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세, 부자 부유세 등이 한국에서 계속 논란이 되고 있다. 이런 세금을 올려야 하는지 내려야 하는지에 대해 이런저런 주장이 많다. 그런데 이런 논의를 할 때 미국 경제학자 헨리 조지의 ‘진보와 빈곤’, 프랑스 경제학자이자 파리경제대 교수인 토마 피케티의 ‘21세기 자본’ 등을 근거로 세금 부과 정당성을 내세우는 경우가 있다. 이런 주장을 대하면 나로서는 좀 이해하기 힘들다.
그런데 ‘진보와 빈곤’에서 주장하는 내용이 하나 더 있다. 부동산세를 제외한 다른 모든 세금은 폐지해야 된다는 것이다. 조지는 정부 정책으로 사람들의 의사결정이 달라지는 것에 반대했다. 소득세를 부과하면 사람들이 일을 덜 하려 한다. 소비세를 부과하면 사람들이 물건 소비를 줄인다. 이렇게 경제활동에 영향을 미치는 세금은 안 좋으니 모두 폐지해야 된다고 주장한 것이다. 부동산세는 경제활동에 최소한으로 영향을 미친다. 그래서 부동산세는 올리고 다른 세금은 모두 폐지해야 한다는 게 조지의 주장이다.
나도 ‘진보와 빈곤’을 읽으면서 그 논리에 설득됐다. 조지의 말대로 다른 세금은 다 폐지하고 부동산 지대를 모두 세금으로 걷으면 분명 더 나은 사회가 될 것 같다. 나는 조지의 주장에 찬성하는 사람이다. 그런데 이상한 점이 있다. 조지의 주장을 인용하는 사람들은 부동산세를 올려야 한다는 말만 한다. 다른 세금들은 폐지해야 한다는 조지의 주장은 언급하지 않는다. 다른 세금들을 다 폐지해야 한다는 말이 어디 구석진 데 간략히 언급돼 있는 것도 아니다. 책 ‘진보와 빈곤’에는 아주 명시적으로 두 가지 주장이 제시돼 있다. 하나는 부동산세를 올리자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다른 세금은 다 폐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조지를 끌어들이는 사람들은 부동산세를 올리자는 얘기만 한다.
그리고 조지가 언급한 부동산세는 어디까지나 보유세다. 조지는 세금이 경제활동에 영향을 미치는 것을 무엇보다 반대했다. 조지에 따르면 부동산 거래에 영향을 미치는 부동산 양도세와 취득세도 폐지해야 하는 세금이다. 즉 조지의 부동산세 관련 주장에 찬성하는 사람은 한국 부동산시장에 큰 영향을 미치는 부동산 양도세와 취득세 부과에도 반대해야 한다. 그런데 그런 말은 하지 않고 그냥 부동산세를 올리자는 얘기만 한다.
둘 중 하나다. 조지의 책을 읽어보지 않고 그냥 조지가 부동산세를 올리자고 했다는 내용만 어디서 듣고 인용하는 경우다. 아니면, 조지의 책을 읽기는 했는데 책 전체 논지는 모른 척하고 그중에서 자기가 주장하고 싶은 말만 인용하는 경우다. 조지를 언급하면서 부동산세 이외 다른 세금은 모두 폐지해야 한다는 것, 그리고 양도세와 취득세는 없애야 한다는 것은 얘기하지 않고 부동산 세금을 올려야 한다는 말만 하는 사람은 나에게는 일종의 지적 사기꾼처럼 보인다.
피케티는 ‘21세기 자본’에서 부유세가 어느 정도 수준이 돼야 하는지도 설명한다. 문제는 자본수익률이 노동수익률보다 더 높다는 점이다. 그러니 자본수익률을 노동수익률과 비슷하게 만들어야 한다. 자본수익률은 역사적으로 4~5%였다. 자본시장이 발달한 현대 사회에서는 3~4% 수준이다. 현대 사회에서 노동수익률은 1~2% 정도다. 그러니 부유세는 1~2%여야 한다. 그래서 피케티가 제시한 부유세는 순자산 100만 유로(약 15억 원) 미만은 0%, 순자산 100만 유로 이상~500만 유로 미만(약 15억~75억 원)은 1%, 순자산 500만 유로(약 75억 원) 이상은 2%다.
유럽과 미국에서는 이 피케티의 주장에 난리가 났다. 소득이 아니라 재산에 세금을 매기는 게 맞느냐, 재산에 1~2% 세금을 부과하는 건 너무 과중하다 등 반대 주장들이 나왔다. 반면 이런 부유세가 필요하고, 부자에게 1~2% 세금은 그렇게 큰 부담이 되지 않는다는 주장도 많았다. 피케티가 불을 지핀 부유세는 아직도 그 타당성, 효과 등과 관련해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한국에도 피케티의 논거에 근거해 부유세 도입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많다. 다만 이상한 점이 있다. 피케티는 순자산 15억 원 미만은 0%, 15억 원 이상~75억 원 미만은 1%, 75억 원 이상은 2%를 제시했다. 그런데 한국은 재산에 대한 세율이 얼마일까. 일단 취득세율은 4%고, 재산세율은 0.4%다. 종합부동산세는 주택 12억 원 이상에서 1%가 넘고, 토지는 45억 원 이상이면 2%다. 또 한국은 지역의료보험료가 재산에 기반해서 나온다. 일종의 재산세다. 무엇보다 재산에 매기는 상속세나 증여세가 1억 원이 넘으면 20%, 30억 원이 넘으면 50%다. 피케티의 부유세는 1년에 한 번 세금을 부과하는데, 그것을 고려해 생애 재산세를 계산해도 한국이 재산에 부과하는 세금은 피케티가 주장하는 수준보다 훨씬 높다. 최근 상속세를 40%로 낮추자는 논의가 있는데, 그래 봤자 피케티가 말하는 수준보다 높다는 점은 변하지 않는다.
세금을 올려야 한다거나 낮춰야 한다고 주장할 때 그 나름 논리를 가지고 말할 수 있다. 그런데 조지나 피케티의 주장을 논리적 기반으로 하면서 세금을 올려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있으면 굉장히 의혹의 눈길로 바라보게 된다. 책을 안 읽었거나, 아니면 의도적으로 저자의 주장을 왜곡하는 지적 사기꾼인가 하는 의심이 든다.
최성락 박사는…
서울대 국제경제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 행정대학원에서 행정학 박사학위, 서울과학종합대학원에서 경영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동양미래대에서 경영학과 교수로 재직하다가 2021년 투자로 50억 원 자산을 만든 뒤 퇴직해 파이어족으로 지내고 있다.
부동산세 올리라는 헨리 조지
조지는 ‘진보와 빈곤’이라는 명저에서 부동산세를 올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렇게 주장한 이유는 분명했다. 부동산 임대료가 사회의 모든 잉여를 빨아들인다고 봤기 때문이다. 장사나 사업을 잘해서 돈을 많이 벌면 부동산 임대료도 오른다. 사회가 더 잘살게 되면 집값이 상승하고, 빌딩 가격이 올라간다. 결국 아무리 다른 데서 돈을 벌어도 소용이 없다. 부동산을 가진 사람이 그 이익을 다 챙겨간다. 그래서 조지는 부동산에서 얻어지는 이런 불로소득을 모두 세금으로 걷자고 주장했다. 부동산세를 올려야 한다고 말하는 사람들은 조지의 이러한 ‘진보와 빈곤’ 논리를 끌어들인다.
그런데 ‘진보와 빈곤’에서 주장하는 내용이 하나 더 있다. 부동산세를 제외한 다른 모든 세금은 폐지해야 된다는 것이다. 조지는 정부 정책으로 사람들의 의사결정이 달라지는 것에 반대했다. 소득세를 부과하면 사람들이 일을 덜 하려 한다. 소비세를 부과하면 사람들이 물건 소비를 줄인다. 이렇게 경제활동에 영향을 미치는 세금은 안 좋으니 모두 폐지해야 된다고 주장한 것이다. 부동산세는 경제활동에 최소한으로 영향을 미친다. 그래서 부동산세는 올리고 다른 세금은 모두 폐지해야 한다는 게 조지의 주장이다.
나도 ‘진보와 빈곤’을 읽으면서 그 논리에 설득됐다. 조지의 말대로 다른 세금은 다 폐지하고 부동산 지대를 모두 세금으로 걷으면 분명 더 나은 사회가 될 것 같다. 나는 조지의 주장에 찬성하는 사람이다. 그런데 이상한 점이 있다. 조지의 주장을 인용하는 사람들은 부동산세를 올려야 한다는 말만 한다. 다른 세금들은 폐지해야 한다는 조지의 주장은 언급하지 않는다. 다른 세금들을 다 폐지해야 한다는 말이 어디 구석진 데 간략히 언급돼 있는 것도 아니다. 책 ‘진보와 빈곤’에는 아주 명시적으로 두 가지 주장이 제시돼 있다. 하나는 부동산세를 올리자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다른 세금은 다 폐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조지를 끌어들이는 사람들은 부동산세를 올리자는 얘기만 한다.
그리고 조지가 언급한 부동산세는 어디까지나 보유세다. 조지는 세금이 경제활동에 영향을 미치는 것을 무엇보다 반대했다. 조지에 따르면 부동산 거래에 영향을 미치는 부동산 양도세와 취득세도 폐지해야 하는 세금이다. 즉 조지의 부동산세 관련 주장에 찬성하는 사람은 한국 부동산시장에 큰 영향을 미치는 부동산 양도세와 취득세 부과에도 반대해야 한다. 그런데 그런 말은 하지 않고 그냥 부동산세를 올리자는 얘기만 한다.
둘 중 하나다. 조지의 책을 읽어보지 않고 그냥 조지가 부동산세를 올리자고 했다는 내용만 어디서 듣고 인용하는 경우다. 아니면, 조지의 책을 읽기는 했는데 책 전체 논지는 모른 척하고 그중에서 자기가 주장하고 싶은 말만 인용하는 경우다. 조지를 언급하면서 부동산세 이외 다른 세금은 모두 폐지해야 한다는 것, 그리고 양도세와 취득세는 없애야 한다는 것은 얘기하지 않고 부동산 세금을 올려야 한다는 말만 하는 사람은 나에게는 일종의 지적 사기꾼처럼 보인다.
최근 부유세 부과에 대한 찬반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GETTYIMAGES]
큰 논란 된 피케티 부유세 논리
피케티의 ‘21세기 자본’은 2013년 발간된 책이지만 이미 경제학 명저 반열에 올랐다. 피케티는 이 책에서 부유세를 주장했다. 부자들이 보유한 자산 자체에 세금을 매기자는 것이다. 이 부유세, 소위 부자세를 부과해야 한다는 피케티의 주장이 세계적으로 큰 논란을 일으켰는데, ‘21세기 자본’에는 자산에 부유세를 부과해야 한다는 논리가 분명하게 제시돼 있다. 피케티는 역사적으로 모든 사회에서 ‘r > g’ 관계가 성립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r은 자본수익률이고, g는 경제성장률이다. 즉 자본수익률이 경제성장률보다 더 큰 것이다. 여기에서 ‘자본수익률 > 경제성장률 > 노동수익률’ 관계가 성립한다. 중요한 것은 ‘자본수익률 > 노동수익률’ 관계다. 자본을 가진 사람이 노동을 하는 사람보다 항상 더 많은 돈을 번다는 의미다. 돈이 돈을 번다는 것, 부자가 더욱더 큰 부자가 된다는 것은 바로 이 관계에서 파생된다. 사회에 빈부격차가 커지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자산을 가진 사람이 훨씬 더 빠른 속도로 돈이 불어나니, 자산이 없는 사람은 아무리 열심히 일해서 돈을 벌어도 따라잡을 수가 없다. 이건 불공평하다. 그런데 이는 ‘자본수익률 > 노동수익률’이라는 경제 현상에서 자연스럽게 발생할 수밖에 없는 일이다. 그러니 정부가 개입해서 자본수익률을 낮춰야 한다. 자본에 대해 부유세, 부자세를 부과해 자본수익률을 낮추고, 그 결과 자본수익률과 노동수익률이 비슷해지면 현대 사회의 가장 큰 경제 문제라는 빈부격차가 해결될 수 있다.
피케티는 ‘21세기 자본’에서 부유세가 어느 정도 수준이 돼야 하는지도 설명한다. 문제는 자본수익률이 노동수익률보다 더 높다는 점이다. 그러니 자본수익률을 노동수익률과 비슷하게 만들어야 한다. 자본수익률은 역사적으로 4~5%였다. 자본시장이 발달한 현대 사회에서는 3~4% 수준이다. 현대 사회에서 노동수익률은 1~2% 정도다. 그러니 부유세는 1~2%여야 한다. 그래서 피케티가 제시한 부유세는 순자산 100만 유로(약 15억 원) 미만은 0%, 순자산 100만 유로 이상~500만 유로 미만(약 15억~75억 원)은 1%, 순자산 500만 유로(약 75억 원) 이상은 2%다.
유럽과 미국에서는 이 피케티의 주장에 난리가 났다. 소득이 아니라 재산에 세금을 매기는 게 맞느냐, 재산에 1~2% 세금을 부과하는 건 너무 과중하다 등 반대 주장들이 나왔다. 반면 이런 부유세가 필요하고, 부자에게 1~2% 세금은 그렇게 큰 부담이 되지 않는다는 주장도 많았다. 피케티가 불을 지핀 부유세는 아직도 그 타당성, 효과 등과 관련해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한국에도 피케티의 논거에 근거해 부유세 도입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많다. 다만 이상한 점이 있다. 피케티는 순자산 15억 원 미만은 0%, 15억 원 이상~75억 원 미만은 1%, 75억 원 이상은 2%를 제시했다. 그런데 한국은 재산에 대한 세율이 얼마일까. 일단 취득세율은 4%고, 재산세율은 0.4%다. 종합부동산세는 주택 12억 원 이상에서 1%가 넘고, 토지는 45억 원 이상이면 2%다. 또 한국은 지역의료보험료가 재산에 기반해서 나온다. 일종의 재산세다. 무엇보다 재산에 매기는 상속세나 증여세가 1억 원이 넘으면 20%, 30억 원이 넘으면 50%다. 피케티의 부유세는 1년에 한 번 세금을 부과하는데, 그것을 고려해 생애 재산세를 계산해도 한국이 재산에 부과하는 세금은 피케티가 주장하는 수준보다 훨씬 높다. 최근 상속세를 40%로 낮추자는 논의가 있는데, 그래 봤자 피케티가 말하는 수준보다 높다는 점은 변하지 않는다.
피케티 논리 따르면 한국 부유세 줄여야
피케티의 논리에 따르면 한국은 부자들에 부과하는 세금을 늘릴 게 아니라 줄여야 한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피케티가 제시한 부유세보다 한국의 재산세가 훨씬 높으니 한국의 재산세를 줄여야 한다는 주장은 찾아볼 수 없다. 그냥 피케티의 부유세 주장이 일리가 있는 만큼 재산에 대한 세금을 늘려야 한다는 주장뿐이다. 나는 그런 얘기를 들을 때마다 굉장히 의아하다는 생각이 든다. 한국은 이미 피케티가 주장하는 재산세보다 훨씬 많은 재산세가 부과되고 있는데 피케티의 주장을 논거로 들면서 재산세를 늘려야 한다고 말하는 건 뭘까. 책도 안 읽고 하는 얘기인가, 아니면 부유세를 얼마큼 부과해야 한다는 피케티의 주장을 의도적으로 무시하는 것인가. 그것도 아니면 한국의 조세제도를 전혀 모르는 것인가.
세금을 올려야 한다거나 낮춰야 한다고 주장할 때 그 나름 논리를 가지고 말할 수 있다. 그런데 조지나 피케티의 주장을 논리적 기반으로 하면서 세금을 올려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있으면 굉장히 의혹의 눈길로 바라보게 된다. 책을 안 읽었거나, 아니면 의도적으로 저자의 주장을 왜곡하는 지적 사기꾼인가 하는 의심이 든다.
최성락 박사는…
서울대 국제경제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 행정대학원에서 행정학 박사학위, 서울과학종합대학원에서 경영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동양미래대에서 경영학과 교수로 재직하다가 2021년 투자로 50억 원 자산을 만든 뒤 퇴직해 파이어족으로 지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