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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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아를 향한 분노의 시선

[미묘의 케이팝 내비]

  • 미묘 대중음악평론가

    입력2024-08-08 09: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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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느 축제에 선 현아의 무대다. 관객은 싸늘하다. 이 영상이 인터넷상에서 화제를 불러일으키고, 8월로 예정돼 있던 북미 투어도 취소됐다. 현지 사정에 의한 것이라는 공식 입장이지만, 티켓 판매가 저조해서라는 보도도 나왔다. 대담한 콘셉트와 독보적 스타성으로 K팝을 들었다 놨다 하는 ‘퀸’에게 기대할 만한 상황은 아니다. 현아를 둘러싼 여론 악화 탓이라고들 한다. 그 배경은 1월 현아가 하이라이트 멤버였던 용준형과 공개 연애를 시작하고 얼마 전 결혼 예정이라고까지 밝힌 일로, 상대가 2019년 버닝썬 사건과 결부된 통칭 ‘정준영 단톡방’에 연루됐다고 알려진 인물이기 때문이다. 용준형은 정준영으로부터 불법 촬영 동영상을 받아 열람하고 부적절한 대화를 했다고 인정하면서 소속 그룹을 탈퇴한 뒤 입대했다. 그리고 2022년 말부터 작품 활동을 재개했다. 그는 전송된 영상 내용을 모른 채 재생한 적은 있어도 ‘단톡방’에 들어간 적은 없다고 해명했으며, 당시 자신의 대응을 후회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대중의 시선은 차갑다. 용준형과 연애한다고 밝힌 현아에게도 그의 연예계 복귀를 사실상 돕고 있다는 비판이 일었다.

    용준형과 결혼할 예정이라고 밝힌 현아. [앳에어리어 제공]

    용준형과 결혼할 예정이라고 밝힌 현아. [앳에어리어 제공]

    냉철한 비판은 당사자들에게 돌아가야

    현아는 거침없는 행보가 매력인 아티스트이기도 하다. ‘Bubble Pop’은 댄스 브레이크의 음악적 과감함으로 시대에 한 획을 그었다. ‘빨개요’를 위시한 일련의 작품은 섹시한 매력을 터부시하거나 여성 가수에게 양날의 검처럼 여겨지던 분위기를 보란 듯이 배신하는 당당함이 돋보였다. K팝 산업에서 금기시되는 동료와 연애를 매우 공개적으로 드러내고, 그 여파로 돌이킬 수 없는 과정을 거치기도 했다. 그래서 받은 곱지 않은 시선에도 연인과의 유닛 활동을 오히려 더 대담하게 수행하는 등 통념이나 구설, 불문율보다 자신의 판단과 욕망이 더 중요한 듯한 점에 현아의 파격적 스타성이 있었다.

    그런 현아를 지지하고 응원해오던 이들조차 이번만큼은 받아들이기 쉽지 않다. ‘정준영 단톡방’ 사건의 비윤리성은 물론, 그것이 이 사회와 K팝 산업에 준 충격이 워낙 컸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사건의 윤리적 심각성이나 충분히 상상 가능한 피해자들의 피해 정도에 부합하는 처벌을 받았다고 여겨지는 인물은 그다지 없다. 이 사건의 경과가 K팝 산업에 회복 불가능한 영향을 미치리라는 전망이 헤아릴 수 없이 나왔는데도 말이다.

    잊혀서는 안 될 사건을 누군가 기억하고 여전히 그것에 분노한다는 점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그것이 현아를 향해 구체화되고 있다는 점에서는 복잡한 심경이 들 수밖에 없다. 이 또한 그에 대한 비판과 정확히 같은 현실 인식에서 비롯된다. 당시 성접대 의혹을 받은 가수는 화려한 대규모 콘서트로 높은 브랜드 가치를 누리고 있다. 상당한 책임과 몇 가지 의혹 앞에 섰던 엔터 기업가는 과거 소속 아티스트의 재결성 공연 소식을 알리며 뿌듯하게 상기된 얼굴을 대중 앞에 내비친다. 여름 분위기를 타고 라디오에서는 승리의 목소리가 담긴 빅뱅 노래가 연일 흘러나온다. 그럼에도 현아에게는 관련 인물과의 사적 관계에 대한 책임을 묻는 형편이다.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남성 유명인을 두고 그의 여성 배우자가 화살을 맞는 일이 우리 사회에 얼마나 많은가. ‘이번의 현아’를 향한 분노 섞인 시선에 일리가 있다면, 그만큼의 냉철한 비판과 평가가 올바른 곳에서도 지속되길 바란다. 버닝썬과 단톡방에서 사회가 용인해서는 안 될 행동을 했던 그 당사자들에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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