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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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 ‘자연의 맛’ 간직한 사찰 음식, MZ 기자가 만들어봤어요

[진짜임? 해볼게요] ‘흑백요리사2’ 선재스님 화제… 한국사찰음식 문화체험관에 내외국인 북적

  • 이진수 기자 h2o@donga.com

    입력2026-02-04 17: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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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진짜임? 해볼게요’는 기자가 요즘 화제인 현상, 공간, 먹거리부터 트렌드까지 직접 경험하고 진짜인지 확인하는 리얼 체험기다.


    기자가 만든 곰피전과 섬초유부국수. 홍태식

    기자가 만든 곰피전과 섬초유부국수. 홍태식

    “물 아깝다. 볼에 받아서 씻으세요. 다음 생에 다 갚아야 해요.”

    수돗물을 틀어놓은 채 곰피를 씻다가 스님에게 혼쭐이 났다. 1월 23일 기자가 서울 종로구 한국사찰음식 문화체험관에서 사찰 음식을 배우다가 겪은 일이다. 

    곰피전과 섬초유부국수 만들어보니

    최근 방송된 넷플릭스 리얼리티 프로그램 ‘흑백요리사: 요리 계급 전쟁 시즌2’에서 대한민국 1호 사찰 음식 명장 선재스님이 톱7에 오르며 ‘절밥’이 화제다. 선재스님이 경쟁에서 선보인 ‘승소 잣 야채 국수’와 간장·된장 비빔밥은 심사위원 안성재 셰프로부터 “향긋하다” “정곡을 탁 친다” 등의 평가를 받아 시청자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그 영향으로 ‘사찰 음식 직접 해보기’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한국사찰음식 문화체험관은 요즘 내외국인이 몰리는 핫플레이스로 떠올랐다. 일일 체험 예약자가 몰려 1월 26일 기준 2월 예약이 이미 전체 마감된 상태다.

    육류와 오신채(파·마늘 등 수행에 방해가 된다고 여겨 금하는 5가지 채소) 없이도 맛을 내는 사찰 음식은 어떻게 만드는 걸까. 기자가 직접 앞치마를 매고 제철 음식 두 가지를 배워봤다.



    기자는 한국사찰음식 문화체험관 프로그램 중 ‘사찰음식명상 일일 체험’에 참여해 ‘곰피전’과 ‘섬초유부국수’를 만들었다. 조리실 입구에는 공용 앞치마와 오관게(불교에서 발우공양 때 독송하는 게송), 한국어와 영어로 적힌 조리법 자료가 놓여 있었다. 체험은 4인 1조로 진행됐고, 이날 참가자의 절반 이상은 외국인이었다. 조 편성표에서 이름을 확인한 뒤 각자 배정된 조리 테이블로 이동했다. 

    강의를 맡은 지도 법사 하경스님은 “이 음식이 어디서 왔는가, 내 덕행으로 받기 부끄럽네…”라는 내용의 오관게를 함께 읊게 한 뒤, 짧은 명상으로 수업을 시작했다. 명상이 끝나자 하경스님은 “곰보처럼 뽀글뽀글하게 생긴 곰피는 겨울철 칼륨이 많아 영양가가 높다”며 재료의 특징과 손질 순서를 설명했다. 

    하경스님이 사찰 음식 조리법을 시연하고 있다. 홍태식

    하경스님이 사찰 음식 조리법을 시연하고 있다. 홍태식

    2만 원으로 배우는 위 편한 식단

    1월 23일 한국사찰음식 문화체험관에서 ‘사찰음식명상’ 강의를 진행한 하경스님. 홍태식

    1월 23일 한국사찰음식 문화체험관에서 ‘사찰음식명상’ 강의를 진행한 하경스님. 홍태식

    시연이 끝나고 곧바로 조리에 들어갔다. 필요한 재료와 양념은 준비돼 있었고, 조원끼리 역할을 나눠 빠르게 움직여야 했다. 조리법은 요리 초보자도 따라 할 수 있을 만큼 간단했지만 1시간 30분 안에 모든 과정을 끝내기에는 빠듯했다. 강의를 마칠 시간이 다가오자 하경스님은 “멈추는 것도 배우는 것”이라며 조리를 마무리하라고 했다. 오전 10시에 체험을 시작했는데 설거지까지 마치고 나니 이미 정오가 훌쩍 넘어 있었다. 

    이날 체험에서는 해조류를 전으로 부쳐 먹는 방식이 신선했다. 직접 만든 곰피전은 덜 바삭한 다시마 부각 같았고, 섬초유부국수는 제철 섬초의 단맛이 우러나 맛있었다. 함께 강의를 들은 일본인 미토 유키 씨(36)는 “평소 먹던 한식보다 맛이 부드러워 ‘위가 편안한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중국인 양모 씨(29)도 “2시간 동안 전통 사찰 음식을 재미있고 간단하게 배울 수 있어 좋았다. 주변에 추천하고 싶다”고 밝혔다. 

    한국사찰음식 문화체험관에 따르면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 공개 이후 외국인들의 체험 문의가 부쩍 늘었다. 최근에는 ‘흑백요리사’가 인기를 끌면서 내국인 관심도 급증했다. 수강료는 인당 2만~3만원이며 사찰식 떡국, 순두부마버섯찜 등 제철 재료를 활용한 요리를 만들어볼 수 있다. 

    하경스님은 사찰 음식에 대해 “한식 퓨전이나 파인 다이닝 같은 유행에 흔들리지 않고 꿋꿋하게 전통을 지켜 원형을 보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외국인들도 그간 접해보지 못한 우리 고유의 문화를 경험하러 오는 것”이라며  “변형 요리를 선보이기보다 자연과 상생하는 사찰 음식 그대로를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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