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반려동물에게도 ‘올바른 양육’이 필요하다. 건강관리부터 문제 행동 교정까지 반려동물을 잘 기르기 위해 알아야 할 지식은 무궁무진하다. 반려동물행동의학 전문가인 최인영 수의사가 ‘멍냥이’ 양육에 관한 모든 것을 알려준다.
반려묘 혀에는 돌기가 나 있어 끈, 실, 줄 같은 길고 가느다란 물건을 입에 넣으면 잘 뱉지 못한다. [GettyImages]
반려묘 시선으로 집 안 살펴야
반려묘가 바라보는 집 안 풍경이 어떤지 알려면 방바닥에 엎드린 자세를 취하면 된다. 평소와 다른 낮은 시선으로 집 안 구석구석을 살피다 보면 반려묘와 보호자의 시야가 매우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바닥에 이리저리 널브러져 있는 전선, 거실 탁자에 놓인 잡동사니 등 아무렇지 않게 생각했던 물건 중 반려묘가 호기심을 가질 만한 것들이 그제야 눈에 띌 것이다. 소파 밑이나 옷장·냉장고 뒤쪽 등 반려묘가 들어가 놀기 충분한, 먼지로 가득한 공간도 비로소 보일 테다.
시선을 위로 옮겨도 마찬가지다. 의자, 식탁, 책장 등 반려묘가 올라가 놀기 좋은 수많은 곳이 보이게 된다. 식탁 위 반쯤 먹다 만 음식 혹은 음식을 다 먹고 난 그릇, 깜빡하고 두고 간 영양제나 처방약이 있을 경우 위험한 일이 발생하지 않으려야 않을 수가 없다. 또 창밖 구경을 좋아하는 반려묘 특성상 커튼을 타고 올라가 열린 창문 사이로 고개를 내밀다 사고가 날 수도 있다. 반려묘를 기르는 집에서 특히 조심해야 할 물건들을 알아보자.
전선·전기 코드
반려묘가 전선 때문에 겪을 수 있는 사고는 크게 3가지다. △첫째, 전선을 이빨로 물어뜯어 감전되거나 화상을 입는 경우 △둘째, 전선을 잡아당겨 다리미 같은 위험한 물건이 몸 위로 떨어지는 경우 △셋째, 전선을 갖고 놀다가 몸 전체가 얽히는 경우다.
따라서 전자제품 등 주변에 얽혀 있는 전선은 모두 눈에 보이지 않게 숨기거나 높은 곳으로 올려 바닥에 두지 않아야 한다. 전선을 바닥에 둘 수밖에 없다면 전선 케이블로 단단히 감고 ‘전선 비터 스프레이’ 등 쓴맛이 나는 물질을 묻혀 반려묘가 물어뜯지 않도록 조치를 해두는 게 필요하다. 반려묘가 앞발을 전기 콘센트에 넣지 못하게 콘센트 덮개 등으로 구멍을 막는 것도 방법이다.
감전이나 화상을 방지하려면 정기적으로 전선을 점검해 이빨 자국 등 손상된 부분이 없는지 확인하고, 이상이 있는 경우 전선을 교체하거나 전선 테이프 등으로 감아둬야 한다. 또 전선에 연결된 물건이 떨어져 반려묘가 부상을 입지 않도록 다리미, 헤어드라이어, 고데기, 면도기 등은 사용 즉시 치우는 게 좋다.
머리끈 등 소품류
반려묘 혀에는 식도 방향으로 가시처럼 생긴 유두 돌기가 나 있다. 까끌까끌하고 촘촘한 이 돌기의 저항 때문에 한번 입안에 넣은 것은 잘 뱉지 못하고 그냥 삼키기 쉽다. 특히 끈이나 실, 줄처럼 길고 가느다란 물건은 더더욱 밖으로 뱉기가 어렵고 삼켰을 때 장폐색, 장천공 등 심각한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 머리끈, 고무줄, 리본 등이 반려묘가 삼킬 수 있는 집 안의 대표적 물건이다. 그 밖에 귀걸이, 레고 조각 같은 작은 소품도 반려묘가 삼키기 쉽다. 이처럼 반려묘가 입에 넣기 좋은 크기인 데다 앞발로 이리저리 굴리며 놀 수 있는 물건은 반드시 미리 정리해둬야 한다.각종 주방용품
주방은 온갖 위험이 가득한 곳이다. 반려묘는 열기가 있는 가스레인지(인덕션)를 밟아 화상을 입거나 발로 가스레인지 스위치를 켜 화재를 일으킬 수 있다. 맛있는 음식 냄새가 날 때 이런 사고 가능성이 더 커진다. 따라서 주방에는 안전문을 달아 반려묘가 아예 출입하지 못하도록 하거나 최소한 요리를 마친 뒤 인덕션 덮개 등을 덮어 화재 사고를 방지하기를 권한다. 깨지기 쉬운 그릇, 위험한 칼·포크·나이프 등도 보관에 주의해야 한다.
냉장고와 전자레인지는 반려묘가 들어갔다가 갇힐 위험이 있다. 냉장고에서 음식을 꺼내는 사이 반려묘가 잽싸게 뛰어드는 일이 많은데, 종종 보호자가 그것을 보지 못해 몇 시간 동안 냉장고나 전자레인지에 갇히는 것이다. 따라서 이들 전자제품을 열고 닫을 때는 먼저 반려묘가 밖에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냉장고 뒤편 또한 반려묘가 자주 들어가 숨는 공간이다. 따뜻한 바람과 냉장고 속 음식 냄새가 새어 나오는 곳이기 때문이다. 이때 반려묘 몸이 끼일 위험이 있으니 상자나 가구 등으로 미리 막아두기를 권한다.
최인영 수의사는…
2003년부터 수의사로 활동한 반려동물 행동학 전문가다. 현재 서울 영등포구 러브펫동물병원 대표원장, 서울시수의사회 이사를 맡고 있으며 대표 저서로 ‘어서 와 반려견은 처음이지?’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