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L 주심 판정이 유독 관대한 이유… 거친 플레이도 축구의 일부분

[위클리 해축] 임형철 해설위원 “빠른 경기 템포 중시 탓… 오심 논란에 팬들 불만 가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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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우정 기자

    friend@donga.com

    입력2026-02-01 07: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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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형철 쿠팡플레이 축구 해설위원·EA SPORTS FC 한국어 해설.  지호영 기자

    임형철 쿠팡플레이 축구 해설위원·EA SPORTS FC 한국어 해설.  지호영 기자

    “선수를 보호하지 않는 거친 판정은 반(反)축구다. 영국 주심들의 과도한 관대함이 선수의 부상 위험을 초래하고 있다.”(스페인 스포츠 일간지 마르카)

    “VAR(비디오 판독) 거부, 오심 인정을 꺼리는 태도는 영국 심판 특유의 오만함이다.”(프랑스 스포츠 일간지 레퀴프) 

    과르디올라 감독도 뿔났다

    잉글랜드프리미어리그(EPL) 주심들의 반칙에 대한 지나친 관대함과 들쭉날쭉한 판정이 도마에 올랐다. 팬들과 해외 언론은 물론, 맨체스터 시티(맨시티)의 명장 펩 과르디올라 감독도 주심 판정에 불만을 토로하고 나섰다. 1월 24일(이하 현지 시간) EPL 23라운드 울버햄프턴과의 경기에서 나온 장면 때문이다. 당시 울버햄프턴 센터백 예르손 모스케라가 팔로 공을 막았는데 규정상 핸드볼로 볼 여지가 있었다. 핸드볼로 인정된다면 페널티킥이 주어질 수 있었지만 주심은 휘슬을 불지 않았다. 이에 과르디올라 감독은 “주심들의 판정 기준을 모르겠다. 그들이 제대로 일하는 것 맞느냐”며 비아냥 섞인 반응을 내놨다. 그는 앞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전에서 상대 선수가 위험한 태클을 했음에도 퇴장당하지 않은 데 불만이 있던 터였다. 이에 대해 임형철 쿠팡플레이 축구 해설위원·EA SPORTS FC 한국어 해설은 “이처럼 EPL 주심들이 누가 봐도 핸드볼이거나 퇴장당할 만한 반칙마저 그냥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며 “오심에 가까운 판정으로 경기가 과열되거나 선수들이 부상 위험에 노출되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1월 26일 임 위원을 만나 잉글랜드 주심들 특유의 판정 문화와 그 배경, 문제점에 대해 자세히 들었다.  

    EPL 주심들 판정은 얼마나 관대한가. 

    “EPL의 파울과 레드·옐로카드 빈도는 유럽 5대 리그 가운데 최저 수준이다. 가령 EPL의 경기당 파울은 약 21건으로, 약 27건인 스페인 라리가에 비해 상당히 적다. EPL 선수라고 다른 리그 선수들에 비해 파울을 덜 범할 리는 없기에 결국 판정 문제인 것이다. EPL에선 파울이 인정되더라도 옐로카드로 이어지는 경우 또한 적고, 이렇다 할 경고 없이 허용되는 선수 간 신체 접촉도 많은 편이다. 정규 경기 시간 90분 중 플레이가 진행된 ‘실제 경기 시간’을 봐도 EPL의 판정 성향이 드러난다. EPL의 실제 경기 시간은 평균 약 60분으로 스페인 라리가(약 52분)에 비해 길다. 주심들이 어지간한 일에는 휘슬을 불지 않으니 실제 경기 시간이 긴 것이다.”



    AS 로마 팬들에게 봉변당한 잉글랜드 주심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의 앤서니 테일러 주심. 2022∼2023시즌 UEFA(유럽축구연맹) 유로파리그 결승전 판정으로 논란을 샀다. 뉴시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의 앤서니 테일러 주심. 2022∼2023시즌 UEFA(유럽축구연맹) 유로파리그 결승전 판정으로 논란을 샀다. 뉴시스

    잉글랜드 주심이 해외 무대에서 논란을 빚기도 했는데. 

    “잉글랜드의 앤서니 테일러 주심이 2022∼2023시즌 UEFA(유럽축구연맹) 유로파리그 결승전에서 보인 판정 태도가 큰 논란을 산 바 있다. 당시 결승에서 이탈리아 AS 로마와 스페인 세비야 FC가 맞붙었는데, 테일러 주심은 평소 EPL에서 그랬듯이 관대한 판정을 이어갔다. 특히 세비야 선수가 핸드볼 파울로 의심되는 행동을 했음에도 휘슬을 불지 않았다. 결국 세비야가 2-0으로 우승을 차지하자 AS 로마 팬들의 분노가 폭발했다. 당시 조제 모리뉴 감독은 테일러 주심에게 상당한 독설을 퍼부었고, 귀국길 공항에서 테일러 주심은 로마 팬들로부터 봉변을 당하기도 했다. 물론 당시 팬들의 폭력적인 모습을 두둔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만큼 논란이 컸던 판정이다. 반대로 잉글랜드 주심들이 국제대회에 나가면 EPL에서와는 다른 엄격한 판정 성향을 보여 자국 팬들의 원성을 사기도 한다. 국제대회에선 거기 프로토콜을 따르는 게 상식이지만, 잉글랜드 팬들로선 ‘같은 주심이 맞느냐’는 반응이 나올 수밖에 없다.”

    원인이 무엇인가. 

    “잉글랜드 심판들은 경기 흐름과 템포를 최대한 유지하려는 경향이 크다. 가급적 경기가 끊임없이 진행돼야 한다는 취지에서다. 잉글랜드 프로경기심판기구(PGMOL)가 주심에게 제시하는 가이드라인을 보면 이 같은 스탠스가 잘 드러난다. 해당 가이드라인은 △선수 간 물리적 충돌이 일어나도 실제 ‘방해’ 여부에 대한 입증을 중시하고 △VAR 심판보다 현장 주심의 주관적 판단을 우선시하며 △비디오 리플레이를 통한 ‘현미경 분석’을 지양한다는 것 등이 뼈대다. 이런 가이드라인이 결과적으로 EPL 주심들의 지나치게 관대한 판정으로 이어지는 실정이다. 게다가 EPL은 영국 국적이 아닌 주심이 호주 출신인 재러드 질레트뿐일 정도로 순혈주의가 강하다. 잉글랜드식 판정 스타일이 더 강화될 수밖에 없는 토양이다. 여기에 리그 전체로 시선을 확대하면 EPL 사무국의 상업적 전략도 한몫한다. 연간 40억 달러(약 5조7000억 원) 규모 중계권 가치를 유지하려고 빠른 경기 템포를 유지하는 것이다.”

    다른 리그와는 차별되는 잉글랜드 특유의 거친 축구 스타일도 한 배경 아닐까.  

    “그렇다. 잉글랜드는 전통적으로 ‘킥 앤드 러시(kick and rush)’ 축구를 지향했다. 롱볼을 차면 선수들이 세컨드 볼을 따내려고 전력 질주하는 전투적인 축구 스타일이다. 최근 EPL도 경쟁력을 끌어올리고자 다양한 축구 스타일을 접목하고 있지만, 축구 종주국이라는 자부심 때문에 변화에 부정적이었다. 여전히 킥 앤드 러시를 중시하는 풍조 탓에 ‘거친 플레이도 축구의 일부분’이라는 인식이 다른 리그에 비해 강한 편이다. 반면 스페인 라리가는 패스와 기술로 경기를 풀어가는 축구가 대세다. 라리가도 판정 논란에서 완전히 자유롭지는 않지만 선수 보호 차원에서 주심이 경고할 것은 경고하는 편이다. 수비 전술의 이탈리아, 다채로운 스타일의 프랑스, 보수적 기풍의 독일 등 다른 나라 리그 역시 판정 논란이 있긴 해도 잉글랜드 정도는 아니다.”

    “‘엄살 피우지 마라’던 EPL 팬들 바뀌었다”

    지난해 12월 20일(현지 시간) EPL 17라운드에서 리버풀의 알렉산데르 이사크(왼쪽)가 토트넘 홋스퍼의 미키 판더펜에게 태클을 당해 넘어졌다. 뉴시스

    지난해 12월 20일(현지 시간) EPL 17라운드에서 리버풀의 알렉산데르 이사크(왼쪽)가 토트넘 홋스퍼의 미키 판더펜에게 태클을 당해 넘어졌다. 뉴시스

    최근 EPL 팬들도 주심 판정에 불만이 큰데. 

    “원래 잉글랜드 팬들은 자기 팀 선수가 상대 태클에 넘어져 있으면 ‘엄살 피우지 말고 빨리 일어나라’고 야유하는 경우가 많다. 거친 몸싸움을 버티고 강한 힘으로 상대를 제압하기를 바라는 것이다. 그런데 잉글랜드 팬들도 세대가 바뀌면서 예전처럼 원초적 충돌을 선호하는 경향이 줄고 있다. 게다가 EPL이 세계적인 인기를 끌면서 다른 문화권 팬들도 많아졌고, 특유의 연고주의도 조금씩 옅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축구는 원래 격하고 강하게 부딪쳐야 한다’는 팬들의 목소리가 과거에 비해 줄어드는 추세다. 예전 같으면 팬들이 그냥 넘겼을 오심도 최근에는 큰 논란이 되는 배경이다.”

    EPL 주심들, 어떻게 바뀌어야 할까. 

    “축구 경기에서 흐름이 너무 끊기는 것은 분명 문제다. 하지만 요즘 EPL 주심들의 판정을 보면 지나친 측면이 있다. 특히 어떤 상황에선 관대하게, 또 다른 상황에선 그렇지 않은 판정으로 혼란을 키우고 있다. 선수가 부상 위험에 노출되지 않도록 명확히 경고를 주고, 경기가 너무 과열되지 않게 유도하는 것도 주심이 해야 할 중요한 역할이다. EPL 주심들이 지금 같은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 식 판정을 지양해야 한다.” 

    김우정 기자

    김우정 기자

    안녕하세요. 주간동아 김우정 기자입니다. 정치, 산업, 부동산 등 여러분이 궁금한 모든 이슈를 취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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