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나리에서 엄마 ‘모니카’ 역을 설득력 있게 연기한 한예리. [네이버 영화 캡처]
영화 ‘미나리’에서 할머니 순자 역을 맡은 윤여정의 대사다. 낯선 미국에 정착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한국인 가족 이야기를 다룬 영화 ‘미나리’가 제93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오스카) 작품상, 감독상, 남우주연상, 여우조연상, 각본상, 음악상 6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됐다. 한국 배우로는 사상 처음 오스카 여우조연상 후보에 오른 윤여정, 아시아계 미국인으로는 처음으로 남우주연상 후보에 오른 스티븐 연, 그리고 감독상 후보로 지명된 정이삭 감독….
아쉬운 점은 위기에 처한 가족을 지켜내는 엄마 모니카 역을 설득력 있게 연기한 한예리(37)가 여우주연상 후보로 지명받지 못했다는 점이다. 전 세계 영화 관계자들은 ‘언어 장벽’을 뛰어넘는 공감 연기를 선보인 한예리에게 수많은 찬사를 보내며 오스카 여우주연상 후보로 손색없다고 평했다. ‘보그US’는 “한예리는 글 속에서만 존재하던 모니카에게 강하지만 동시에 절제된 캐릭터로 생명력을 불어넣었다”고 평했으며, 오스카 예측 전문매체 ‘골드더비’는 ‘미나리’를 성공시킨 주역으로 한예리를 꼽으며 집중 보도하기도 했다.
연기와 함께 한예리가 부른 미나리 OST ‘비의 노래(Rain Song)’도 호평이 이어지고 있다. 3월 3일 ‘미나리’가 한국에서 개봉한 후 인터넷에는 “한예리 노래를 들으니 상처가 치유되는 기분이다” “하루 종일 비의 노래가 귓가에 맴돈다” 등의 댓글이 연일 올라오고 있는 것. 오스카 주제가상 1차 후보에 올랐던 ‘비의 노래’는 아쉽게도 본선에는 오르지 못했다.
전 세계 영화 관계자들이 한예리의 공감 연기에 찬사를 보내고 있다. [네이버 영화 캡처]
한국 넘어 세계가 주목한 대세 배우
한예리는 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에서 한국무용을 전공한 후 2005년 단편영화 ‘사과’로 데뷔했다. 대중에 본격적으로 얼굴을 알린 건 북한 탁구선수 유순복으로 출연해 실감나는 연기를 선보인 영화 ‘코리아’(2012). 이후 영화 ‘챔피언’(2018)을 비롯해 TV 드라마 ‘청춘시대’(2016), ‘녹두꽃’(2019), ‘(아는 건 별로 없지만) 가족입니다’(2020) 등에 출연하면서 다채로운 연기 스펙트럼을 선보였다. 데뷔 16년 만에 한예리는 ‘미나리’를 통해 대세 배우 반열에 올랐다.“윤여정 선생님처럼 오랫동안 연기하며 향기를 잃지 않는 배우가 되고 싶다.” 한예리의 말이다. “미나리는 어디서든 잘 자라”라는 영화 ‘미나리’ 속 대사처럼 어디서든 연기 잘하는 한예리. 그의 ‘향기 나는’ 연기 여정은 지금부터 시작이다.
영화, 드라마에서 다채로운 연기 스펙트럼을 선보인 한예리. [동아DB]
한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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