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647

2008.08.05

쪽빛 바다와 옥빛 계곡 ‘더위도 줄행랑’

  • 글·사진=양영훈 한국여행작가협회장 blog.naver.com/travelmaker

    입력2008-07-30 10:2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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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쪽빛 바다와 옥빛 계곡 ‘더위도 줄행랑’

    반달처럼 휘어진 백사장을 거느린 부남해수욕장. 오른쪽 갯바위 동산에는 해신당이 있다.

    바야흐로 피서철이다. 해마다 이맘때면 피서지 선택을 두고 가족이나 친구, 연인 사이에 가벼운 실랑이가 벌어지곤 한다. 실랑이를 넘어 감정적인 대립까지 생겨나면 애초의 동반피서 계획이 무산되기도 한다.

    대체로 사람들이 선호하는 피서지는 크게 바다와 계곡으로 나뉜다. 그러므로 취향과 기호가 다른 사람끼리 기분 좋게 피서여행을 떠나려면 바다와 계곡이 인접한 곳을 선택하면 된다. ‘산다운 산과 바다다운 바다’를 품은 강원도 삼척은 그런 피서지로 첫손에 꼽을 만하다.

    7번 국도와 나란히 이어지는 삼척 바닷가에는 물빛이 맑고 모래가 고운 해수욕장이 즐비하다. 해수욕장마다 풍광과 조건, 분위기가 달라 선택 폭도 넓은 편이다. 예컨대 가슴까지 뻥 뚫리는 듯한 바다의 호쾌함을 느끼고픈 이들에게는 약 6km의 백사장과 해송숲을 끼고 있는 근덕면의 맹방해수욕장이 제격이다. 반면 가족이나 연인과 함께 조용하고 오붓하게 여름 해변의 낭만을 즐기려는 사람들은 근덕면의 부남해수욕장을 찾는 것이 좋다.

    부남2리에 자리한 부남해수욕장은 아담하고도 수려하다. 해수욕장은 해송 울창한 갯바위 동산을 중심으로 둘로 나뉜다. 북쪽 해변은 200m가량의 백사장이 반달처럼 휘어져 있고, 남쪽에는 저마다 크기와 모양이 다른 갯바위들이 산재한다. 그리고 백사장이 끝나는 지점부터는 해안절벽이 이어지고, 그 너머로는 덕산항(남아포)의 등대와 방파제가 보인다.

    덕풍마을 트레킹에 제격 … 양리마을 대나무숲·신흥사도 들러볼 만



    쪽빛 바다와 옥빛 계곡 ‘더위도 줄행랑’

    덕풍계곡 상류에 자리한 용소골의 제1용소 부근을 오르는 등산객.

    부남해수욕장의 백사장에 깔린 모래는 밀가루처럼 곱다. 한 줌 집어 손바닥에 올려놓고 훅 불면 먼지처럼 흩날린다. 물빛도 1급수의 계곡물처럼 투명하다. 물속 바위틈에 붙은 해초나 말미잘이 수족관의 그것처럼 훤히 들여다보인다. 게다가 동해안의 해수욕장치고는 수심이 얕고 파도가 잔잔해 아이들도 안전하게 해수욕을 즐길 수 있다.

    하지만 부남해수욕장의 아름다운 풍광이 단조롭고 식상해지면 미련 없이 그곳을 떠나야 한다. 사실 후텁지근한 해풍을 한나절가량 맞다 보면 서늘하고 상쾌한 계곡물이 그리워지게 마련이다. 고산준봉이 많은 삼척 땅에서 가장 깊고 인적이 드문 심산유곡은 가곡면 풍곡리의 덕풍계곡이다. 삼척과 울진의 경계를 이루는 응봉산(998m)의 서북쪽 기슭에 자리한 계곡이다. 응봉산은 해발고도가 1000m도 안 되면서 “험하기로는 설악산보다 한 수 위”라는 평가를 받는 산이다. 덕풍계곡과 그 상류의 용소골 역시 내설악 가야동계곡이나 지리산 칠선계곡에 뒤지지 않을 만큼 험하고도 아름다운 계곡으로 이름나 있다.

    풍곡리 덕풍교 옆의 주차장에서 덕풍마을까지는 차 두 대가 비켜가기도 버거울 만큼 비좁은 찻길이 계곡을 따라 이어진다. 6km쯤 되는 이 찻길 주변의 계곡 곳곳에는 텐트를 쳐놓고 물놀이를 즐기는 가족 단위 피서객들의 모습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맑은 계류와 커다란 바위, 늙은 소나무와 참나무들이 한데 어우러진 계곡 풍광은 바라보기만 해도 삼복염천의 무더위가 달아나는 듯하다.

    덕풍마을을 지나서부터 찻길은 슬그머니 사라지고, 대신 조붓한 오솔길과 반쯤 물에 잠긴 바위길이 연이어 나타난다. 덕풍마을 위쪽에는 깎아지른 암벽과 깊은 소(沼), 나지막한 폭포 등이 쉴새없이 나타나는 용소골이 자리잡고 있다. 용소골에는 세 개의 용소폭포가 있는데, 그중에서 덕풍마을에서 왕복 3~4시간 걸리는 제2용소까지는 계곡 트레킹을 즐기기에 아주 좋다. 단, 장맛비나 폭우로 계곡물이 불어났을 경우엔 아예 진입하지 말고, 수량이 적을 때도 노약자나 어린이는 되도록 동반하지 않는 게 좋다.

    부남해수욕장에서 덕풍계곡으로 가는 도중에 지나는 근덕면 동막6리 양리마을에는 영화 ‘봄날은 간다’의 촬영지인 대나무숲과 신흥사라는 고찰(古刹)이 있다. 특히 신흥사에서는 수령 200년의 배롱나무와 소나무가 한 몸이 되어 자라는 진풍경이 눈길을 끈다. 그리고 ‘너와마을’이라 불리는 도계읍 신리마을과 문의골에는 옛 화전민의 생활상을 여실히 보여주는 민속유물이 남아 있어 오가는 길에 잠시 들러볼 만하다. 현재 신리 일대에 남은 세 채의 너와집 외에도 더 이상 제구실을 못하는 물레방아, 피나무로 만든 김칫독, 싸리나무를 항아리처럼 엮은 채독, 불씨를 보관하던 화티, 눈길을 걸을 때 신던 설피, 난로와 등불 구실을 겸하는 고콜, 멧돼지 사냥용 창 등은 모두 통틀어 중요민속자료 제33호로 지정되었다.

    추천일정

    첫째 날


    10:00 동해고속도로 동해TG 통과→10:00~10:30 동해TG(7번 국도)~한치터널~근덕교차로(맹방 방면)~초당리 입구(좌회전)~초당저수지 등을 경유해 초당마을에 도착→10:30~12:00 초당마을~소한굴샘~초당마을 산길 트레킹→12:00~13:30 초당리의 내수면개발사업소(033-570-3566) 민물고기전시관 관람 후 근덕면 소재지로 이동해 점심식사(냉콩국수 또는 칡냉면)→13:30~13:40 근덕면 소재지~덕산교(건너자마자 우회전)~ 부남1리를 경유해 부남2리에 도착→13:40~ 부남2리의 민박집에 숙소를 정한 뒤 부남해수욕장에서 해수욕 즐기기

    둘째 날

    10:00~11:00 부남2리~대진삼거리~동막사거리(직진, 427번 지방도) 등을 경유해 신흥사(033-572-3600) 탐방→11:00~12:00 신흥사 입구(427번 지방도)~마읍리~문의재터널 등을 거쳐 신리에 도착한 뒤 너와집, 물레방아 등의 민속유물 관람→12:00~13:00 신리너와마을(033-552-5967)에서 점심식사(송이백숙 또는 한방백숙)→13:00~13:40 신리삼거리(416번 지방도)~동활계곡~풍곡삼거리(직진, 910번 지방도)~덕풍교 등을 거쳐 덕풍계곡에 진입→13:40~ 제2용소까지 덕풍계곡 트레킹 후 물놀이

    셋째 날

    13:00~ 덕풍계곡~덕풍교~풍곡삼거리(직진)~신리삼거리(우회전, 427번 지방도)~신리재~미인폭포 입구~통리삼거리(좌회전, 38번 국도)~태백시내~두문동재터널~고한~사북~증산~영월 등을 경유해 중앙고속도로 제천IC 진입

    여행정보

    숙박

    부남2리에는 사계절민박(033-572-0608), 홍가네민박(033-573-1379) 등의 민박집만 있고 음식점은 따로 없지만, 피서철에는 부녀회에서 해수욕장에 천막을 치고 잔치국수, 감자전 등의 음식을 만들어 판다. ‘너와마을’인 도계읍 신리에는 주민들이 공동 운영하는 전통 너와집 펜션인 신리너와마을(033-552-5967)이 있는데, 숙박 이용객들에게는 돌 그림 그리기, 천연 염색하기, 산나물 캐기 등의 체험행사가 실시된다. 덕풍계곡에는 덕풍산장(033-572-7378), 꽃밭거랑펜션(033-572-7622), 고향민박(033-572-2133) 등을 비롯해 민박집이 여럿 있다.

    맛집

    맹방해수욕장과 가깝고 부남해수욕장 가는 길목에 자리한 근덕면 소재지에는 근덕마당골(한우구이, 냉콩국수 033-576-0807)을 비롯해 몇 곳의 식당이 있다. 그리고 신리너와마을의 식당에서는 송이백숙, 한방백숙, 옻닭, 칡전병 등과 같은 향토음식을 맛깔스럽게 내놓는다. 특히 자연산 송이와 방목한 토종닭을 주재료로 쓰는 송이백숙은 그윽한 솔향기와 쫄깃한 토종닭 맛이 어우러진 보양식이다. 덕풍계곡에는 식당은 없지만 여러 민박집에서 토종닭백숙, 산채비빔밥 등의 식사를 주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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