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라리가 레알 마드리드의 엔드릭(왼쪽)과 이탈리아 세리에A 유벤투스의 케난 이을디즈. [GETTYIMAGES]
최근 유럽 축구계에서 10대 선수들의 활약이 도드라지고 있다. 얼마 전 막을 내린 유로 2024에선 스페인 국가대표팀의 16세(현재는 생일이 지나 17세) 라민 야말이 꾸준한 활약을 토대로 대회 ‘베스트 11’에 이름을 올렸다. 18세 브라질 공격수 엔드릭은 브라질 자국 무대를 뒤흔드는 활약을 펼친 뒤 이번 시즌 스페인 라리가 레알 마드리드에 합류한다. 잉글랜드프리미어리그(EPL) 토트넘 홋스퍼 이적을 발표한 강원FC 양민혁도 데뷔 시즌부터 18세 나이로 대한민국 K리그1에서 MVP급 활약을 펼치고 있다. 다가오는 2024~2025시즌 유럽 축구에서 특히 주목할 10대 유망주의 면면을 살펴보자.
잉글랜드프리미어리그(EPL) 리버풀의 트레이 뇨니와 토트넘 홋스퍼의 아치 그레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코비 마이누(왼쪽부터). [뉴시스, GETTYIMAGES, GETTYIMAGES]
트레이 뇨니(17·리버풀)
EPL 대형 유망주로 꼽히는 트레이 뇨니는 2선 중앙과 측면에서 활약할 수 있는 멀티 자원이다. 지난 시즌 잉글랜드 FA컵 사우샘프턴전에 교체로 출전했다. 리버풀의 역대 FA컵 최연소 출전 기록이다. 당시 뇨니는 교체로 출전한 뒤 긴 다리를 활용한 볼 간수, 상대 압박을 풀어내는 유려한 드리블과 연계 능력으로 주목받았다. 이번 여름 프리시즌 레알 베티스와 친선 경기에서도 뛰어난 발 기술과 패스 배급 능력을 선보여 눈도장을 찍었다. 아르네 슬롯 감독 체제에선 패스 실력 좋은 선수의 공격 비중이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같은 팀 라이언 흐라번베르흐와 도미니크 소보슬라이가 계속해서 부진한 모습을 보인다면 다음 시즌 뇨니가 조금씩 출전 기회를 부여받을 가능성이 있다.
아치 그레이(18·토트넘 홋스퍼)
아치 그레이는 현재까지 토트넘 홋스퍼의 프리시즌 경기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선수다. 올여름 리즈 유나이티드에서 토트넘 홋스퍼로 팀을 옮긴 그는 다가오는 시즌 토트넘 1군에서 적잖은 기회를 받을 전망이다. 중앙 미드필더와 오른쪽 풀백을 모두 맡을 수 있는 선수다. 최근 크리스티안 로메로와 미키 판더펜, 라두 드라구신이 유로 및 코파 일정으로 자리를 비운 사이 그레이가 센터백으로 프리시즌을 소화하고 있다. 센터백에서도 좋은 시야와 패스 배급 능력, 탄력적인 빠른 몸놀림과 태클 능력을 보여줘 팬과 코칭스태프들에게 놀라움을 안겼다. 리즈 유나이티드 시절 풀백 위치에서 좋은 기술을 뽐낸 그는 토트넘 홋스퍼 스쿼드의 취약점으로 지적되는 수비형 미드필더(이브 비수마의 자리)에서 출전 기회를 잡을 가능성이 있다. 시즌 중 실전에서도 활약할지 지켜봐야 하지만, 현재까진 프리시즌 토트넘 홋스퍼 최고 스타임에 틀림없다.
케난 이을디즈(19·유벤투스)
튀르키예 출신 유망주 케난 이을디즈는 지난 시즌부터 유벤투스 소속으로 깊은 인상을 남기고 있으며, 향후 10년간 유벤투스의 기둥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2선에서 보여주는 드리블 능력이 좋은 데다, 골대를 향한 킥이 매우 날카롭다. 특히 공을 몰고 가다가 안으로 들어온 뒤 때리는 ‘감아차기’ 슈팅이 일품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주로 오른발을 쓰지만 왼발도 잘 활용하기에 사실상 양발 모두 쓰는 플레이를 기대할 수 있다. 이을디즈는 신체 조건이 좋고 외모도 잘생겨 스타성이 다분하다. 이번 유로 2024 튀르키예 국가대표팀에도 차출된 바 있다.
코비 마이누(19·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는 오랫동안 수비형 미드필더 포지션이 아쉬웠다. 에릭 텐하흐 감독 체제에서 공 배급을 담당한 크리스티안 에릭센은 부상 후 확연히 폼이 떨어져 답답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수비를 전담하던 카세미루도 생각보다 이른 시기에 폼이 떨어지면서 지난 시즌 공 배급과 수비 모두 불안한 편이었다. 하지만 코비 마이누가 빠른 속도로 성장하면서 맨유의 3선에 대한 고민을 덜어줬다. 마이누는 담담하게 자기 역할을 해내는 선수다. 탈(脫)압박과 공 배급, 예측 수비는 물론, 필요할 때 공격 진영으로 침투해 득점까지 해내는 만능 미드필더다. 공을 갖고 있을 때 누구보다 침착한 플레이가 돋보인다. 이번 유로 2024 토너먼트 단계에 오른 잉글랜드 국가대표팀에서 선발로 기용되는 등 재능을 인정받고 있다.
독일 분데스리가 바이에른 뮌헨의 마티스 텔과 프랑스 리그앙 파리 생제르맹의 워렌 자이르 에머리, 스페인 라리가 르바셀로나의 라민 야말(왼쪽부터). [뉴시스]
마티스 텔(19·바이에른 뮌헨)
마티스 텔의 슈팅 능력은 기가 막히다. 아직 선발로 뛸 때 기복이 있는 점은 아쉽지만 19세 어린 나이를 감안하면 성장 가능성이 크다. 이미 중요한 순간마다 특유의 슈팅으로 멋진 골을 뽑아내며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16세 나이로 프랑스 리그앙 스타드 렌 역대 최연소 선수로 데뷔한 그는 2022년 여름 2000만 유로(약 300억 원)에 독일 분데스리가 바이에른 뮌헨으로 이적했다. 아직 교체 출전이 잦지만 팀에서 가장 촉망받는 10대 선수다. 뱅상 콩파니 감독이 새로 부임한 바이에른 뮌헨에서 다가오는 시즌 얼마나 활약할지 주목된다.
워렌 자이르 에머리(18·파리 생제르맹)
워렌 자이르 에머리는 2021년 15세 나이로 1군에 승격해 축구계의 놀라움을 자아냈다. 파리 생제르맹(PSG) 역대 최연소 데뷔 선수로서 역대 최연소 득점 기록도 세웠다. 2023~2024시즌 루이스 엔리케 감독이 부임하며 에머리의 주전 입지는 더 굳건해졌다. 지난해 11월에는 디디에 데샹 감독이 이끄는 프랑스 국가대표팀에 차출돼 데뷔 골을 넣기도 했다. 비록 지난 시즌 전반기 맹활약 후 부상을 당해 페이스가 꺾였지만 아직 성장 가능성이 있어 여전히 큰 기대를 모은다. 패스 배급 기본기가 매우 훌륭한 에머리는 활동량과 수비력도 뛰어나 엔리케 감독으로부터 다양한 역할을 부여받고 있다. PSG 에이스로 평가되는 비티냐, 대한민국의 이강인, 유로 2024에서 맹활약한 파비안 루이스 등과 함께 새 시즌 PSG의 중원을 단단히 이끌 것으로 기대된다.
엔드릭(18·레알 마드리드)
최근 2년 동안 브라질 리그 슈퍼스타로 떠오른 중앙 공격수 엔드릭은 올여름 레알 마드리드에 합류했다. 지난해 1월 레알 마드리드와 계약 당시 그의 몸값은 6000만 유로(약 900억 원)에 달했다. 어린 나이에 브라질 무대에서 활약이 대단했던 그를 향한 레알 마드리드의 기대가 어느 정도인지를 보여주는 지표다. 새 시즌 킬리안 음바페가 영입되면서 레알 마드리드 공격진은 더 화려해졌다. 18세 어린 공격수 엔드릭이 팀 공격진 경쟁에서 얼마나 인상을 남길지 기대를 모은다. SE 파우메이라스에서 맹활약한 엔드릭은 브라질 리그 역대 최연소 득점, 역대 브라질 국가대표팀 최연소 득점 4위 등 기록을 남겼다. 올여름 코파 아메리카에서는 브라질 대표팀 일원으로 경험을 쌓기도 했다. 수비수를 제치는 능력이 좋고 천부적인 마무리 솜씨가 대단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브라질 무대에서 뛰는 동안 ‘원더 골’도 여러 개 터뜨렸다.
라민 야말(17·바르셀로나)
라민 야말은 7월 13일 생일이 지나 이제 만 17세가 됐다. 16세 나이로 지난 1년간 야말이 보여준 플레이는 그야말로 환상적이었다. 2023~2024시즌 바르셀로나의 오른쪽 윙 주전으로 뛰면서 세계에 이름을 알렸다. 유로 2024 스페인 국가대표팀에서도 큰 활약을 펼쳐 자신이 얼마나 뛰어난 선수인지 제대로 입증했다. 왼쪽에는 니코 윌리엄스, 오른쪽에는 야말이 위치한 스페인 국가대표팀 공격진은 대회 최우수 윙 보유 팀으로 평가받기도 했다. 라 마시아(바르셀로나 유스) 시절 ‘리오넬 메시 후계자’로 불린 야말은 지난 시즌 전체 대회 7골 9도움, 유로 2024에서도 1골 4도움을 기록했다. 오른쪽에서 드리블로 상대 수비를 제치는 플레이가 일품이고, 간결한 판단 능력과 번뜩이는 마무리 센스도 지녔다. 과연 17세 야말이 새 시즌 얼마나 대단한 플레이를 보여줄지 벌써 기대감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