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539

..

포르투갈이라는 나라의 출발점, 포르투 

[재이의 여행블루스] 중세부터 무역과 항해 거점… 포트와인의 고향

  • 재이 여행작가

    입력2026-05-17 07:00:02

  • 글자크기 설정 닫기
                                                포르투갈 북부 항구도시 포르투를 가로지르는 도루강.  GETTYIMAGES

    포르투갈 북부 항구도시 포르투를 가로지르는 도루강.  GETTYIMAGES

    대서양에서 불어온 따뜻한 공기가 도시 골목을 스치듯 지나간다. 포르투갈 북부에 자리한 항구도시 포르투는 수도 리스본과는 다른 얼굴을 가진 곳이다. 규모는 작지만 오래된 시간의 흔적은 오히려 더 선명하게 남아 있다. 도루강을 따라 형성된 도시는 포르투갈이라는 나라의 출발점이기도 하다. 포르투갈(Portugal)이라는 국명 자체가 이곳의 옛 지명 포르투스 칼레(Portus Cale)에서 유래했을 만큼, 이 도시는 역사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포르투는 중세시대부터 무역과 항해의 거점이었다. 특히 영국과의 교역을 통해 발전한 와인산업은 도시 성격을 결정지었다. 도루강 상류에서 생산된 포도는 이곳에 모여 숙성된 뒤 바다를 건너 유럽 각지로 향했다. 지금도 포르투를 대표하는 포트와인은 이 도시의 역사와 긴밀히 연결돼 있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지정된 리베이라

    포르투에 도착하면 가장 먼저 느껴지는 것은 도시의 입체적인 구조다. 언덕 위에 세워진 건물들이 층층이 이어지고 그 사이를 좁은 골목과 계단이 연결한다. 평평하게 펼쳐진 도시가 아니라, 위아래로 겹겹이 쌓여 있는 형태라 걷는 내내 풍경이 끊임없이 바뀐다. 그렇게 골목을 따라 걷다가 갑자기 시야가 트이는 지점에 다다른다. 그곳에서는 도루강과 맞은편 도시 ‘빌라 노바 드 가이아’가 한눈에 들어온다. 

    강을 사이에 두고 마주한 두 지역은 포르투 여행의 핵심 축을 이룬다. 먼저 포르투 쪽 강변에 자리한 리베이라 지구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지역이다. 여전히 중세 시기 도시 구조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강변을 따라 늘어선 건물들은 붉은 지붕과 파스텔톤 외벽 형태를 갖춰 멀리서도 한눈에 들어온다. 건물 간격이 좁고 골목은 복잡하지만 그 안에는 오래된 상점과 작은 식당, 카페가 촘촘히 자리한다. 낮에는 관광객과 현지인이 뒤섞여 활기가 돌고, 저녁이 되면 강가 조명이 켜지면서 분위기가 한층 깊어진다. 

                                                               1886년 완공된 ‘루이스 1세 다리’. GETTYIMAGES

    1886년 완공된 ‘루이스 1세 다리’. GETTYIMAGES

    리베이라에서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곳이 ‘루이스 1세 다리’다. 1886년 완공된 이 다리는 에펠탑 설계자 귀스타브 에펠의 제자인 프랑스 엔지니어 테오필 세이리그가 설계한 작품이다. 철제 아치 구조로 만들어진 이 다리는 상층과 하층으로 나뉘어 서로 다른 방식으로 건널 수 있다. 위쪽 다리에서는 도시 전경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으며, 아래쪽에서는 강과 건물 사이를 좀 더 가까이에서 느낄 수 있다. 



    다리를 건너면 빌라 노바 드 가이아 지역에 닿는다. 이곳은 포트와인의 숙성과 저장이 이뤄지는 곳으로 포르투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코스다. 샌드맨, 테일러스 같은 전통 와이너리에서는 투어와 시음을 함께 진행한다. 저장고 내부에는 오크통이 길게 늘어서 있고, 공기에는 은은한 와인 향이 배어 있다. 투어를 마치고 테라스에 앉아 도루강을 내려다보면서 마시는 와인 한 잔은 이 도시를 기억하게 만드는 가장 강력한 요소 중 하나다.

    포르투는 건축과 공간에서도 개성이 뚜렷한 도시다. ‘상 벤투역’이 대표적 예다. 겉에서 보면 비교적 단정한 건물이지만 내부로 들어가면 전혀 다른 장면이 펼쳐진다. 벽면 전체를 채운 약 2만 장의 아줄레주 타일에는 포르투갈의 역사적 사건과 일상이 세밀하게 그려져 있다. 기차를 타지 않더라도 일부러 들러볼 가치가 충분한 공간이다. 

    도시 전체 조망 가능한 클레리구스 타워

    좀 더 걸음을 옮기면 ‘클레리구스 타워’가 보인다. 18세기에 지어진 바로크 양식 탑으로, 포르투 시내 어디서나 눈에 띄는 랜드마크다. 내부 계단은 좁고 가파르지만 꼭대기에 오르면 도시 전체를 내려다볼 수 있다. 이어서 방문하기 좋은 곳이 ‘렐루 서점’이다. 1906년 문을 연 이 서점은 화려한 목조 계단과 스테인드글라스 천장이 방문객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한참을 걸었으니 허기가 밀려올 타이밍이다. 포르투의 대표 전통 음식인 프란세지냐는 여러 종류의 고기와 소시지를 빵 사이에 넣고 치즈를 덮은 뒤 맥주 소스를 부어 완성한다. 한 끼 식사로 충분한 양과 강한 맛을 갖고 있다. 여기에 감자튀김과 맥주를 곁들이면 더할 나위 없이 완벽한 조합이다. 대구를 염장해 만든 바칼라우 요리도 다양한 방식으로 접할 수 있으니 도전해보자. 

    포르투 여행은 동선이 비교적 단순하다. 주요 명소가 도보 이동이 가능한 거리 안에 모여 있기 때문이다. 다만 언덕이 많으니 하루에 너무 많은 곳을 둘러보기보다 구역을 나눠 이동하는 것이 좋다. 숙소는 리베이라나 볼량시장 주변이 편리하다. 강변 쪽 숙소를 선택하면 아침과 저녁 분위기를 모두 가까이에서 경험할 수 있다. 

    포르투에서는 일정이 조금 느슨해도 괜찮다. 골목을 걷다가 마음에 드는 장소에서 잠시 머무르고, 다시 이동하는 여행이 잘 어울린다. 계획대로 움직이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하루가 채워진다. 해 질 무렵 도루강 위로 빛이 내려앉으면 도시의 색은 한층 더 짙어진다. 붉은 지붕과 오래된 건물들이 만들어내는 장면은 단순하지만 오래 기억에 남는다. 그리고 그 앞에 서 있으면 여행이 꼭 많은 일을 해야만 완성되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따라온다. 

    재이 여행작가는… 세계 100여 개국을 여행하며 세상을 향한 시선을 넓히기 시작했다. 지금은 삶의 대부분을 보낸 도시 생활을 마감하고 제주로 이주해 글을 쓰고 사진을 찍으며 다양한 여행 콘텐츠를 생산하는 노마드 인생을 살고 있다.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