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국내외는 복합적으로 위기가 닥쳐오는 퍼펙트 스톰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저출산, 고령화, 저고용, 저성장 등의 문제는 경제, 사회, 문화, 기술 등의 사안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위기는 이처럼 복합적으로 오는데 단편적으로 대응한다면 문제를 제대로 해결할 수 없다. 그동안 우리나라 과학기술은 성장의 도구로 경제발전에 지대한 공헌을 해왔다면 이제 국가와 국민을 위해 과학기술의 역할을 재정립하고 실천할 때가 됐다. 국민의 세금으로 지원된 과학기술이 국민의 안녕과 행복, 지속가능한 국가의 발전과 존립에 기여해야 할 때인 것이다. 다시 말해 국민의 삶을 행복하게 해야 할 뿐 아니라 우리의 미래를 위협하고 생존 위기를 초래하는 것을 해결할 수 있어야 한다.
국가생존기술 7대 분야…물, 에너지, 자원, 식량, 안보, 인구, 재난
‘국가생존기술연구회’는 국가가 생존하기 위해 꼭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국가 존립과 직결된 과학기술 분야의 국내외 이슈들을 논의하고 대안 제시, 정책 개발의 필요성에 뜻을 같이한 과학기술계 전문가들이 모여 2014년 8월 발족한 단체다. 2015년 12월 16일 미래창조과학부로부터 사단법인 인가를 받고, 2016년 1월 비영리법인으로 등록했다. 초대회장은 박영일 이화여대 교수·이화융합의학연구원장이고, 올해부터 2대 회장인 이일수 서울과학기술대 교수가 연구회를 이끌고 있다.우리나라가 연구개발 투자에 쏟는 정부 부담 예산만 19조 원(2018년 예산안 기준)에 육박한다. 민간투자를 포함한 국가 총 연구개발 투자비의 24%에 이른다. 하지만 이 가운데 ‘국가생존기술’에 대한 투자는 핵심 산업기술이나 다른 공공기술 분야에 비해 우선순위에서 한참 밀려 있을 뿐 아니라 분류조차 안 돼 있어 정확한 통계를 낼 수 없는 실정이다. 따라서 ‘국가생존기술’이 국가가 관여해야 할 ‘최소한’의 분야라는 인식을 공유하는 것이 급선무다.
이에 따라 국가생존기술연구회에서는 국가생존과 직결되는 분야로 물, 식량, 에너지, 자원, 안보, 인구, 재난 7가지를 선정하고 이를 ‘국가생존기술’로 명명했다. 생존기술에서 ‘생존’이란 단순히 살아남음이 아니라 존립의 의미까지 포함하고 있다. 연구회 측은 국가생존기술을 확보해야 국가적 헤게모니를 유지할 수 있으며, 나아가 유사시에 홀로서기를 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국가 과학정책의 이정표 되길
국가생존기술연구회에서 그동안의 논의해온 내용을 정리해 ‘국가생존기술’(동아일보사)이라는 책을 펴내고 10월 26일 서울 중구 달개비 컨퍼런스홀에서 출판기념회 및 조찬 세미나를 열었다. 먼저 최수만 IT미디어연구소 원장이 ‘대한민국, 위기에 선 사이버 보안’이란 주제로 북한 핵 이슈와 함께 급부상하고 있는 사이버 보안의 문제점을 짚었다. 이어 ‘국가생존기술’ 출판기념회에서 이일수 회장은 “모든 사회문제의 중심에 과학이 있다는 데 과학기술인들이 인식을 같이하고 그간 고민하고 논의한 결과를 담았다”고 출간의 의의를 설명했다.한편 염재호 고려대 총장은 추천사에서 “이 책은 국가생존을 위한 7대 분야를 국민의 ‘안전’, 국가의 ‘번영’, 국가의 ‘파워’와 국민의 ‘긍지’라는 4가지 키워드로 묶었는데 매우 독특하고도 적절한 시도”라고 했다. 김도연 포항공과대 총장은 “한국이 지금까지 선진국을 빠르게 따라갔지만, 이제는 ‘퍼스트 무버(First Mover)’로 방향을 전환해야 할 필요가 있다”면서 “연구회가 구체화한 7대 분야는 각자도생으로 다뤄질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 협력의 차원에서 강조돼야 한다”고 했다. 문길주 과학기술연합대학원대 총장도 “과학기술의 미래 문제에 관심을 가진 국민, 대기업·중소기업 경영자, 과학기술 혁신 정책으로 난제를 풀고자 하는 정부·정치권 지도자와 공무원, 국제협력과 지구의 미래에 관심 있는 분들, 그리고 미래 대한민국의 주인공이 될 젊은 인재와 학생들에게 유익한 책이 될 것”이라고 추천 이유를 밝혔다.
각 분야 전문가 23인인이 저자로 참여한 이 책은 국가가 생존을 넘어 존립하려면 과학기술이 국가정책에 어떻게 반영돼야 하는지, 이를 통해 국민의 행복을 어떻게 보장할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과 해답을 담았다. 저자들은 이 책을 통해 국민들이 국가생존기술의 개념을 이해하고 국가 정책에 왜 과학기술을 적용해야 하는지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또한 이 책이 국가 과학기술 정책의 갈림길에서 중요한 이정표가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