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함경남도 함흥에서 동북쪽으로 60km 떨어진 신포는 예부터 수산업으로 이름난 항구 도시다. 면적 43km2, 인구 15만 명의 이 도시에는 동해안에서 잡히는 물고기를 가공하는 수산물 가공공장과 선박 수리공장들이 자리하고 있다. 신포는 1997년 국제사회의 관심이 집중된 적이 있다. 당시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는 북한과 미국의 ‘제네바 합의’에 따라 신포 금호리에서 1000MW급 경수로 2기의 착공식을 가졌다. 신포는 1980년대 말 북한이 원자력발전소 건립 계획을 세우고 옛 소련과 공동으로 대지 선정 작업까지 마쳤던 곳이다.
제네바 합의는 북한과 미국이 1994년 스위스 제네바에서 체결한 북한 핵문제 해결 방안을 말한다. 당시 미국은 핵개발 동결 대가로 북한에 1000MW급 경수로 2기를 건설해주고 대체에너지로 연간 중유 50만t을 제공하기로 했다. 북한은 핵확산금지조약(NPT) 복귀와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 허용, 핵 활동의 전면 동결 및 기존 핵시설의 궁극적인 해체를 약속했다. 하지만 북한이 2002년 비밀리에 고농축우라늄(HEU) 계획을 추진했다는 사실을 시인하면서 제네바 합의는 깨졌다. 이에 따라 KEDO는 경수로 건설 공사를 중단하고 2006년 건설 인력을 신포에서 완전히 철수시켰다.
신포가 또다시 국제사회의 주목을 받고 있다. 북한이 신포에서 대형잠수함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개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은 2015년 5월 8일 김정은 조선노동당 위원장이 참관하는 가운데 신포 앞바다에서 고래급 잠수함에 탑재된 SLBM 북극성-1호를 시험발사하는 데 성공했다. 그리고 지난해 4월 23일 북한은 북극성-1호의 콜드론칭(Cold Launching·수중에서 미사일을 사출해 물 밖에서 점화) 및 30km 비행에 성공했으며, 같은 해 8월 24일 신포 앞바다에서 북극성-1호를 ‘고각발사’하는 시험을 실시했다. 이 미사일은 500km를 비행했는데, 정상 발사할 경우 2500km를 비행할 것으로 추정됐다. 북한은 5월 30일, 6월 18일, 7월 25일, 7월 30일 등 여러 번에 걸쳐 SLBM의 수중 사출시험을 실시했다.
신포에서 대형잠수함 건조 징후 포착
신포에는 ‘봉대보이라 공장’이라는 곳이 있다. 북한이 잠수함을 건조하는 비밀 조선소다. 이곳 지붕에는 대형덮개가 있어 정찰위성으로 내부를 탐지할 수 없다. 북한은 이곳에서 SLBM 2〜3기를 탑재할 수 있는 대형잠수함을 건조하는 일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고래급 잠수함은 SLBM을 1기밖에 탑재할 수 없기 때문이다. 북한은 1993~94년 옛 소련에서 골프급 잠수함을 들여와 역설계한 뒤 고래급 잠수함을 독자 개발했다. 고래급 잠수함의 제원을 보면 수중 배수량 2200t, 길이 68m, 폭 6.5m이며 수중속도 10노트, 수상속도 16노트로 운항하고 승조원 50명이 탑승한다. 어뢰 발사관 2~3개와 미사일 수직발사관(VLS) 1개를 장착하고 있다. 미국 정보기관은 고래급을 ‘신포 B급’이라는 암호명으로 부른다. 고래급 잠수함은 실전배치되지 않았지만, 북극성-1호를 발사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다.
최근 미국 정보기관은 북한이 신포에서 고래급보다 훨씬 큰 잠수함을 건조 중인 사실을 확인했다. 외교안보 전문지 ‘디플로맷’은 10월 18일자에 미국 정보기관 관리들의 말을 인용해 이 잠수함이 고래급의 후속함으로 판단된다고 보도했다. 미국 정보기관은 이 잠수함을 ‘신포 C급’이라고 명명했다. 미국의 북한 전문매체 ‘38노스’도 지난해 12월 위성사진을 분석해 북한이 신포에서 새로운 잠수함을 건조 중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신포 C급의 수중 배수량은 3000t으로 추정된다. 그래야 SLBM을 2〜3기 탑재할 수 있고 적의 탐지를 피해 수심 50m보다 깊은 곳에서 발사도 가능하다. 배수량 2200t의 고래급 잠수함은 수심이 20m만 넘어도 SLBM을 발사할 수 없다.
북한은 신포 C급 잠수함에 북극성-3형 미사일을 탑재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 관영매체가 8월 김정은의 국방과학원 화학재료연구소 시찰을 보도하면서 ‘수중전략탄도탄 북극성-3형’의 개념도를 공개한 것도 이런 계획을 과시한 것이라 볼 수 있다. 북한은 개발 중인 미사일을 ‘~형’, 개발을 완료한 미사일을 ‘~호’라 부른다. 김정은은 정권 수립 70주년인 내년 9월 9일까지 신형 잠수함을 건조하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현재 신포 C급 잠수함의 건조 공정률은 80%에 이르렀다는 추정도 나온다. 잠수함 엔진은 평안북도 용천 북중기계공장에서 개발됐다. 수면으로 부상하지 않고 연속 잠행이 가능한 공기 불요 추진체계(AIP) 기술도 적용됐다는 정보도 있다. 이런 작업 속도라면 연말 또는 내년 초 건조될 가능성이 높다.
3000t급 잠수함 개발 시 대응 불가
북한은 또 북극성-3형 미사일 개발에도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북한은 9월 중순 신포에서 미사일용 엔진의 지상분출실험을 실시했다. 당시 실험이 실패하는 바람에 기술자 등이 사상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극성-3형의 사거리는 최소 2000km 이상인 것으로 추정된다. 북한은 2월 북극성-1호를 기반으로 개발한 지상발사 탄도미사일인 ‘북극성-2형’의 시험발사에 성공했다. 김정은은 5월 북극성-2형의 시험발사가 또다시 성공하자 대량생산을 지시했다. 당시 북극성-2형은 최대 고도 560km까지 올라가 500여km를 비행해 사거리가 2000km인 것으로 추정됐다.북한은 SLBM 2〜3기 탑재가 가능한 3000t급 잠수함을 전력화할 경우 ‘레알 게임체인저’가 될 수 있다. 은밀하게 침투하는 SLBM 탑재 잠수함을 탐지, 추적, 타격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 경우 북한을 상대로 핵 선제공격을 하기란 쉽지 않다. 북한의 ‘2차 핵 보복능력(Second Strike Capability)’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심지어 북한이 수중에서 핵 선제공격을 감행할 수도 있다. 데이비드 맥스웰 미국 조지타운대 전략안보연구소 부소장은 “SLBM은 북한에 진정한 게임체인저의 능력을 부여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북한의 잠수함 전력을 보면 로미오급(1800t)·상어급(325t) 잠수함과 연어급(130t)·유고급(110t) 잠수정 등 모두 87척을 보유 중이다. 신포와 남포를 비롯한 10여 곳에 잠수함 기지를 두고 있다. 잠수함 전력 강화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7월 로미오급 잠수함이 이례적으로 동해 먼 바다에서 1주일에 걸쳐 활동을 계속한 것도 수중 작전능력 강화의 일환으로 보인다. 북한은 그동안 잠수함을 통한 수중 공격역량에 집중하며 비대칭 위협을 키워왔다. 게다가 북한은 연어급 잠수정을 이란에 수출하기도 했다. 연어급 잠수정은 2010년 3월 천안함을 폭침한 바 있다. 이란은 이 잠수정에 ‘가디르’란 명칭을 부여했고, 현재 21척이나 실전배치 중이다. 잠수함은 어뢰 발사나 기뢰 설치 등 다양한 공격을 감행할 수 있다. 특히 핵무기와 결합할 경우 북한 잠수함의 위협은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로 증폭될 것이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