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핵전력 강화 의지 밝혀
중국의 최신예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둥펑(東風· DF) - 41. [중국 국방부 홈페이지]
그런데 서방 언론이 이번 20기 3중 전회에서 간과한 중요한 결정 사항이 있다. 서방 언론은 중국 정부가 심각한 경제난을 해결하기 위해 제시한 방안에만 관심을 가졌으나, 중국공산당은 군사 분야에서도 중요한 결정을 내렸다. 실제로 중국공산당은 20기 3중 전회 ‘결정’ 제55조에서 “합동전투 체계 개혁을 심화하고, 군과 무기의 새로운 구조적 배치를 구축하며, 전략적 억제력 발전을 가속화하고, 새로운 영역과 새로운 질의 전투력을 적극적으로 발전시킨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결정 제55조에서 주목할 부분은 “전략적 억제력 발전 가속화”다. 이는 중국이 핵전력 강화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의미다. 홍콩 영자지 ‘사우스 차이나 모닝 포스트(SCMP)’는 “중국이 20기 3중 전회에서 핵무기 개발에 속도를 내겠다는 뜻을 천명했다”며 “중국이 미국과의 군비 경쟁에 적극 나서겠다는 의지를 보였다”고 지적했다. 중국이 미국과 패권 경쟁에서 승리하고자 핵전력 증강이라는 전략적 목표를 설정한 것이다.
시 주석은 그동안 중국의 핵전력 강화를 강조해왔다. 그는 2022년 10월 중국공산당 20차 당 대회 연설에서 “강력한 전략적 억지력 체계를 구축하라”고 중국군에 주문했다. ‘전략적 억지력 체계 구축’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핵미사일을 탑재할 수 있는 전략폭격기 등 이른바 ‘3축 체계’를 말한다. 중국 군사 전문가 쑹중핑은 “미국과 러시아에 비해 중국의 핵무기 보유량이 훨씬 적기 때문에 핵탄두와 핵무기 수를 늘리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며 “20기 3중 전회 결정은 이 측면에서 봤을 때 상당히 타당하다”는 취지로 분석했다.
중국은 매우 빠른 속도로 핵무기를 증강하고 있다. 미국과학자연맹(FAS) 추정에 따르면 2022년 기준 각국 핵탄두 보유 개수는 러시아가 5977개로 1위이고, 미국이 5428개로 2위다. 중국은 3위로 350개였다. 미국 국방부 역시 2022년 11월 발표한 ‘2022년 중국 군사력 보고서’에서 중국의 핵탄두를 400여 개로 추정했다. 중국의 핵탄두 보유량이 러시아나 미국에 비해 훨씬 적은 것은 사실이지만 1~2년 사이 500여 개로 늘어났다. 스웨덴 싱크탱크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가 6월 16일(현지 시간) 발표한 ‘2024년 연감’에 따르면 올해 1월 기준 중국의 핵탄두 보유량은 500개로 지난해 1월 410개보다 90개나 많아졌다. 한스 M. 크리스텐슨 SIPRI 대량살상무기 프로그램 선임연구원은 “중국은 다른 어떤 국가보다 빠르게 핵무기를 확장하고 있다”며 “중국의 핵탄두 보유량이 앞으로 계속 증가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SIPRI가 추정한 중국 핵무기 수는 최근 미국 국방부가 의회에 제출한 보고서에 담긴 수치와 일치한다. 미국 국방부는 중국이 5월 기준 500개 넘는 핵탄두를 보유한 것으로 추정되며, 이는 이전 예상치를 뛰어넘는 것이라고 밝혔다. 프라나이 바디 미국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군비통제·군축·비확산 담당 선임보좌관은 이 사실을 확인하면서 “중국이 핵전력을 계속 증강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중 플레이’ 하는 중국
더욱 문제가 되는 부분은 중국이 10년 내 미국과 러시아보다 ICBM을 많이 보유할 수 있다는 점이다. SIPRI는 중국이 건설했거나 건설 중인 ICBM용 핵탄두 사일로 규모 등을 볼 때 ICBM에 장착 가능한 핵탄두가 650개에서 1200개로 늘어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현재 ICBM 238개를 보유 중인 중국이 10년간 ICBM 보유량을 급속히 늘릴 전망이고, 그 결과 미국(800개)과 러시아(1244개)를 넘어서리라고 예상한 것이다. 물론 SIPRI는 중국의 핵무기 총보유량이 미국과 러시아를 뛰어넘지는 못할 것으로 전망했다. 중국은 지난 3년간 북서부 신장웨이우월(위구르)자치구, 간쑤성, 북부 네이멍구자치구 등에 250~350개의 ICBM용 사일로를 건설했거나 건설하고 있다. 중국 전략무기 전담 부대인 로켓군은 이와 별도로 수십 대에 이르는 이동식 발사대도 운용하고 있다.
그동안 핵무기 분야에서 중국은 서방에 큰 위협으로 인식되지 않았다. 중국은 “핵 위협에 맞서 보복할 수 있는 최소한의 수준만 보유한다”는 정책을 유지해왔고, 대외적으로도 “핵 선제 사용을 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밝혀왔다. 실제로 중국 외교부는 7월 23일 핵전쟁의 최후 승자는 없다며 상호 핵무기 선(先)사용 불가를 제안하는 문건을 홈페이지에 공개했다. 중국이 20기 3중 전회에서 핵전력 증강을 결정하고 다른 한편으로 핵 군축을 주장하는 ‘이중 플레이’를 하고 있는 셈이다.
중국은 ICBM뿐 아니라, SLBM과 전략폭격기도 적극 개발하고 있다. 중국은 탄두 10개를 탑재한 사거리 1만1200㎞의 ICBM 둥펑(東風·DF)-41과 사거리 1만2000㎞의 SLBM 쥐랑(巨浪·JL)-3를 쏠 수 있는 094형 핵잠수함을 보유 중이다. 이외에도 극초음속 미사일을 장착한 장거리 스텔스 전략 폭격기 훙(轟·H)-20을 개발하고 있다. 극초음속 미사일은 핵과 재래식 탄두를 모두 장착하고 있다.
자오퉁 미국 카네기 국제평화재단 선임연구원은 “20기 3중 전회 결정에 따라 중국은 앞으로 수년간 핵탄두와 미사일, 발사체, 사일로, 전략핵잠수함을 포함해 핵무기 시스템을 양적·질적으로 빠르게 증강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자오 선임연구원은 “중국의 핵전력 증강 핵심 목표는 힘의 균형에 대한 미국 측 인식을 재편해 미국으로 하여금 중국의 부상을 받아들이고 중국의 핵심 이익을 존중하도록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2022년 4월 28일(현지 시간) 우크라이나 키이우에서 소방관들이 러시아 로켓 공격으로 발생한 화재를 진압하고 있다. [뉴시스]
“美, 핵 우려해 대만 위기 개입 않을 것”
중국이 ICBM을 대폭 증강하는 데는 대만 침공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미국을 포함한 서방이 우크라이나 지원을 강화할 때마다 ICBM을 시험발사하는 등 핵 위협을 해온 러시아의 전략을 벤치마킹하고 있다. 러시아는 그동안 우크라이나가 미국을 비롯한 서방 무기로 자국 본토를 공격할 경우 핵 공격도 주저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여왔다. 미국이 러시아 본토 공격을 자제하라고 우크라이나를 설득해온 것도 러시아의 핵 보복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면밀하게 분석해온 중국은 대만을 침공할 경우 미국의 개입을 견제하기 위해 자신들의 핵 능력을 과시하려고 ICBM 증강에 적극 나서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일본 ‘요미우리신문’은 자위대 고위 간부의 말을 인용해 “미국이 중국의 핵무기를 우려해 대만 위기에 개입하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를 미군 고위 장교로부터 들었다”고 보도했다. 미국과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가 러시아의 핵 위협 때문에 우크라이나 전쟁에 직접 개입하기를 꺼리는 것과 비슷한 상황이 중국의 대만 침공 때도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쑹중핑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미국이 러시아의 핵무기 사용 우려 때문에 전쟁에 개입하지 않았다는 점을 국제사회에 보여주고 있다”며 “미국이 대만 문제에 개입하려 하지만 중국이 미국에 보복할 수 있는 강력한 핵무기를 보유하게 되면 미국은 필연적으로 자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은 중국의 핵전력 강화에 맞서 차세대 ICBM, 전략핵잠수함, 전략폭격기를 개발해 실전 배치하는 등 핵 현대화 계획에 적극 나서고 있다. 앞으로 미국과 중국의 군비 경쟁이 치열하게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