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돈이 없어도 사업을 한다
프레이저 도허티 지음/ 박홍경 옮김/
비즈니스북스/ 292쪽/ 1만5000원
부제가 ‘스펙도 나이도 필요 없는 주말 48시간의 기적’이다. 첫인상은 ‘오버한다’는 느낌이었다. 대단한 비결이라고 얘기하는 책이 대부분 실제로 읽어보면 알맹이가 없거나 자기 자랑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창업, 재테크, 성공기 등이 그렇다. 그럼에도 이 책에 끌린 것은 저자가 매력적인 사업가이며, 창업의 구체적 팁이 담긴 ‘실전’을 보여준다는 점 때문이다.
저자는 현재 영국에서 가장 잘 알려진 29세 젊은 사업가다. 할머니가 잼 만드는 것을 보고 100% 과일로 만든 ‘슈퍼잼’ 브랜드를 탄생시켰고 맥주, 커피 등으로 사업 영역을 넓혀 100억 원대 부자가 됐다. 국내에서도 TV홈쇼핑 등을 통해 슈퍼잼 수만 병이 팔렸으며, 그의 성공 스토리는 책과 언론기사로 널리 알려졌다. 이 책은 저자가 실제로 48시간 만에 창업한 전 과정을 담았다. 첫째 날 오전 8시에 시작해 그다음 날 늦게까지 프리미엄 오트밀인 ‘오섬 오츠(Awesome Oats)’ 제품을 만들어 동네 슈퍼마켓에 납품하고 온라인 주문까지 받은 과정이 소개돼 있다(물론 수면시간도 포함돼 있다).
아이디어를 내는 법부터 체크포인트, 브랜드 이름 짓기, 제품 만들기, 포장하기, 디자인하기, 고객 확보, 홈페이지 만들기 등 창업 노하우를 보여준다.
그는 말한다. “아이디어가 처음부터 완벽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적당히 괜찮은 단순한 아이디어를 일단 실행에 옮기고 상황에 따라 변화와 개선을 시도하는 편이 옳다고 믿는다.”
창업을 대단히 어렵고 특별한 소질을 가진 사람만 할 수 있는 일이라는 고정관념부터 깰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창업에 대한 두려움에 사로잡혀 있다면 “일단 저지르는 한 걸음을 내디디라”는 것이 저자의 조언이다.
“창업가의 길은 셀 수 없이 많은 거절의 연속이며 이따금씩 어렵게 판매에 성공할 뿐이다. 무언가를 시도하고 실패하면 방향을 조금 틀어서 다시 시도하는 것은 창업가에게 지극히 당연한 과정이다.”
저자는 48시간의 창업 과정에 도움을 받을 수 있는 홈페이지를 제시하는데, 같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한국 홈페이지를 소개하는 감수자의 팁은 매우 유용해 보인다.
‘저자는 창업을 여러 번 해본 전문가니까 48시간 창업이 가능한 거 아냐’라는 의문이 들 수 있겠다. 그러나 핵심은 48시간이 아니라 그 정도로 빨리 창업할 수 있으니 서두르라는 것이다. 초보여서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창업에는 ‘미친 실행력’이 더 중요하다.
온 트레일스
로버트 무어 지음/ 전소영 옮김/ 와이즈베리/ 464쪽/ 1만8000원
길의 의미를 묻는다. 저자는 2009년 3200km에 달하는 미국 애팔래치아 트레일을 5개월 만에 완주한 뒤 길이 도대체 무엇인지 찾으러 나선다. 이후 7년간 뉴펀들랜드섬, 말레이시아 보르네오 등 세계 각지의 길을 탐험한다. 현대인의 길뿐 아니라 불개미의 길, 코끼리의 길, 수렵채집인의 길 등 다양한 길을 걸으며 전문가와 현지인에게 길의 의미에 대한 조언을 듣는다.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저자의 박식함과 통찰력이 잘 드러난다.
배반
폴 비티 지음/ 이나경 옮김/ 열린책들/ 408쪽/ 1만3800원
2016년 맨부커상 수상작. 이 사실 하나만으로 책의 가치를 더 논할 필요가 없다. 저자의 네 번째 장편소설로, 맨부커상 48년 역사에서 처음으로 미국 작가가 수상자가 됐다. 미국 로스앤젤레스 교외의 가상 마을이 무대로, 노예 제도와 인종 분리 정책을 다시 도입하려다 미 대법원 재판에 회부되는 흑인의 이야기다. 인종차별뿐 아니라 모든 사회적 금기와 정치적 올바름의 허위를 건드리는 블랙코미디. 유쾌한데 씁쓸하다.
만보에는 책 속에 ‘만 가지 보물(萬寶)’이 있다는 뜻과 ‘한가롭게 슬슬 걷는 것(漫步)’처럼 책을 읽는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