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뇌 오가노이드에 전극을 연결해 신경 활동을 측정하고 이를 계산 과정으로 해석하는 연구를 생성형 인공지능(AI) 챗GPT가 개념적으로 구현한 이미지.
생물학적 신경 조직이 CPU 대신할 수 있을까
뇌 오가노이드는 계산을 수행하고자 실험실에서 키운 뇌 조직을 뜻한다. 흔히 ‘미니 뇌’로 불리지만, 실제 뇌를 축소한 모형이라기보다 신경세포가 자발적으로 연결된 생물학적 신경 네트워크에 가깝다. 이는 컴퓨터의 계산을 맡아온 중앙처리장치(CPU) 역할을 실리콘 반도체가 아닌, 생물학적 신경 조직이 대신할 수 있을지를 탐색하는 시도라고 보면 된다.머리카락 굵기보다 작은 뇌 오가노이드를 일정 기간 배양하면 뉴런들이 서로 연결되고 신경 회로가 형성돼 발달 초기 인간 뇌를 닮은 전기적 활동이 나타난다. 형성된 신경 네트워크는 전기 자극의 종류와 패턴에 따라 서로 다른 반응을 보이며, 반복된 자극에 따라 반응이 강화되거나 약화된다. 이때 주목할 것은 이런 반응 변화에 따라 신경 회로의 상태가 달라지고 이후 반응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 일련의 과정을 정보가 처리된 하나의 ‘계산’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런 현상은 실제 실험에서도 관찰됐다. 최근 미국 존스홉킨스대 연구진은 배양한 뇌 오가노이드에 동일한 전기 자극을 반복적으로 가했을 때 반응 양상이 변화하는 것을 관찰했다. 연구진은 학습 및 기억과 관련된 신경 반응의 일부 특징을 실험실 환경에서 관찰한 사례라고 설명했다. 영국 브리스톨대 연구팀 또한 약 1만 개의 신경세포로 구성된 뇌 오가노이드에 점자 문자 패턴을 전기 자극 형태로 입력한 결과, 입력된 패턴에 따라 서로 다른 신경 활동 양상이 반복적으로 나타났다.
뇌 오가노이드를 활용한 연구는 하루아침에 등장한 것이 아니다. 줄기세포 기술이 발전하면서 인간 뇌 조직을 실험실에서 비교적 안정적으로 배양할 수 있게 됐고, 그 과정에서 신경세포가 자발적으로 연결되며 전기적 활동을 보인다는 사실이 차츰 밝혀진 것이다. 그리고 2022년 호주 코티컬 랩스(Cortical Labs)가 배양된 인간 신경세포에 고전게임 ‘퐁’을 플레이시키면서 중요한 전환점이 마련됐다.
공 움직임에 따라 신경세포에 전기 자극을 주자, 시간이 지날수록 반응 패턴이 달라졌고 공을 더 잘 튀기는 방향으로 안정화됐다. 게임 규칙을 프로그래밍하지 않았음에도 살아 있는 신경 조직이 입력과 결과의 관계에 맞춰 반응 방식을 바꾼 것이다. 연구진은 이를 ‘체화된(embodied) 상태에서 나타난 반응 변화’로 설명했다. 이 표현은 곧 “뇌세포가 게임을 배웠다”는 식의 보도로 확산되며 큰 반향을 일으켰으나, 신경과학계는 기존 ‘지능’이나 ‘감각’과는 구분되는 개념의 ‘오가노이드 지능’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며 신중한 접근을 강조했다.
뇌 반응 방식 구현한 ‘생물학적 컴퓨터’
뉴런 수만 개로 구성된 뇌 오가노이드는 약 860억 개의 뉴런을 지닌 인간 뇌의 규모와 복잡성에 견줄 수 없을 뿐 아니라, 아직까지 수행 가능한 과제도 단순한 패턴 반응에 머물러 있다. 그럼에도 이 접근이 주목받는 이유는 분명하다. 인간 뇌는 약 20W(와트) 수준의 에너지로 복잡한 정보를 처리하는 고효율 시스템으로, 학습 규칙을 명시하지 않아도 입력과 결과의 관계에 따라 반응이 스스로 조정된다. 이는 대규모 연산과 명시적 규칙에 의존하는 기존 컴퓨터와는 다른 정보 처리 가능성을 보여준다.이런 생물학적 계산 원리를 기술적으로 옮기려는 시도가 바로 생물학적 컴퓨터 연구다. 이미 여러 갈래에서 실험적 구현과 기술 검증이 진행되고 있다. 뉴런의 발화와 시냅스 연결 변화를 반도체 회로로 모사한 뉴로모픽 컴퓨팅이 대표적 사례다. 인텔의 로이히(Loihi)와 IBM의 트루노스(TrueNorth) 같은 칩은 기존 CPU나 그래픽처리장치(GPU) 대비 높은 에너지 효율로 패턴 인식과 실시간 신호 처리를 수행한다.
리저버 컴퓨팅 역시 계산 규칙을 프로그램으로 설계하기보다 물리적 시스템이 자극에 반응하며 만들어내는 상태 변화 자체를 계산 자원으로 활용한다. 광학 장치나 기계 구조물뿐 아니라, 배양된 신경망에 적용했을 때 시간에 따라 달라지는 입력 신호에 대해 서로 다른 반응 패턴이 관찰됐다는 실험 결과가 보고돼왔다.
오가노이드 지능 연구는 현재 단순한 시연을 넘어 반복 가능한 연구 인프라를 구축하는 단계로 이동하고 있다. 코티컬 랩스와 스위스 파이널스파크(FinalSpark) 등은 배양한 인간 뉴런을 표준화된 실험 환경에서 계산 실험 자원으로 활용하는 플랫폼을 개발하고 있다. 일부 연구에서는 뇌 오가노이드의 신경 신호를 AI 분류기로 해석해 생물학적 신경 신호를 기존 계산 시스템으로 해석·분류하는 하이브리드 접근도 시험되고 있다.
다만 뇌 오가노이드를 계산에 실질적으로 활용하기까지는 넘어야 할 기술적 과제가 많다. 신경 활동을 고해상도로 측정하고 자극을 공간·시간적으로 정밀하게 제어하려면 고밀도 전극과 3차원 인터페이스, 광유전학 기반 기술 등이 필요하다. 오가노이드 지능은 당장 실용적인 컴퓨터를 대체하기보다 살아 있는 신경 조직이 계산 과정에 어디까지 기여하는지를 실험적으로 검증하는 단계라고 할 수 있다. 기술적 진전과 함께 생물학적 신경 조직을 계산 자원으로 활용하는 데 따른 윤리적 문제에 대해서도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