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러보면 홍합은 두루두루 사랑받는 식품이다. 울릉도는 홍합밥으로 유명하다. 참기름에 홍합과 다진 마늘 등 양념을 넣고 볶다 쌀을 부어 밥을 짓는다. 다른 지역에서는 무를 함께 넣어 짓기도 한다. 다 된 밥은 간장, 고춧가루 등으로 만든 양념장에 비벼 먹는다. 홍합을 넣고 흰죽을 끓이기도 하고, 미역국에 넣어 뽀얀 국물을 내 먹기도 한다. 말린 홍합살로 죽, 밥, 국도 끓여 먹고 간장에 졸여 반찬도 만든다. 게다가 짬뽕에도 빠지지 않고, 매운 고추와 후추를 잔뜩 넣어 센 불에 볶아 얼얼한 맛으로 즐기는 중국 요리도 있다. 프랑스, 이탈리아에서는 토마토소스나 버터에 홍합을 볶아 맛이 우러난 소스 또는 국물을 함께 먹는다. 그린 홍합(초록입홍합)처럼 큼직한 것은 샐러드나 오븐 구이에 주로 활용된다. 사실 우리가 즐겨 먹는 홍합은 대부분 외래종인 진주담치를 양식한 것이다. 토종 홍합은 우리 식탁에서 자취를 감춘 지 오래다.
섭은 바다에서 자생하는 강인한 생명력과 크기만큼 맛도 깊다. 강원도에서는 죽이나 국을 끓여 보양식으로 즐겨 먹었다. 여름에 섭을 먹지 않으면 가을 문턱 넘기 힘들다거나 술독을 푸는 약으로 섭만 한 것이 없다고 할 정도로 중히 여기고 즐겨 먹는 해산물이다.
섭을 푹 끓인 국물에 양파, 대파, 미나리 등 향신 채소를 넣고 고추장을 풀어 맛을 낸다. 달고 얼큰한 국물에 달걀도 풀어 걸쭉한 국으로 먹는다. 칼국수나 수제비를 넣어 푸짐하게 먹기도 한다. 쌀이 투명해질 때까지 볶은 뒤 섭 국물을 붓고 부추를 넣어 무르도록 끓이면 죽이 된다. 역시 고추장으로 맛을 낸다. 하얗게 끓이는 부드러운 죽도 맛있지만 붉은 죽의 시원한 맛이 속을 기분 좋게 덥혀준다. 주인공인 섭은 먹기 좋게 여러 조각으로 잘라 넣는데 쫄깃하고 탄력 있는 맛이 그대로 살아 있다. 섭이 인기를 끌면서 무침, 찜, 구이 등으로도 해 먹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