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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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배터리, 융합형 인재 확보가 최우선 과제”

“R&D 인력 2배 이상 늘려도 부족… ‘캐즘’에도 투자 계속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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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우정 기자

    friend@donga.com

    입력2024-08-05 09: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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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 한 이차전지 공장에서 근로자가 생산설비를 살피고 있다. [동아DB]

    국내 한 이차전지 공장에서 근로자가 생산설비를 살피고 있다. [동아DB]

    “최근 몇 년 동안 직원을 많이 채용했고, 무엇보다 R&D(연구개발) 인력의 경우 2배 이상 늘렸다. 그런데도 여전히 인력이 부족하고, 그중에서도 소위 양질의 고급 인력을 확보하는 것이 정말 어렵다.”(국내 이차전지업계 관계자 A 씨)

    “국내 대학의 화학 베이스 학과에는 이차전지에 특화된 연구실이 적잖다. 그런데 현업에서 보니, 이차전지는 단순히 화학만 알아선 안 된다. 전기와 화학, 기계 등 다양한 분야가 융합돼야 제대로 성과를 낼 수 있다. 이차전지 산업 자체가 비교적 신생 분야라서 앞으로 인력이 더 많이 필요한데, 이런 ‘융합형 인재’가 절실하다.”(국내 이차전지업계 관계자 B 씨)

    새로운 미래 산업으로 떠오른 국내 이차전지업계에서 인력난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글로벌 시장 급성장으로 인력 수요가 많은 데다, 비교적 신생 분야라 축적된 인력 풀(pool)이 크지 않기 때문이다. 고급 인력을 선점해 경쟁력을 갖추려는 K-배터리 업계의 행보가 바쁜 이유다.

    “신생 산업 특성상 인력 귀해”

    취업박람회에서 한 취업 준비자가 안내 자료를 보고 있다. [뉴스1]

    취업박람회에서 한 취업 준비자가 안내 자료를 보고 있다. [뉴스1]

    한국산업기술진흥원(KIAT)에 따르면 2032년 이차전지 산업 생태계에 필요한 인력은 11만791명으로 2022년 말 기준 현업 종사자 5만6340명의 2배에 달할 전망이다. 매년 필요 인력 규모가 7% 늘어나는 것인데, 최근 5년간 조사한 14개 유망 신산업 중 최대 증가율이다. KIAT는 이차전지 산업에서 생산기술, 시험평가 분야를 중심으로 전체 인력 부족률이 4.4%에 달한다고 분석했다. 한국배터리산업협회는 국내 이차전지업계가 매년 약 3000명의 인력을 조달하는 데 차질을 빚고 있다고 추산한다. 업계 일각에선 이차전지 산업의 인력 수요-공급이 균형을 이루려면 향후 10년 정도는 걸릴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취재에 응한 국내 이차전지업계 관계자들은 “우수한 인력 확보가 이차전지 산업의 최우선 과제”라고 입을 모았다. 업계 한 관계자는 “반도체나 자동차, 조선(造船)처럼 역사가 오래된 산업은 트레이닝받은 전문 인력이 기업 안팎에 많지만, 이차전지 산업의 경우 분야를 막론하고 베테랑이 정말 귀하다”며 “아직 이차전지 맞춤형 인력을 양성하는 학교나 기관이 별로 없어 기업도 채용 노하우를 많이 쌓지 못한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이차전지 기업 관계자의 설명이다.

    “전자공학이나 신소재공학 등 배터리 산업과 관련된 분야는 다양하다. 제조 공정 자체도 스마트팩토리화(化)되면서 관련 인력에 요구되는 전문성이 높아졌다. 자연스레 이들 기술과 공정을 적용하는 데 투입되는 인재도 다양해졌다. 흔히 산업 현장에서 ‘융합 인재’가 필요하다는 얘기가 있는데, 이차전지 분야가 특히 그렇다.”

    이차전지업계도 인재 양성에 팔을 걷어붙였다. LG에너지솔루션은 2020년 국내 이차전지업계 최초로 고려대에 석박사 과정 계약학과인 ‘배터리-스마트팩토리 학과’를 개설한 데 이어 연세대, 한양대와도 비슷한 과정을 만들었다. 올해 5월에는 미국 뉴욕 타임스스퀘어에서 글로벌 인재 채용 행사를 열기도 했다. 삼성SDI는 7월 성균관대와 채용 연계형 계약학과인 ‘배터리공학과’를 신설하기로 했다. 서울대, KAIST, 포스텍, UNIST, 성균관대에 배터리 관련 석박사 과정을 운영해온 데 이어, 학부 단계부터 전문 인력을 양성하려는 행보다. SK온도 KAIST, UNIST, 성균관대, 한양대 등 에서 석박사 과정 배터리 관련 계약학과를 운영하고 있다.

    일선에선 현장 밀착형 인재가 절실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차전지는 R&D 인력은 물론, 생산 라인에 종사하는 인력에게도 높은 전문성이 요구된다. 교육과정에서부터 배터리 관련 이론을 익히고, 산업 일선에서 직간접적인 경험도 쌓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차전지 산업은 달리는 말(馬)”

    일각에선 최근 세계 전기차 시장이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에 접어들면서 국내 이차전지업계가 인력난을 해결할 시간적 여유를 갖게 된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하지만 업계 관계자들이 전하는 이차전지 산업의 현실은 다르다. 이차전지업계 한 종사자는 “이차전지 산업은 달리는 말(馬)과 같다. 잠시라도 투자가 끊겨 말이 멈추면 금방 도태된다”며 다음과 같이 자세히 설명했다.

    “세계적으로 이차전지 산업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최근 캐즘처럼 때때로 수요가 줄어들 수는 있어도 이차전지 수요는 중장기적으로 늘어날 것이다. 이에 따라 여러 나라가 정부 차원에서 산업 생태계 조성에 나서며 기술개발과 인재 육성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당장 기업 간 경쟁도 매우 치열해서 일부 분야에선 점유율 격차가 크지 않다. 잠시라도 연구개발이나 투자가 지연되면 언제 판세가 뒤바뀔지 모른다는 얘기다. 한때 이차전지 원자재 수급에 비상이 걸리지 않았나. 인재 육성과 발탁은 당장 사업보다 장기간에 걸친 긴 안목이 필요하다. 기업은 물론, 정부와 교육기관 모두 이차전지 인력의 양과 질을 높이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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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우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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