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국지’ 속 제갈량을 기리고자 세워진 사당 무후사. GETTYIMAGES
청두에 도착하면 가장 먼저 느껴지는 것도 바로 그런 느긋함이다. 중국의 다른 대도시처럼 화려하고 거대한데 이상하게 마음은 느긋해진다. 많은 사람이 아침에는 공원에서 산책을 하고, 오후에는 찻집에 앉아 시간을 보내며, 저녁이 되면 하나 둘씩 식당으로 모여든다. 여행자 역시 어느 순간부터 관광 명소를 빠르게 체크하듯 움직이기보다 이 도시의 속도와 공기에 맞춰 행동하게 된다.
강렬한 매운맛 훠궈로 유명한 ‘미식 도시’
그 분위기를 가장 잘 느낄 수 있는 곳 가운데 하나가 인민공원이다. 이른 아침부터 현지 사람들이 모여 차를 마시고 마작을 두며 시간을 보낸다. 누군가는 이어폰도 없이 음악에 맞춰 춤을 추고, 어떤 사람들은 벤치에 앉아 한참 동안 이야기를 나눈다. 관광객 입장에서는 특별한 명소처럼 보이지 않을 수도 있지만, 오히려 이런 풍경이 청두를 더 오래 기억하게 만든다. 공원 안 오래된 찻집에 앉아 재스민차를 한 잔 마시고 있으면 청두 사람들이 왜 이 도시를 쉽게 떠나지 못하는지 조금은 이해할 수 있다.청두의 오래된 시간은 도시 곳곳에 남아 있다. 무후사(武侯祠)는 ‘삼국지’ 속 제갈량을 기리고자 세워진 사당으로, 청두를 대표하는 역사 공간이다. 붉은 담장과 오래된 나무들 사이를 걷다 보면 이 도시가 수천 년 역사를 품고 있다는 사실을 느끼게 된다. 삼국시대 저잣거리를 재현해놓은 진리거리(锦里古街)도 옛 시대를 짐작하게 만들어 가볼 만하다. 전통 양식으로 꾸민 거리에는 붉은 등이 걸려 있고, 골목 안 작은 상점과 음식점들은 늦은 밤까지 불을 밝힌다. 천천히 걷다 보면 거리 곳곳에서 꼬치 굽는 냄새와 사람들 웃음소리가 섞여 흘러나온다. 관광지이지만 지나치게 인위적이지 않고 청두 특유의 활기와 생활감이 함께 느껴진다.
도시의 현대적인 분위기를 느끼고 싶다면 춘시루(春熙路)와 타이쿠 리(Taikoo Li) 일대를 걸어보는 것도 좋다. 청두에서 가장 활기찬 거리답게 늦은 밤까지 젊은 사람들과 관광객들로 붐빈다. 대형 쇼핑몰 IFC 외벽에 매달린 거대한 판다 조형물은 이제 청두를 대표하는 장면 가운데 하나가 됐다. 주변으로 이어지는 타이쿠 리는 일반 쇼핑 거리와는 분위기가 조금 다르다. 현대적인 브랜드 매장 사이로 중국식 건축물이 조화를 이루듯 배치돼 전통과 현대가 어색하지 않게 공존한다. 화려하지만 숨 막히지 않고, 세련됐지만 어딘가 여유로운 분위기가 청두다운 매력처럼 느껴진다.
청두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장소인 자이언트판다 연구기지도 마찬가지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판다 보호 연구시설이지만 분위기는 의외로 차분하다. 대나무를 먹으며 한가롭게 움직이는 판다들을 바라보고 있으면 덩달아 마음이 편안해진다. 청두 사람들은 판다를 단순한 동물이 아니라 도시를 닮은 존재처럼 이야기하기도 한다. 급하게 움직이지 않고 자기만의 속도로 하루를 살아가는 모습이 어쩐지 청두와 닮아 있기 때문이다.

삼국시대 저잣거리를 재현해놓은 진리거리. GETTYIMAGES
지금도 사용되는 2000년 전 수리 시설
청두 근교 도강언(都江堰)은 이 도시 여행을 더욱 입체적으로 만든다. 2000년 전 만들어진 거대한 수리 시설이 지금까지도 사용되고 있다는 사실이 놀라울 정도다. 산과 강이 어우러진 풍경 속에서 도강언을 바라보고 있으면 쓰촨 지역이 왜 오래전부터 풍요로운 땅으로 불렸는지 이해할 수 있다. 청두 도심의 활기와는 다른 차분한 풍경이 펼쳐져 하루 정도 시간을 내 다녀오기 좋다.이처럼 청두는 어느 한 가지 매력만으로 정의하기 어려운 도시다. 삼국지 역사가 남아 있는 오래된 거리부터 현대적인 쇼핑 문화, 평온한 공원 풍경, 그리고 사람들을 하나의 식탁 앞으로 모이게 만드는 음식 문화까지 서로 다른 요소가 한 도시에 공존한다. 그래서 청두 여행의 기억은 도시 전체 분위기로 남는다. 천천히 걷고, 오래 머물며 느슨하게 하루를 보내게 되는 도시. 청두는 그렇게 오래 머물고 싶게 만드는 분명한 매력이 있다.
재이 여행작가는… 세계 100여 개국을 여행하며 세상을 향한 시선을 넓히기 시작했다. 지금은 삶의 대부분을 보낸 도시 생활을 마감하고 제주로 이주해 글을 쓰고 사진을 찍으며 다양한 여행 콘텐츠를 생산하는 노마드 인생을 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