분방한 ‘포호(POHO)’, 길게 이어지는 계단이 멋스러운 ‘포팅거 스트리트(Pottinger Street)’, 홍콩 근대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포제션 스트리트(Possession Street)’까지 구석구석 걷다 보면 홍콩인의 일상과 속살, 그리고 홍콩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모두 만나볼 수 있다. 센트럴 지역은 대충 보면 반나절에도 다 구경할 수 있지만, 자세히 즐기다 보면 3박 4일도 부족할 만큼 매력이 넘친다.
구룡반도에서 가장 번화한 곳인 ‘침사추이’는 동방의 진주로 불리는 ‘빅토리아 항구’의 아름다운 전경을 감상할 수 있는 홍콩의 대표적인 야경 명소이자 쇼핑거리다. 홍콩 최대 쇼핑몰 하버시티와 명품 매장이 줄지어 들어서 있고, 세계적인 호텔 체인과 미쉐린 스타 레스토랑이 즐비하다. 홍콩 누아르 영화에 나올 법한 풍경을 찾는다면 화려한 거리 뒤편 허름한 골목 아무 곳이나 가면 된다. 이 주변 골목들은 영화 ‘중경삼림’을 비롯한 홍콩 영화의 주요 배경으로 자주 등장했다. 침사추이에서 역동적이고 시끌벅적한 야시장이 위치한 ‘몽콕(旺角)’까지 길게 이어진 길을 ‘네이던 거리(Nathan Road)’라고 부르는데, 이곳이 바로 홍콩 미식 투어의 중심지다. 중국요리는 지역에 따라 베이징(北京), 상하이(上海), 쓰촨(四川), 광둥(廣東) 등 크게 4가지로 구분된다. 중국 남부에 위치한 홍콩은 기본적으로 광둥요리에 기반한다. 여기에 영국 식민시대를 거치고 세계 무역항으로 성장하면서 동서양의 맛이 어우러진 홍콩만의 특별한 맛이 생겼다. 신선한 해산물과 농산물이 넘쳐나고 상업이 발달해 신선한 식재료를 언제든 공급받게 되면서 미식의 도시로 거듭날 수 있었다. 홍콩은 중국요리의 보석으로 꼽히는 딤섬(點心)의 본고장이기도 하고, 돼지고기 바비큐로 알려진 차사오(叉燒)와 어린 통돼지구이인 피옌피루주(片皮乳猪), 광동식 탕수육인 구라오러우(咕咾肉), 구운 거위 요리와 통통한 새우가 들어간 완탕면(雲吞麺) 등 전통 광둥식 요리를 기반으로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메뉴들이 유명하다. 식도락여행을 빌미 삼아 맛집들을 찾아다니는 재미도 쏠쏠하다.
홍콩은 야경으로도 유명하다. 이 중 ‘빅토리아 피크’는 홍콩의 일몰과 야경을 감상할 수 있는 최적의 장소로 꼽힌다. 홍콩에서 가장 높은 산인 빅토리아 피크(552m)에 오르는 방법은 트램과 버스 두 가지가 있다. 45도쯤 되는 경사각을 타고 올라가는 산악 트램은 1888년 개통해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다. 트램은 1278m 선로를 따라 6~7분 정도면 종점인 해발 396m에 도착한다. 바깥 풍경을 좀 더 잘 보고 싶다면 올라갈 때는 오른쪽, 내려올 때는 왼쪽에 앉는 게 좋다. 다만 산악 트램 역시 홍콩을 대표하는 명물이기에 대기 시간은 각오해야 한다. 버스를 타고 올라가는 방법도 있다. 이동 시간은 트램보다 오래 걸리지만 2층 버스를 타고 좁은 길을 휙휙 지나는 재미는 또 다른 즐거움이다. 다만 멀미에 취약하다면 트램을 추천한다. 빅토리아 피크에서 내려다보는 홍콩 야경은 가히 환상적이다. 바다를 따라 건설된 빅토리아 항구 전경, 홍콩섬과 구룡 반도 스카이라인의 숨 막히는 전경을 만끽할 수 있다. 시원한 맥주 한잔과 함께 또 다른 홍콩의 밤도 놓치지 말자.
재이 여행작가는…
세계 100여 개국을 여행하며 세상을 향한 시선을 넓히기 시작했다. 지금은 삶의 대부분을 보낸 도시 생활을 마감하고 제주로 이주해 글을 쓰고 사진을 찍으며 다양한 여행 콘텐츠를 생산하는 노마드 인생을 살고 있다.
동서양 문화 융합된 홍콩
홍콩 도심 관광의 명물 트램. [GETTYIMAGES]
그중 홍콩섬의 센트럴 지역은 영국이 처음 정착한 곳으로 정치, 행정, 교육, 문화 등 식민 역사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현재까지도 센트럴 지역 곳곳에는 식민시대 유물인 관공서와 성당, 학교 등 건축물이 그대로 남아 있거나 현대적 감각에 맞게 다시 활용되고 있다. 옛것과 새로운 것이 조화롭게 공존하는 센트럴 지역은 성인 걸음으로 몇 시간이면 모두 돌아볼 정도로 작다. 그렇지만 그 안에 유럽과 동양의 문명·문화가 집약돼 있다. 센트럴 지역은 다양한 국적과 인종의 사람들이 분주하게 살아가고 있어 언제 가도 활기가 넘친다. 도심 관광은 홍콩 명물 트램을 이용하면 편하다. 2층 트램은 복잡한 도심을 느린 속도로 달리며 초현대식 고층 빌딩과 복고풍 거리를 여유롭게 헤쳐 간다. 홍콩섬을 동서 방향으로 최대 30㎞ 이동하는데 잘만 활용하면 저렴한 비용으로 홍콩 시내 대부분을 여행할 수 있다. 트램은 정차장이 약 250m마다 있고 3분마다 오기 때문에 도보 여행객에게는 특히 안성맞춤이다. 단순히 이동을 위한 교통수단으로만 탑승하기보다 2층 맨 앞자리에 앉아 도심 전체를 둘러보는 것도 좋다. 병풍처럼 펼쳐진 빌딩숲과 퇴근길 사람들로 붐비는 식당, 그리고 시끌벅적한 재래시장 풍경을 통해 한 도시의 생동감과 활기찬 에너지를 느끼는 즐거움이 상당하다.
전 세계 음식 가득한 소호
영화 ‘중경삼림’ 촬영지 중 한 곳인 ‘미드레벨 에스컬레이터’. [GETTYIMAGES]
동방의 진주로 불리는 ‘빅토리아 항구’. [GETTYIMAGES]
홍콩의 일몰과 야경을 감상할 수 있는 최적의 장소 ‘빅토리아 피크’. [GETTYIMAGES]
밤 여행도 안전
홍콩은 24시간 살아 있는 도시로, 밤에도 치안이 잘 유지돼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여행할 수 있다. 골목의 도시답게 골목마다 아기자기하고 특색 있는 펍과 카페가 꽉꽉 들어차 있다. 수많은 영화의 배경이 된 이국적인 거리 풍경은 처음 홍콩을 찾는 이의 마음을 설레게 하기에 충분하다. 압축된 공간에 볼거리, 먹을거리, 즐길 거리가 가득한 홍콩. 여행자에게 이보다 매력적인 곳이 있을까. 보면 볼수록 매력이 넘쳐나는 홍콩으로 지금 바로 떠나보자.재이 여행작가는…
세계 100여 개국을 여행하며 세상을 향한 시선을 넓히기 시작했다. 지금은 삶의 대부분을 보낸 도시 생활을 마감하고 제주로 이주해 글을 쓰고 사진을 찍으며 다양한 여행 콘텐츠를 생산하는 노마드 인생을 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