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없으면 죽을 수도 있을 것 같아.”
케이블TV방송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88’에서 주인공 최택은 성덕선에 대한 사랑을 이렇게 고백했다. 이 말은 ‘생존배낭’을 장만하려는 이가 반드시 마음에 담아둬야 할 기준이다. ‘내가 사는 데 꼭 필요하고, 없으면 죽을 것 같은 물건’을 골라 담아야 쓸모 있는 생존배낭이 된다는 얘기다. ‘남 보기 그럴 듯한 것’은 위기 상황에서 생존에 오히려 방해가 될 수 있다.
10월 12일 국회 외교부 국정감사에서 자유한국당 윤영석 의원은 ‘인터넷으로 구매한 생존배낭’이라며 옅은 카키색 가방을 들어 보였다. 해당 제품 가격은 25만 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생존배낭이 필요하다고 고가 물건을 쇼핑몰에서 덜컥 구매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재난시대 생존법’을 펴낸 우승엽 생존21 도시재난연구소장은 “값비싼 기성품 생존배낭 안에는 성능이 뛰어나나 일반인은 사용하기 힘든 전문가용 장비, 우리 입맛에 맞지 않는 외제 비상식량 등이 들어 있을 공산이 크다. 그런 것보다 대형마트, 할인매장 등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친숙한 물건이 훨씬 유용하다. 브랜드보다 내구성 위주로 물건을 고르면 10만 원 안쪽으로도 얼마든지 생존배낭을 꾸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생존을 위한 대전제는 영양 섭취, 체온 유지, 안전 확보다. 이를 지키면서 개인적 특수성을 감안해 짐을 꾸리면 된다. 물, 비상식량, 옷가지 등을 구비한 뒤 만성질환이나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은 평소 복용하는 약 이름과 용량이 적힌 처방전을 챙기는 식이다. 어린 자녀용 생존배낭에는 아이가 힘든 여건에서 조금이나마 안정을 찾도록 도와줄 장난감 등을 넣어두는 게 좋다. 이렇게 자신이 처한 상황과 주변 환경 등을 고려해 반드시 필요하겠다 싶은 물건을 하나하나 마련하는 것은 그 자체로 재난에 대비하는 행위가 된다.
이때 명심할 것은 재난대비용 물품의 경우 질보다 양이 중요하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손전등은 대형재난 이후 발생할 수 있는 정전에 대비하는 데 반드시 필요한 물건이다. 한 개에 몇만 원씩 하는 손전등이든, 적당한 밝기의 저렴한 제품이든 모두 쓸모 있다. 우 소장은 “비싼 손전등 한 개 가격으로 저렴한 것을 여러 개 구매해 가족 구성원 각자의 생존배낭에 넣어두고 차 안과 사무실 등에도 비치해두면 위급 상황에서 큰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행정안전부가 운영하는 국민재난안전포털(www.safekorea.go.kr)에도 ‘모든 가족 구성원들은 연중 언제나 반드시 비상용 백(Go Bag)을 준비해두어야 한다’는 내용이 있다. 가족 구성원 인당 1개씩 생존배낭을 만들어두라는 얘기다(상자기사 참조). 이때 각 배낭의 무게는 주인 체력에 맞게 조절해야 한다. 생존배낭은 대형폭발이 일어나거나 건물이 발밑에서 무너져 내릴 때 당장 들고 뛰쳐나갈 수 있어야 한다. 해당 가방을 멘 채 계단을 오르내리고 오랜 시간 걸을 수 있을지를 따져 짐을 꾸리는 게 좋다. 배낭을 완성한 후엔 꾸준한 관리·점검 단계로 넘어가야 한다. 음식물 유통기한, 생존도구의 건전지 수명, 계절과 사회 상황 등을 고려해 수시로 내용물을 교체해야 진정한 ‘생존배낭’이 된다.
미국 국토안전부 웹사이트(www.ready.gov)에는 ‘비상 상황이 일어난 후에는 스스로 생존할 수 있어야 한다. 지역 공무원과 구조대원이 재난 발생 후 현장으로 오지만 즉시 모두에게 도달할 수는 없다. 도움을 받기까지 몇 시간 혹은 며칠이 걸릴 수 있다’는 내용의 안내문이 있다. 미국 정부가 시민에게 권하는 건 ‘최소한 72시간 동안 생명을 유지할 수 있을 정도의 물과 음식, 기타 물품을 준비해두는 것’이다.
일본 도쿄도가 제작한 재난 대비용 책자 ‘도쿄방재’에도 ‘만일의 경우 자신과 가족을 지키는 것은 단 하나의 지식, 단 하나의 도구, 단 한 마디의 커뮤니케이션일 수 있다. 작은 대비가 큰 도움이 된다’는 대목이 있다.
마침 10월 30일부터 11월 3일까지 전국 곳곳에서 ‘2017 재난대응 안전한국훈련’(안전한국훈련)이 진행된다. 정부는 이 기간 지진, 폭설, 대형화재 등 각종 재난 발생 상황을 상정하고 공공 부문의 대응 실태를 점검할 계획이다. 25개 중앙부처, 245개 지방자치단체, 256개 공공기관이 이 훈련에 참여한다.
이 기간은 각 시민도 개인적 차원에서 자신의 안전을 돌아보고 재난 대비 정도를 점검하기에 적당하다. 국가 시스템이 사실상 작동하지 않는 상황에서 최소 72시간 이상 살아남으려면 무엇을 준비해야 할지 지금 당장 생각해보자. 집에 있는데 거의 사용하지 않는 제품을 활용하고 대형마트와 온라인 쇼핑몰 등에서 내구성 있되 저렴한 제품을 잘 고르면 내게 꼭 맞는 최적의 생존배낭을 꾸릴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은 꼭! 생존배낭 필수품
체온 유지용 물품도 충분히 챙겨야 한다. 사람은 체온이 3도만 떨어져도 근육 강직 등 저체온증 증상을 보인다. 의식을 잃거나 사망할 수도 있다. 바람막이 재킷, 모자, 얇은 담요, 핫팩, 여분의 양말이 있으면 이를 예방할 수 있다.
구조의 손길이 닿을 때까지 일상생활을 무리 없이 꾸리려면 라이터 등 점화도구, 주머니칼, 튼튼한 줄, 휴지, 세면도구, 부직포 타월(상처 치료나 세안 후 물기 흡수) 등도 필요하다. 휴대전화가 작동하지 않을 때에 대비해 가족전화번호 등 비상연락처를 종이에 적어두고 집 주변 지도, 주요 서류와 함께 지퍼백에 넣어두면 좋다. 대형 비닐봉지는 보온, 용변 처리 등 다용도로 쓸 수 있다. 우비, 마스크도 필요에 따라 준비한다.
•준비 수량과 제품 종류 등에 따라 비용은 달라질 수 있음.
•필요에 따라 근거리 무전기(2만5000원), 나침반(3000원), 스테인리스 물컵(2400원) 등 추가 가능.
케이블TV방송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88’에서 주인공 최택은 성덕선에 대한 사랑을 이렇게 고백했다. 이 말은 ‘생존배낭’을 장만하려는 이가 반드시 마음에 담아둬야 할 기준이다. ‘내가 사는 데 꼭 필요하고, 없으면 죽을 것 같은 물건’을 골라 담아야 쓸모 있는 생존배낭이 된다는 얘기다. ‘남 보기 그럴 듯한 것’은 위기 상황에서 생존에 오히려 방해가 될 수 있다.
10월 12일 국회 외교부 국정감사에서 자유한국당 윤영석 의원은 ‘인터넷으로 구매한 생존배낭’이라며 옅은 카키색 가방을 들어 보였다. 해당 제품 가격은 25만 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생존배낭이 필요하다고 고가 물건을 쇼핑몰에서 덜컥 구매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재난시대 생존법’을 펴낸 우승엽 생존21 도시재난연구소장은 “값비싼 기성품 생존배낭 안에는 성능이 뛰어나나 일반인은 사용하기 힘든 전문가용 장비, 우리 입맛에 맞지 않는 외제 비상식량 등이 들어 있을 공산이 크다. 그런 것보다 대형마트, 할인매장 등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친숙한 물건이 훨씬 유용하다. 브랜드보다 내구성 위주로 물건을 고르면 10만 원 안쪽으로도 얼마든지 생존배낭을 꾸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생존을 위한 대전제는 영양 섭취, 체온 유지, 안전 확보다. 이를 지키면서 개인적 특수성을 감안해 짐을 꾸리면 된다. 물, 비상식량, 옷가지 등을 구비한 뒤 만성질환이나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은 평소 복용하는 약 이름과 용량이 적힌 처방전을 챙기는 식이다. 어린 자녀용 생존배낭에는 아이가 힘든 여건에서 조금이나마 안정을 찾도록 도와줄 장난감 등을 넣어두는 게 좋다. 이렇게 자신이 처한 상황과 주변 환경 등을 고려해 반드시 필요하겠다 싶은 물건을 하나하나 마련하는 것은 그 자체로 재난에 대비하는 행위가 된다.
이때 명심할 것은 재난대비용 물품의 경우 질보다 양이 중요하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손전등은 대형재난 이후 발생할 수 있는 정전에 대비하는 데 반드시 필요한 물건이다. 한 개에 몇만 원씩 하는 손전등이든, 적당한 밝기의 저렴한 제품이든 모두 쓸모 있다. 우 소장은 “비싼 손전등 한 개 가격으로 저렴한 것을 여러 개 구매해 가족 구성원 각자의 생존배낭에 넣어두고 차 안과 사무실 등에도 비치해두면 위급 상황에서 큰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행정안전부가 운영하는 국민재난안전포털(www.safekorea.go.kr)에도 ‘모든 가족 구성원들은 연중 언제나 반드시 비상용 백(Go Bag)을 준비해두어야 한다’는 내용이 있다. 가족 구성원 인당 1개씩 생존배낭을 만들어두라는 얘기다(상자기사 참조). 이때 각 배낭의 무게는 주인 체력에 맞게 조절해야 한다. 생존배낭은 대형폭발이 일어나거나 건물이 발밑에서 무너져 내릴 때 당장 들고 뛰쳐나갈 수 있어야 한다. 해당 가방을 멘 채 계단을 오르내리고 오랜 시간 걸을 수 있을지를 따져 짐을 꾸리는 게 좋다. 배낭을 완성한 후엔 꾸준한 관리·점검 단계로 넘어가야 한다. 음식물 유통기한, 생존도구의 건전지 수명, 계절과 사회 상황 등을 고려해 수시로 내용물을 교체해야 진정한 ‘생존배낭’이 된다.
미국 국토안전부 웹사이트(www.ready.gov)에는 ‘비상 상황이 일어난 후에는 스스로 생존할 수 있어야 한다. 지역 공무원과 구조대원이 재난 발생 후 현장으로 오지만 즉시 모두에게 도달할 수는 없다. 도움을 받기까지 몇 시간 혹은 며칠이 걸릴 수 있다’는 내용의 안내문이 있다. 미국 정부가 시민에게 권하는 건 ‘최소한 72시간 동안 생명을 유지할 수 있을 정도의 물과 음식, 기타 물품을 준비해두는 것’이다.
일본 도쿄도가 제작한 재난 대비용 책자 ‘도쿄방재’에도 ‘만일의 경우 자신과 가족을 지키는 것은 단 하나의 지식, 단 하나의 도구, 단 한 마디의 커뮤니케이션일 수 있다. 작은 대비가 큰 도움이 된다’는 대목이 있다.
마침 10월 30일부터 11월 3일까지 전국 곳곳에서 ‘2017 재난대응 안전한국훈련’(안전한국훈련)이 진행된다. 정부는 이 기간 지진, 폭설, 대형화재 등 각종 재난 발생 상황을 상정하고 공공 부문의 대응 실태를 점검할 계획이다. 25개 중앙부처, 245개 지방자치단체, 256개 공공기관이 이 훈련에 참여한다.
이 기간은 각 시민도 개인적 차원에서 자신의 안전을 돌아보고 재난 대비 정도를 점검하기에 적당하다. 국가 시스템이 사실상 작동하지 않는 상황에서 최소 72시간 이상 살아남으려면 무엇을 준비해야 할지 지금 당장 생각해보자. 집에 있는데 거의 사용하지 않는 제품을 활용하고 대형마트와 온라인 쇼핑몰 등에서 내구성 있되 저렴한 제품을 잘 고르면 내게 꼭 맞는 최적의 생존배낭을 꾸릴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은 꼭! 생존배낭 필수품
국민재난안전포털은 평소 ‘비상용 백(Go Bag)’에 담아둘 물품으로 ‘비상식량, 물, 의약품, 플래시(손전등), 라디오, 건전지, 호루라기, 휴대전화 보조배터리’ 등을 꼽는다. 전기가 끊긴 상황에서 무리 없이 사용하려면 손전등과 라디오는 일반 AA건전지로 작동하는 단순한 모델을 구매하는 게 바람직하다.
체온 유지용 물품도 충분히 챙겨야 한다. 사람은 체온이 3도만 떨어져도 근육 강직 등 저체온증 증상을 보인다. 의식을 잃거나 사망할 수도 있다. 바람막이 재킷, 모자, 얇은 담요, 핫팩, 여분의 양말이 있으면 이를 예방할 수 있다.
구조의 손길이 닿을 때까지 일상생활을 무리 없이 꾸리려면 라이터 등 점화도구, 주머니칼, 튼튼한 줄, 휴지, 세면도구, 부직포 타월(상처 치료나 세안 후 물기 흡수) 등도 필요하다. 휴대전화가 작동하지 않을 때에 대비해 가족전화번호 등 비상연락처를 종이에 적어두고 집 주변 지도, 주요 서류와 함께 지퍼백에 넣어두면 좋다. 대형 비닐봉지는 보온, 용변 처리 등 다용도로 쓸 수 있다. 우비, 마스크도 필요에 따라 준비한다.
당신의 72시간을 지켜줄 물건들
•집에 있던 배낭 등을 제외한 총 물품 가격은 9만6820원.•준비 수량과 제품 종류 등에 따라 비용은 달라질 수 있음.
•필요에 따라 근거리 무전기(2만5000원), 나침반(3000원), 스테인리스 물컵(2400원) 등 추가 가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