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공군 B-2 폭격기가 공중급유기 후미에 접근하고 있다. 미국 공군 제공

1월 25일(이하 현지 시간) 카타르 알우데이드 공군기지에서 동시에 이륙한 미국 공군 공중급유기들이 표시된 항공기 운항 정보 사이트. 플라이트레이더24 캡처
보안이 생명인 군사작전에서 군용기는 비행 중 ADS-B를 잘 켜지 않는다. 하지만 항공기 통행이 많은 공역이나 타국 영공을 통과할 때는 안전 확보와 항공관제를 위해 장치를 잠시 켠다. 반대로 무력시위 의도가 있을 때 자기 존재를 적에 알리고자 일부러 장치를 켜기도 한다. OSINT 전문가들은 이런 점을 이용해 군용기 동선을 확인한다. 특히 이들은 전투기보다 공중급유기나 수송기 같은 지원기의 움직임에 더 주목한다. 전투기만 움직이는 경우 단기간 훈련이나 무력시위가 대부분이다. 반면 지원기가 움직인다는 것은 실제 군사작전의 사전 징후일 가능성이 크다. 특히 수송기나 공중급유기가 평소와 달리 비정상적으로 많이 움직인다면 이들 전력이 이동한 곳에서 군사작전이 이뤄질 확률이 높다.
ADS-B가 국제 분쟁 예측의 단서가 될 수 있다는 것은 이미 여러 차례 증명됐다. 가령 지난해 6월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은 3월 말 그 징조가 포착된 바 있다. 3월 28일부터 29일 사이 C-17A 수송기 13대가 미국에서 한국 오산기지로 날아왔고, 여기서 무언가 실은 뒤 바레인 이사 공군기지로 향했다. C-17A 같은 대형 수송기가 떼 지어 이동하는 자체가 비정상적 움직임이었던 데다, 일본과 알래스카를 거쳐 미국으로 돌아가는 통상적인 비행 코스를 취하지 않은 점도 이상 징후였다.

미국 KC-135R 공중급유기. 미국 공군 제공
4∼5월 바레인, 카타르, 사우디아라비아. 요르단에선 미국과 독일 람슈타인 공군기지에서 무언가를 싣고 날아온 수송기들의 ADS-B 신호가 급증했다. 게다가 인도양에 있는 디에고 가르시아 공군기지에서도 지원기가 여럿 날아왔다. 이런 징후를 근거로 전문가들은 6월을 전후해 미국의 이란 공습이 있을 것으로 예측했다. OSINT 전문가들 전망은 실제로 들어맞았다.
올해 1월 3일 미국의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체포도 작전 준비 상황이 OSINT 전문가들에 의해 거의 실시간으로 모니터링됐다. 미국 본토 각지에서 이륙한 공중급유기와 수송기는 미국 앞마당이나 다름없는 카리브해의 푸에르토리코나 버진아일랜드까지 ADS-B를 켜고 비행했다.
2004년 이후 폐쇄된 푸에르토리코의 루스벨트 로즈 기지가 복원돼 각종 항공기가 증원된 사실도 상업용 위성이 포착했다. 마두로 체포 작전에서 핵심 임무를 수행한 제럴드 R. 포드 항공모함 역시 AIS(자동선박식별장치) 정보와 위성을 통해 매일 위치가 업데이트됐다.
지중해 방면 양동작전 징후도

1월 25일 이란 테헤란 도심에 파괴된 미국 항공모함을 묘사한 그림이 걸려 있다. 최근 미국이 중동에 항모 등 핵심 전력을 집결하자 이란은 “어떤 형태의 공격도 전면전으로 간주해 강력 대응할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뉴시스
그런데 중동에서 지난해 12월 말부터 무시할 수 없는 OSINT가 포착되고 있다. 우선 미국 테네시 주방위군 제278기갑기병연대(278연대)가 중동에 배치되기 시작했다. 이 부대 소속 M1A2 SEP(V)3 전차와 M2A3 보병전투장갑차가 제반 지원 장비들과 함께 제16원정공수비행대 C-17A 수송기를 통해 속속 배치되고 있다. 미국은 278연대가 파견된 곳을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고 “‘태스크포스 리퍼’에 278연대가 배치됐다”고만 밝혔다. 태스크포스 리퍼는 이라크와 요르단, 시리아에서 작전하는 중부사령부 직할 임시 조직이다. 미국은 이 부대의 중동 전개 사실을 1월 17일 공식 확인하며 “중동 지역의 안보 임무 지원 목적”이라고만 밝혔다. 해당 TF는 요르단에 배치됐을 개연성이 크다. 미국의 이란 공격이 시작됐을 때 친이란 무장 세력의 공격으로부터 요르단 국경과 미군기지를 보호하는 게 임무로 보인다.
게다가 수송기와 공중급유기의 움직임도 크게 증가했다. 1월 13일과 14일 미국 각지에서 이륙한 KC-135R 8대와 KC-46A 1대가 하와이를 거쳐 디에고 가르시아 섬으로 향했다. 미국은 지난해 6월 ‘미드나이트 해머’ 작전 때 지중해 방향에서 이란으로 접근하는 폭격기 편대군을 숨기고자 인도양에서 양동작전을 벌인 바 있다. 이번 공중급유기 이동은 당시 양동작전 패턴과 유사하다.
1월 20∼22일에는 미국 뱅거 공군기지와 맥딜 공군기지에서 이륙한 KC-135R 공중급유기들도 떼 지어 중동으로 날아갔다. 영국 레이큰히스 공군기지와 독일 람슈타인 공군기지에서 이륙한 C-17A도 중동으로 향했다. 이들 항공기는 카타르의 알우데이드 공군기지, 요르단의 무와파크 살티 공군기지, 사우디아라비아의 킹 압둘아지즈 공군기지에 나누어 착륙했다. 이렇게 1월 중동에 증파된 공중급유기는 30대가 넘는다.
공중급유기는 곧 중동에서 실시될 대규모 항공 작전을 지원하는 전력이고, 수송기는 중동에 전진 배치된 전투기를 위한 탄약, 부품, 운용 요원, 방공 전력을 실어 나르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가장 많은 C-17A 수송기가 포착된 무와파크 살티 공군기지에는 36대의 F-15E 전투기가 전진 배치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 기체는 모두 주영 미군 소속으로, 레이큰히스 공군기지에 배치된 48대의 F-15E 스트라이크 이글 가운데 36대가 중동에 파견됐다. 보통 스트라이크 이글은 타격 자산으로 인식되지만, 최근 중동 작전에선 드론과 순항미사일 요격에 주로 투입됐다. 그런 점에서 전개된 스트라이크 이글은 유사시 이스라엘과 요르단을 위한 방공 임무를 수행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