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코프로 ‘에코배터리 포항캠퍼스’가 위치한 경북 포항시 북구 영일만산업단지 전경. [포항시 제공]
[포항시 제공]
‘클로즈드 루프 에코 시스템’ 생산 효율 극대화
포항 영일만산단과 블루밸리국가산단은 지난해 정부로부터 ‘이차전지 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로 지정됐다. 기업 유치와 신규 투자 계획, 산업 생태계 발전 가능성 등을 고려해 선정한 전국 7개 특화단지 중 하나다. 이 중 4곳(포항·청주·새만금·울산)이 이차전지 특화단지로, 포항은 투자 규모나 산업 생태계 중요성 측면에서 ‘맏이’로 평가된다.
기자는 먼저 보안 검색대로 향했다. 캠퍼스를 드나들 때 반드시 거쳐야 하는 관문이다. 보안 업무 관계자가 스마트폰, 노트북컴퓨터 등 전자기기의 카메라 렌즈와 USB(이동식 저장장치) 포트에 봉인 스티커를 부착했다. 첨단기술이 외부로 유출되는 것을 막기 위한 보안 대책이다. 이후 캠퍼스에 들어서자 공장 외벽에 적힌 ‘CAM’ ‘LHM’ ‘BRP’ 같은 단어가 눈에 띄었다. 각각 양극재(Cathode Active Material)와 고순도수산화리튬(Lithium Hydroxide Material) 생산 공장, 폐배터리재활용 공장(Battery Recycle Plant)임을 나타낸다. 이들 공장은 파이프로 서로 연결돼 있었다. “액체·고체 형태의 원자재 및 중간 제품이 서로 오감으로써 생산 효율을 극대화하는 ‘클로즈드 루프 에코 시스템’의 일환”이라는 게 현장에서 만난 에코프로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곳이 리튬·전구체·양극재 생산부터 폐배터리 재활용까지 거대한 이차전지 산업 시스템을 이루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에코프로는 에코배터리 캠퍼스에 각종 친환경 기술을 적용했다. 사용 후 버려지는 물의 비율을 0%에 가깝게 유지하는 ‘ETW(친환경 폐수 처리) 공법’이 대표적이다. 고도의 리사이클링 기술로 폐수를 정화해 물은 공업용수로, 수산화나트륨·암모니아수·황산은 제품 생산에 재활용하는 게 뼈대다.
첨단기술 지키는 철통보안
에코프로는 포항에 양극재 생산을 중심으로 이차전지 사업 생태계를 구축했다. 양극재 생산에서 핵심 계열사는 에코프로BM과 에코프로EM으로, NCM(니켈코발트망간)과 NCA(니켈코발트알루미늄) 양극재를 주로 생산해 배터리업체에 공급한다. 에코프로의 연간 양극재 생산량은 18만t에 달해 세계 1위다. 양극재 생산에 필요한 전구체(에코프로머티리얼즈)와 리튬(에코프로이노베이션)도 에코프로의 주력 제품이다. 에코프로머티리얼즈의 전구체 생산능력 또한 세계 1위 수준으로, 후발 주자 대부분이 중국 기업이다.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따른 규제로 글로벌 이차전지 산업에선 ‘메이드 인 차이나’ 제품을 피하는 게 급선무가 됐다. 그간 그룹 내 양극재 생태계의 한 축을 담당하던 에코프로머티리얼즈에 해외 굴지 업체들의 러브콜이 이어지는 배경이다.친환경 폐수 처리 공법부터 무인 AI 물류창고까지
폐배터리 리사이클링 산업도 향후 성장 가능성이 주목되는 분야다. 앞서 보급된 전기차들이 대거 폐차되기 시작하는 2027~2028년 즈음 자연스레 폐배터리도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수명이 다한 전기차용 배터리에서 가치 높은 원료를 추출하는 리사이클링 산업이 ‘도시광산’ 구실을 하게 된다. 이미 폐배터리 리시이클링 기술력을 확보한 에코프로CnG의 성장 가능성을 가늠할 수 있다.에코프로 에코배터리 포항캠퍼스의 ‘콜드박스’ 설비(오른쪽 탑)와 인공지능(AI) 물류창고. [홍중식 기자]
현재 조업 중인 에코프로 공장 바로 옆 영일만 4산단 부지로 발걸음을 옮겼다. 에코프로머티리얼즈 설비를 중심으로 이차전지 공장 건설이 한창인 곳이다. 작열하는 태양에도 근로자들이 철근 골조 공사와 터파기에 여념 없었다. 2027년이 준공 목표로, 현재 공정률은 20% 정도다. 최근 글로벌 전기차 시장의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 탓에 이차전지 산업 둔화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데도 에코프로가 설비 투자에 적극적인 이유는 뭘까. 에코프로 관계자는 “최근 전기차 캐즘으로 이차전지 산업 전반이 위기를 겪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세계적인 환경 규제 강화에 따라 필연적으로 전기차 시대가 본격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지속적인 연구개발과 양산 캐파(생산능력) 확장이 필요한 이차전지 산업 특성상 추가 투자를 멈출 수 없기에 앞으로도 블루밸리국가산단 등 신규 투자를 계속 추진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공사가 한창인 포항 영일만4산업단지. [홍중식 기자]
영일만산단에서 차로 40여 분을 달려 블루밸리국가산단에 도착했다. 미래 한국 이차전지 산업 발전의 부스터 역할을 할 곳으로 약 600만㎡ 규모다. 이미 가동 중인 포스코퓨처엠의 인조흑연 음극재 생산 공장이 가장 먼저 눈에 띄었다. 포스코퓨처엠은 블루밸리국가산단에 연 생산량 8000t 규모의 인조흑연 음극재 공장을 세워 제품을 양산하고 있다. 이에 따라 포스코퓨처엠은 이차전지 핵심 소재인 양극재와 음극재, 천연·인조흑연을 모두 국산화하게 됐다. 블루밸리국가산단에선 환경부 전기차 배터리 자원 순환 클러스터 건설과 에코프로 ‘블루밸리 캠퍼스’(가칭) 조성 작업도 이뤄지고 있었다.
“이차전지 기업들 모여 시너지 기대”
포항은 포스코로 대표되는 제철 사업을 토대로 성장한 지역이다. 제철 같은 ‘레거시 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유지하면서도 이차전지 등 ‘미래 먹거리’인 첨단산업이 이미 뿌리 내리기 시작했다. 교통, 전력, 용수(用水) 등 산업 인프라는 물론, 포스텍 친환경소재대학원을 주축으로 이차전지 연구 역량 또한 탄탄한 덕이다. 포항시에 따르면 현재 포항에 입주한 이차전지 관련 기업은 에코프로, 포스코퓨처엠, 에너지머티리얼즈 등 대기업 3사와 중견기업 5개사, 중소기업 30개사 등 총 38개사에 이른다. 이들 기업의 포항 내 누적 투자 규모는 3조 원, 2027년까지 미래 잠정투자액은 11조 원으로 추산된다. 이미 포항 이차전지 생태계에서 기업들이 올리는 매출은 지난해 약 8조 원을 기록했으며, 현재 산업 종사자 수는 2500명에 달한다. 이차전지 산업의 미래 경쟁력을 보고 업종 전환을 고려하는 기업도 적잖다고 한다. 현장에서 만난 정호준 포항시 배터리특구지원팀장은 “포항이 앞으로도 국내 최고 이차전지 산업 메카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정부, 기업과 머리를 맞대겠다”며 “당장 환경 관련 규제로 지역 이차전지 기업들에 어려움이 있는데, 이와 관련해서도 해결책을 찾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차전지 특화단지 선정에 따른 포항 소재 기업들의 기대감도 크다. 지역 내 한 이차전지 기업 관계자는 “공업용수와 전력 확보 등 인프라 확보 면에서 정부와 지자체로부터 더 신속한 지원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관련 기업들이 한데 모이면서 시너지 효과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우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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